"깊이 생각하기에 이 뒷간보다 더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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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생각하기에 이 뒷간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2.15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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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동검도, 지붕도 문도 없는 뒷간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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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 생각’이란 속담이 있다. 이는 ‘깊이 생각하기에는 뒷간이 좋다’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뒷간을 ‘사색하기에 좋은 공간’으로 여겼다. 냄새 나고 어둠침침한 곳에서 생각은 무슨 생각? 하지만 강화 동검도에 가면 지붕도 문도 없는 뒷간이 있다. 물 드나드는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사자발쑥 향과 개흙 냄새를 맡으며 신성한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뒷간은 나라마다 지방마다 역사에 따라, 형태가 제각각이다. 뒷간을 보면 당시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강화도에는 잡석을 네모로 두르고 한쪽을 틔워 놓은 뒷간이 아직 남아있다. 지붕도 문도 없다. 안에는 부춛돌 두 개가 있다. 똥을 누고 나서 한쪽에 쌓인 재를 삽으로 떠서 덮고, 두어 번 굴린 다음 옆에 밀어 넣는다. 이것을 똥재라고 한다. 전통방식 그대로 남아있는 이 뒷간은 겨울이라 사용하지 않아 스산해 보이지만, 여름이면 담쟁이넝쿨과 환삼덩굴로 온통 휘감겨 자연 그대로의 맛을 더해준다.

강화도 뒷간은 문이 없으니, 늘 열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입구가 휘돌아 있어 안이 직접 보이지는 않으나 불안해서 어찌 볼 일을 제대로 볼 것인가. 더욱이 생각에나 잠길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뒷간 자물쇠’라는 ‘뒷간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기침을 하라’는 말이 있으니. 안에 사람이 있다면 기침으로 대꾸를 하면 되었다. 강화도 뒷간에서는 하늘을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뒷간을 ‘해우소’라고도 일컬으니, 이는 ‘근심을 더는 방’이란 뜻이다. 서양에서는 ‘쉬는 방, 편안한 방(Rest Room)'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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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 지붕도 없는 뒷간은 사용하는 것같진 않았다. 뒷간 옆으로 간혹 사람이 지나기도 하고, 날이 추워서 그런 것도 같았다. 이 뒷간 바로 앞에는 지붕을 씌워 사용하는 뒷간이 있었다. 여기저기 펜션이 들어서는 강화 동검도. 아직 남아있는 뒷간을 보고 돌아서는데 걱정 하나가 발길을 누른다. 다음에 찾을 때도 여전히 볼 수 있을까. 혹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전통방식 그대로 남아있는 ‘뒷간’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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