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어뢰가 한나라당 침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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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어뢰가 한나라당 침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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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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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민심의 어뢰를 맞아 침몰했다."

송영길(47) 인천광역시장 당선자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한마디로 그렇게 표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이상 속좁은 편가르기를 계속해서는 안된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중단해야 한다."

당선 후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를 찾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1시간30분간 인터뷰를 한 송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민주당에게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40대 차세대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다. 그동안 불임정당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자만하지 말고 젊은 20,30대를 대거 영입해야 한다. 당대표도 가능하다면 40대로 세대교체되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게, 보다 젊고 개혁적인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앞으로 4년동안 인천에서 민주당 출신이 하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나는 어찌보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진짜 민주당' 출신이 광역시장을 해보게 된 셈이다. 한나라당 시장이 했을 때와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시 보여주겠다. 계양산 골프장 사업 중단하고, 강화 조력발전소 건설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들을 할 것이다."

사실 송영길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인천 시내 곳곳에서 'V(브이)'자를 그리며 유세를 펼칠 때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 선거기간 동안 전체적으로 야권 후보가 불리한 여론조사가 많았다, 언제 승리를 확신했나.

"처음 출마할 때부터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전혀 초조하지도, 여론조사로 흔들리지도 않았다. 조중동이 하는 여론조사에서도 안상수 후보와 10%  차이 안에 들어오면 이긴다고 봤다. 질 수가 없는 게임이었다."

그는 독자적인 어젠다로 승부를 건 게 승리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7조 원에 달하는 인천의 심각한 부채 문제, 벌여만 놓고 성과없는 구도심 재개발 등 인천의 현안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유권자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안상수 후보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성장한 그를 "인천에 소홀했던 사람"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지난 5월 25일 KBS 합동토론회에서 "인천시의 쓰레기 봉투값이 얼마냐"는 송 당선자의 허를 찌르는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 대답을 못했다. '8년 시장'의 체면이 구겨지고 난 뒤 안 후보는 TV 토론을 거부했다.

"결국 상대 후보는 방어에만 급급하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우리가 이슈를 주도했다."

- 하지만 2일 오후 개표 초반에는 안상수 후보에게 밀리고 있었다. 오후 11시 40분이 돼서야 0.8%p차로 뒤집었는데.

"강화와 옹진을 먼저 개표해서 그랬다(실제 선관위 집계를 보면, 강화군과 옹진군에서만 송 당선자가 안 후보에게 졌다). 모르는 사람들은 초조했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으니까…."

인천 현안을 놓고 선거를 주도해 왔다지만, 북풍의 영향은 없었을까. 더구나 상대 후보 진영은 "다행히 천안함이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했다"(이윤성 한나라당 선대위원장)고 말실수를 할 정도로 북풍을 노골적으로 이용해 왔다. 그에 맞서 송 당선자도 한나라당 문건을 터뜨리며 맞대응했다.

- 선거운동 기간 중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활용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정부 여당의 그런 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이었나.

"너무 얄팍하게 보였다. 선거운동 개시하는 날 조사 결과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대통령 담화를 발표하고. 뭐든지 과유불급인데, 다 보였다. 일반시민들에게도 다 보였다. 부시는 바그다드를 일시 점령하는 등 초반에 이라크전을 어느정도 이겨 놓았을 때 항공모함에서 쇼 한 것 아니냐. 그런데 이것(천안함 침몰)은 경계에 실패해서 작전 기동 중에 불의의 일격으로 46명의 병사를 죽인 패장이다. 패장이 개선장군처럼 한다는게 맞나."

그는 천안함을 선거에 이용하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한나라당에게 부메랑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북한 어뢰가 오는 것도 몰랐지만, 민심의 어뢰가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한나라당호는 민심의 어뢰에 맞아 침몰한 것"이라는 얘기다.

송 당선자는 "언론의 문제도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앙언론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1, 2면을 모두 천안함으로 채우는 등 지방선거를 무시했다, 지방언론은 인천시와 유착이 심해 상당히 편파적인 보도가 많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나라당과 언론의 '북풍몰이'에 범야권은 일사분란한 진용을 갖추고 맞섰다.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4당이 서로  북풍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했다. 결과는 범야권의 대승이었다. 범야권은 인천에서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총 9명의 기초자치단체장 중 8명(민주당 6명, 민노당 2명, 나머지 1명 무소속)을 당선시키는 등 여당을 전멸시켰다.

송 당선자는 인천에서 모범적인 야권연대가 이뤄진데 대해 "민주노동당 배진교, 조택상 후보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동안 신뢰가 많이 쌓였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져 동반 당선됐다"고 평가했다. "신뢰가 잘 쌓여 2012년 총선까지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곁들였다.

6·2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은 'MB 정권 심판'으로 요약된다. 송 당선자는 자신을 포함해 강원, 충남, 경남에서 40대 젊은 지도자가 '도백'으로 당선된 민심을 이명박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날카로웠다.

- 이번 선거 결과로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 만큼은 계속 가겠다는 입장인 듯한데.

"한나라당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몽준 대표는 사퇴했다. 그런데 민심의 무엇을 수용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야당의 요구는 세 가지다. 4대강 중단, 세종시 수정안 철회, 남북관계 정상화. 세종시는 (안희정 당선자로 인해) 이 정권이 하고자 하는 것을 못하게 됐고, 4대강은 계속하겠다는데 야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준설토 허가를 안 해주는 것으로 브레이크가 될 것이다.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민의를 계속 무시하면 오는 7·28 재보선 때 또 한번 심판 받을 것이다."

- 송 당선자가 생각하는 현명한 해법을 청와대에 제시한다면.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표결로 처리하되, 부결되면 국회의 뜻으로 존중한다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가장 좋다. 4대강은 보 건설을 일단 중단하고, 일부 구간만 시범적으로 한다든지 하는 절충안을 내야 한다."

- 곧 당선자 신분으로 대통령을 만날 텐데, 무슨 얘기를 하고 싶나.

"국민이 대통령을 뽑아 준 그 정신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싶다. 이 대통령을 국민이 찍어준 것은 좌우 이념 따지지 말고 경제 살리라는 취지다. 그런데 당선 뒤 하는 것 보면 더 편을 가르고, 자기 편 아니면 다 자른다. 좌파 색깔론 내세우고, 김제동 자르고…. 자기 진영의 박근혜도 수용 못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 속이 너무 좁다. 사원들 윽박지르며 작업화 신고 돌아다니는 건설회사 사장처럼 일하지 말고, 말 그대로 예수님 섬기는 정신으로 돌아오라는 거다. 그런 걸 말씀드리기 위해 필요하면 대통령과 만날 생각도 있다."

"40대 386 출신 자치단체장, 노무현 정권 실패 경험 덕에 더 잘할 것"

그는 민주당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도 잊지 않았다. 비록 지방선거에는 이겼지만, 당이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국민들에게 버림 받을 수 있다는 쓴소리가 송 당선자의 입에서 나왔다.

"민주당이 불임정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죽을 맛이었다"고 토로한 그는 "야당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영입해서 키워야 한다, 20~30대 젊은 사람들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범야권 통합, 특히 국민참여당과 통합도 민주당이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제시했다.

- 이번에 민주당이 잘하거나 예뻐서 찍은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밉다는 표심이 드러난 것이다.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개혁의 핵심 포인트를 어디에 두고 있나.

"영국 등에는 40대 당 대표가 흔하다. 앞으로 민주당도 세대교체가 되어 40대의 젊은 대표가 나왔으면 좋겠다. 국민참여당도 통합시키고. 이번에 유시민 후보도 2번 나왔으면 당선됐다. 통합이 최선이고 아니면 연대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의 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노 대통령과 함께 한 주도세력은 모두 민주당에 다 있지 않나? 한명숙, 안희정, 이광재도 다 창당에 반대했다. 어쨌든 장애 요소를 제거해서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라는 것이 이번 투표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의미다. 그리고 다음 총선 때는 20~30대를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넣고, 새로운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 20대가 함께 하고  싶은 정당으로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2030 세대의 역동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다."

- 2030 세대로의 외연 확대를 강조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386세대, 40대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본격 등장한 의미는 어떻게 평가하나.

"차세대 리더를 키운다는 기대가 포함된 선택 아니었겠나. 충남의 안희정 당선자 얘기를 들어보면, '2인자로는 충남이 발전할 수 없다, 충남 사람을 키우자'는 슬로건이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광재나 김두관, 그리도 나도 비슷하다. 지방의 반란 아닌가."

- 2000년 총선, 2004년 총선 등으로 386 세대가 대거 국회 입성했지만, 그후 낙선을 많이 했다. 새로 등장한 젊은 단체장들이 그런 사례에 비춰보면 잘 준비됐다고 생각하나.

"잘 할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정권 때도 일은 잘했다. 워낙 기득권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잘 할 수 있다. 김두관 당선자는 남해군수, 행자부장관도 했다. 기초가 갖춰진 분이다. 안희정 당선자는 상대적으로 경험 부족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다. 사고가 순수하고, 사물을 구조적으로 크게 보는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다. 이광재 당선자는 콘텐츠가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많아 강원도를 멋있게 잘 끌어가리라고 본다. 다만 재판이 좀 걱정이다. 사법부가 균형있게 판단하리라고 믿는다."

송 당선자는 인천을 제대로 바꿔보겠다고 했다. "일단 7조 원이나 되는 부채 구조를 줄여가는게 급선무"라고 말한 그는 "송도 등에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외자유치, 제대로 된 계획을 갖고 진짜 경제자유구역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했다. 안상수 시장이 200여개 벌여놓은 구도심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 중 될 것과 안 될 것을 선별하고 제대로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전국 최하위를 달리는 인천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앞으로 4년 시정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 인천을 제대로된 경제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안 시장의 토건 개발 위주 사업을 한꺼번에 확 뒤엎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정말 프로가 필요한 거다. 실력 있는 분을 삼고초려해서 찾아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전공한 분을 물색 중이다. 계양산 골프장, 조력발전소는 모두 재검토 할 생각이다. 특히 롯데가 추진하는 골프장은 안상수 시장이 상당부분 진행을 시켜왔기 때문에 취소하면 롯데가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시민들이 대부분 반대하기 때문에 롯데를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

"시정(市政)이 정치보다 더 재밌을 것 같다, 변화 보여주겠다"

송 당선자가 인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5년 인천 대우자동차 배관용접공으로 일할 때부터다. 그러니까 약 25년 전 '위장 취업'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이 인천이다. 삶의 절반 이상을 인천에서 보내는 동안 그는 노동자로, 노조 활동가로, 변호사로, 3선 국회의원으로 한 단계씩 올라섰다. 이제 인천광역시장 직함을 달고 새출발을 하는 송 당선자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 2002년 대선 이후 '개혁적인 대통령 뽑아도 별게 없다'는 정치허무주의적인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개혁 진영이 다시 신명을 얻은 것 같다. 이런 변화가 앞으로 정치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 같은데.

"인천시정도 신명나게, 재미있게 해보려고 한다. 쓰레기 봉투값부터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삽질 하던 곳을 녹지로 만든다든지 하는 내 눈 앞의 변화를 만든다면 나도 지지자도 기분 좋을 것 같다. 조순, 고건 시장이 민주당 서울시장 했지만, 둘 다 민주당 사람은 아니었다. 수도권에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당 지방권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려 온 사람이 아니고 386 운동권 출신이 된 것이다. 여러 저항이 있을 수 있고 어깨가 무겁지만, 이래서 한나라당과 다르구나, 민주당이 지방권력을 잡으니까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시민들이 할 수 있게 진정한 변화를 보여주겠다. 선거도 월드컵 이상으로 밤새 재밌게 했는데 앞으로 시정도 그렇게 할 것이다."

- 두달 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때 처음으로 대권도전의 꿈을 밝힌 적이 있다.  인천시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이후 더 큰 국정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 지금부터 송 당선자가 가지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일단 민주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 민주주의가 불편하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더 성숙시키고, 설득해서 국민의 자발적 동의를 끌고 가야 한다. 미네르바 구속하고 김제동 자르고 하면 오래 못간다. 6월 항쟁과 5·18을 경험한 국민들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거다. 빛을 본 사람은 다시 어두운 동굴로 갈 수 없다. 남북관계도 풀어야 한다. 무력으로 남북 관계를 끌어가면 대한민국도 피해를 본다. 민족의 화해협력, 평화통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극화 문제가 너무 심하다. 없는 집에서 태어나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쪽으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한다고 본다."

송 당선자는 오는 7월 1일 인천시장으로서 첫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지난 4일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을 때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와 깨어있는 주인의식이 이번 선거 승리를 가져왔다고 보고했다"면서 앞으로도 "민주주의와 민족의 화해협력을 위해 함께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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