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넣고 걸으시다가 미끄러지면 클나여"
상태바
"손넣고 걸으시다가 미끄러지면 클나여"
  • 김인자
  • 승인 2016.01.26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눈오는 날
<인천in>은 그림책 작가이자 그림책스토리텔러로 잘 알려진 김인자님의 '할머니 꼬시기'를 연재합니다
김 작가는 지난 30년동안 '온 세상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마당21 월간좋은엄마 등 잡지및 일간신문 집필과 EBS,KBS 등 방송출연 통해 그림책 작가로 ,그림책스토리텔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천in> 연재를 통해 그림책으로 할머니들과 소통해온 김 작가의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심계옥할무니 사랑터 가시는 날 아침.
한파가 계속된 한반도의 겨울.
몇 날 며칠을 동장군이 온 세상을 꽁꽁 얼게 만들더니 오늘부턴 눈도 그치고 날씨도 풀린다했다. 어제밤 뉴스에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자고 일어난 아침.
내가 사는 인천엔 기상청 예보대로 날은 풀렸으나 그런데 눈이 내린다.
이런 ~눈이 오네.
눈내리는 날은 어릴 때 처럼 우와 눈이다, 눈이 온다~~~
이런 기쁜 마음이 안든다.  
이뿌다, 좋다 보다는 우짜지하는 걱정이 앞선다.
출근하시는 분들 차조심도 해야하고 할무니 하부지들 낙상사고도 조심해야하고.
내리는 눈 바라보며 이래저래 심란스런 아침이다.

예상대로 사랑터차가 늦게왔다.
"길이 사나워서 기어왔시요"
운전하시는 요양사. 선생님 말씀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어제 사랑터차에 안보이시던 박봉남 할무니가 오늘은 차 안에 앉아계신다.
"할머니 어제는 왜 안 오셨어요?"
그러자 차 맨뒤에 가만히 앉아 계시던 부끄럼쟁이 박봉남 할머니가 손을 휘저으며 말씀하신다.
"자빠졌다~"
"아구 어디서요?"
"차타러 나오다가 목욕탕에서~"
"에고, 큰일날뻔 하셨네~
지금은 괜찮으세요?"
"아파죽겠어~"
"우리 늦었어요"
아공 죄송해요.

울 할무니들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요양사 선생님들은 차 시간에 맞춰서 가야하고~
박봉남 할머니 차안에서 뒤를 돌아보며 계속 손을 흔들며 뭐라 뭐라 말씀하신다.
사람이 그립고 이야기가 그리운 우리 할무니들 태우러 사랑터차가 거북이 걸음으로 기어간다 눈 내리는 아침에.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고 서있었다.
박봉남 할머니 얼마나 아픈지 어떻게 하다가 넘어졌는지 할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한참을 서있었다. 눈 내리는 날 아침에.

"뭐하고 섰어?
이 머리에 눈 좀 봐라"
함박꽃 할머니시다.
"할무니 가셨어?"
함박꽃할머니가 내머리에 앉은 눈을 털어주신다.
"손시려여 할머니 내가 털께요‥"
"이 정도에 손 시려우면 밥숟가락 놔야지~옛날엔 얼음 깨서 밥도 해먹었는데"
"어디가세요 할무니?"
"노인정"
"노인정에여? 할무니 노인정 안다니시잖아"
"아니 은행에..."
은행에 가신다는 함박꽃할머니 머리가 듬성듬성 민머리시다.
"할머니 밖에 나올땐 모자 꼭 쓰시라니까..."
잠바뒤에 모자를 씌어드렸다
"답답햐~"
"답답해도 쓰셔야돼 할무니들은 민머리로 다니면 클나여“

두 손을 주머니에 꼭 집어넣고 걸어가시는 할머니
눈도 오는데 저러다 넘어지면 큰일나는데.
할머니 뒤를 쫓아갔다
"호주머니에 손도 빼고"
"손도 빼고?"
"응 손도 빼고.. 손넣고 걸으시다가 미끄러지면 클나여"
할머니 두 손을 호주머니에서 빼서 꼭 잡아드렸다
"그럼 장갑 끼까?"
가방안에 장갑을 꺼내려고 애쓰시는 할머니
"이놈의 손이 늙으믄 커지나? 왜케 안 꺼내져"
"ㅎ 할머니 손이 커진게 아니라 가방이 작아진겨~"
"그지 늙으니까 손꾸락도 내맘대로 안뎌"
가방지퍼가 앞에도 위에도 다 열려있다
"가방도 잠그고"
"근데 나 장갑끼기 싫여"
"왜 싫어?"
"뻐근햐"
"뻐근햐?"
"아니 거 뭐시냐?
“끔끔해"
"끕끕해?"
"응,거북햐"
"아~그래도 끼셔여야해 손시려"
할머니들하고 대화는 또 다른 귀가 열려있어야 한다.
할머니들이 칙하고 말씀하셔도 척하고 알아들어야한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이란 시에서 그르셨지.
할머니들 말씀은
자세히 들어야한다.
그러면 외계어 같은 할머니들 말이 잘 들린다.
물론 자세히 보면 이뿌다.
울 할무니들도 자세히 보면
겁나 이뿌다아~~~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 /  김인자 글 윤문영그림 /파랑새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내가 베개를 들고 할아버지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면
"오냐 그래 어제는 어디까지 했더라"
할아버지는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고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옛날 아주 먼 옛날 할아버지가 나처럼 꼬마였을 때 이야기지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할애비는 메뚜기도 잡아먹고 개구리도 잡아 먹었단다"
"왜요? 할아버지 먹을게 없었어요?"
"그렇지 이 할아비가 우리 민수만 할 때는 지금처럼 먹을게 흔치 않았지"
"그러면 할아버지가 다 잡아먹어서 지금은 메뚜기도 개구리도 모두 없어졌어요?"
"허허 아니다 지금은 농사지을 때 독한 농약을 하도 많이 쳐서 개구리랑 메뚜기가 모두 사라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