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의 갈등, 남북이 주체적으로 대화와 타협 통해 풀어야 "
2017년 인천시 작은박물관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인하대박물관(관장 이영호)의 시민강좌 마지막 강의(제4강)『인천의 바다와 섬 바로알기: 갈등과 충돌의 인천해역』이 1일 열려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제4강의 강사로 나선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김보영 기관연구원은 ‘정전협정의 유산, NLL’을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열띤 강의를 이어나갔다. 이날은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그리고 연평도 포격사건 등 지금까지도 남북 양측의 첨예한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인천해역(서해5도)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파헤치는 강의여서 수강생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현재 인천해역에는 남측이 정한 북방한계선(NLL), 어로저지선(적색선), 어업통제선(조업구역경계선), 어로한계선, 그리고 북측이 정해놓은 해상군사분계선과 5개 섬의 ‘통항질서’ 상의 수로 등 각종 선이 어지럽게 존재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선들은 남북 양측의 대화와 합의에 의해 구획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독 서해상에서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보영 박사는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1953년에 조인 발효된 정전협정의 불확실성과 협정의 합의 조문에 대한 남북한의 해석 차이 또는 일방적인 왜곡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짚어 주었다.
1951년 7월부터 본격화된 휴전회담에서 첫 번째로 다루어진 의제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설정이었다. 38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할 것을 주장하는 공산측에 대해 유엔군은 압도적으로 우월한 해군력과 공군력을 내세우며 지상분계선을 양측의 대치선보다 훨씬 북쪽에 설정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결국 휴전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의 ‘대치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반면에 해상분계선은 군사분계선 연장선 위에 전쟁 발발 이전에 통제권을 갖고 있던 도서들을 해당 지역에 귀속시킨다는 개념이 적용되었다. 즉 공산측은 경기도와 황해도의 분계선을 해상분계선으로 하여 도계 이북의 모든 도서에 주둔하고 있는 무장세력의 철수를 주장했지만, 유엔군은 공산측이 주장하는 북쪽 도서에서의 철군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본래 38도선 이남에 위치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5개 섬에 대해서는 휴전 이후에도 계속 지배한다고 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김보영 박사에 따르면 훗날 서해5도로 불려지는 이들 섬들은 전시에 유격대 활동의 주요 근거지이자 정보활동의 거점이어서 유엔군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엔군은 전시 내내 한반도 주변 해역과 섬들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5개 섬만을 차지하겠다는 것은 다른 섬들에 대한 통제권을 양보한다는 논리여서 공산측으로서도 반대할 명분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군력이 전무한 공산군 측의 전력으로 이들 섬을 무력으로 차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또 유엔군으로서도 해상분계선 이북 지역의 모든 섬을 전후에도 계속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서해5도를 제외한 모든 섬에 대한 관할권을 공산측에 넘겨주는 것으로 최종 합의되었다.
하지만 최종 협정문에는 이러한 서해5도를 제외하고 해상분계선이나 영해에 대한 어떠한 개념도 명시하지 않은 채 작성되어 훗날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김보영 박사에 따르면 해상분계선을 명확히 설정하는데 소극적이었던 것은 유엔군 측이었다. 이는 유엔군이 1953년 정전 당시까지도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제해권을 전적으로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해상에 군사분계선을 설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1951년 7월10일부터 1953년 7월19일까지 본회담만 159회, 이외 수백 회의 분과위원회 회의, 연락장교회의, 참모장교회의가 이루어진 휴전회담은 남과 북 양측 모두 온전한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이루어진 회담이었다. 김보영 박사는 전후 정전체제 이행과 준수의 당사자인 남북은 향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명실상부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치었다.
인하대박물관 시민강좌는 6월1일 제4강을 마지막으로 전반기 강좌를 마치고 9월부터 후반기 강좌를 새롭게 이어간다. 전반기 강좌가 인천해역에서의 갈등과 충돌을 주로 다루었다면, 후반기 강좌에서는 인천해역의 생태환경과 문화적 접변이 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