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인사청문회, '법' 이유로 지지부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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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인사청문회, '법' 이유로 지지부진하나?
  • 이병기
  • 승인 2010.10.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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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고위공직자 사전 검증은 민주주의 원칙 충실한 것"


'인천시 인사청문회 조례 제정의 합법성'을 발표하는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취재: 이병기 기자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이 전국적인 흐름으로 번지는 가운데, 인천에서도 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사청문회 당위성에는 공감했지만, 공기업 사장의 경우 법적인 이유로 인사청문회 도입에 난항을 예상했다. 또 청문회 실효성 확보 여부와 개인정보 공개에 따른 인권피해, 정쟁의 도구 전락 가능성 등도 문제로 제기됐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인사청문회 조례제정에 대한 논의가 법리 논쟁에만 빠져서는 안 되며, 집행부와 의회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한다면 법적 뒷받침이 없어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청문회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주최하는 '인사청문회 시행을 위한 진단과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가 12일 시의회 의원총회의실에서 열렸다.

홍성욱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선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토론자로 강병수 인천시의회 의원,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원 인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나섰다.

또 오병집 인천시 총무과장과 윤관옥 인천일보 정경부 차장,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박인규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운영위원도 토론에 함께했다.

공기업 사장 검증 없어 인천도개공 부채 부각

류권홍 교수는 "요즘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청문회 도입은 이미 전국적인 흐름으로 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 속에 인천시의회가 부시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하는 데 어떤 법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약간 늦은 듯하지만, 적절한 대응이다"라고 평했다.

류 교수는 "부시장의 경우 인사청문회가 적법한지에 대한 행정안전부 질의회신에 따르면 '부시장 임명은 지방자치법 등에 의해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이므로 청문회는 단체장에게 부여한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행안부 해석 중 문제점은 부시장 신분은 인천시 소속의 별정직 1급 공무원이기 때문에, '인천시 별정직 공무원의 임용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면서 인사청문회에 대한 규정을 추가한다 해도 어떤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경제자유구역청장의 경우 "청장 신분은 지방관리관, 또는 지방전입계약직 공무원으로 돼 있어 지방공무원이며, 조례에 의해 조직되며 임명되고 있다"면서 "이미 인천시의회가 경제자유구역청 조직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고, 조직의 중요 직급에 입법권을 행사하고 있어 임명 '동의'가 아닌 '청문' 절차를 추진하는 데엔 법적인 하자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류 교수는 "지방공기업 사장 등 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은 2004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공기업 임원 인사청문회 제도의 도입 필요성 부분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공기업의 경우 부실경영과 방만경영, 부채문제 등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로 류 교수는 공기업 부실 원인을 임명권자와 사장, 임원의 특수한 관계, 시의회의 미진한 견제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지방공기업이 공개된 회사면 상법상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되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주주소송 등을 통해 회사를 견제하는 기능을 활성화하고 인사청문회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자체가 100%의 지분을 가진 단독 주주인 경우 임명권자와 임명되는 자의 특수관계로 실질적 감시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적으로 인사청문회나 경영에 대한 시의회의 상시적인 견제와 감시, 사후적 책임이 있는 임원에게 민사·형사 책임을 엄격히 묻는 관행 형성 등이 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면서 "이런 제도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천도개공의 부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 조례 제정에서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 류 교수는 ▲객관성과 공정성의 확보 ▲후보자의 인권 보장 ▲기타 법적 문제점의 보완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인사청문회는 시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아주 중요한 제도인데, 왜 이 제도를 시민단체가 먼저 주장하고 부탁을 해야 하는지 시의원들에게 묻고 싶다"면서 "지방자치의 꽃은 시의회인데, 자기 역할을 다하고 눈높이를 시민들에게 둔다면 시민단체가 할 일이 아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 "인사청문회 도입은 위법성 문제 야기할 것"

오병집 총무과장은 법을 근거로 인사청문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오 총무과장은 "개방형 공무원인 경제자유구역청장 임용은 여러 규정으로 볼 때 임용권자가 임용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면서 "인사 관계 법령에서 정한 일반적 임용절차 이외에 새로운 절차를 제정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의 위임 없이 조례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인사권자의 법상권한을 제한하고, 당사자에게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위법성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먼저 상위법에 인사청문회 도입근거를 마련한 후 조례로 정해야 하고, 운영 면에서도 도덕성 검증에 치우치다 보면 우수인사를 영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강병수 시의원은 "현재의 법적 토대 위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실질적으로 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청문회 도입 취지가 정실 인사, 보은 인사를 막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뜻을 살리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법적 토대 전까지 조례보다는 인천시 인사 규정, 또는 규칙을 제정해 인사청문회 대상(정무부시장, 산하 공기업 사장) 임명 전 해당 상임위에서 보고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점은 이를 시행할 단체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김동원 인천대 교수는 인사청문회 시행보다는 운영을 강조했다. 청문회 운영이 부실할 경우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벌어지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사생활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여당이 의회 다수당이 될 경우 청문회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국회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청문회가 견제장치가 아닌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임원추천회의 기능 강화 및 회의진행 자료 공개 방안 ▲지방공기업 CEO 경영성과예약제도의 기능 정상화 ▲퇴직공무원의 임용 제한 ▲위원회를 통한 검증활동 ▲3회에 걸쳐 인사비리가 적발될 경우 사퇴 조항 등을 담은 '삼진아웃제도'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인규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운영위원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는 그 업무의 결과가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인사청문회를 통한 고위공직자 자질과 능력에 대한 사전 검증은 시민의 알 권리 충족과 행정의 대응성 측면에서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운영위원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시장은 시민사회와 야3당이 합의한 정책 중 인사청문회 도입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면서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청문회 도입을 반대하거나 회피하려는 시도는 시민의 뜻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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