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는 좋으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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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좋으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
  • 김인자
  • 승인 2018.07.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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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에 또 다른 전화수신음이 뜬다. 강화에 있는 중학교에 근무하시는 이 선생님이시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놓고 몇 군데 출판사에 투고하면서 이 선생님께도 출판사에 소개 좀 해주십사 부탁해 두었었는데 그 연락이 왔구나 싶었다.나쁜 예감은 왜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걸까? 아니면 그렇게 생각해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일까?
 
"여보세요, 선생님 김인자입니다."
"예, 좀전에 제가 전화드렸었는데 ?"
내가 이 선생님이 전화하신 용건을 듣기가 겁이 났었나보다. 하여 이 선생님이 말씀을 못하시게 내가 먼저 다른 말로 이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막았나보다. 예절없이 그랬나보다, 내가.
몇 주 전에 이 선생님께 보낸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쓴 원고가 이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출판사에서도 출판사의 출간방향과 맞지않아 반려되었답니다 하는 거절의 말을 이 선생님께 차마 듣고 싶지 않았나보다. 이리도 왕왕 다른 말로 이 선생님께 말을 많이 하는걸 보니 내가 겁이 났나보다.그랬나보다.
 
"김 선생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제가 부족해서 그런건데요. 죄송하시긴요. 제가 죄송합니다. 괜히 선생님께 부담을 드렸습니다."
"아고, 아닙니다 김 선생님이 부족하시긴요. 다만?편집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얘기라하니 크게 좋아라하지 않는다합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라서여?"
"예...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어려운 얘기 전해주시느라 맘부담되셨을텐데 송구합니다."
"김선생님 역량으로 작은 출판사는 그렇고 큰 출판사에 말을 하다보니 ?제가 다른 곳에 또 말해보겠습니다. 김 선생님 글은 저도 읽어보았는데 참 좋습니다."
 
역시 또 그런건가. 출판시장이 어려워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정말 출판사에서 말하는 대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책은 팔리지 않아서인가? 이 선생님께는 괜찮다고 했는데 나 정말은 괜찮지가 않았나보다. 이 선생님과의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주루룩... 에혀, 내가 왜 이러지.
뭐 출판사가 여기 밖에 없나? 다른 출판사에서 내면 되지. 내 마음과 출간방향이 같은 출판사가 꼭 있을거야.
눈물을 훔치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거참 구름이 참 많기도 하다.
 
겨울 내내 콕 박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읽어드리면 좋은 글을 썼다. 그리고 출판사 몇 군데를 골라 투고를 했다. 그동안 16권의 책을 내면서 한번도 나는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지 못했다. 그동안 나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출판사 요청으로 책을 수월하게 편하게 냈다. 그 동안 내가 힘들이지 않고 16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건 내가 글을 잘 쓰는 작가여서가 아니라 좋은 대표님과 편집자를 만난 덕분이란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에 대한 글은 출판사에서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내가 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는 출판사에서 별로 좋아라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 그만쓰고 아이들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 이야기를 썼고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글도 좋은 그림책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그리고 온세상 어른들에게 읽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이전에 내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큰 도전을 했다. 출판사에 투고를 하기로. 내가 먼저 출판사에 투고를 한다는건 큰 모험이고 설레는 도전이었다. 모 아니면 도. 그러나 현실은 역시 냉혹했다. 출판시장이 어려워서 내글이라고 무조건 오케이 할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그렇다고 보낸 출판사마다 모두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다들 "원고는 좋으나 우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는 맞지 않아 반려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하며 거절의 메일이 왔다.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 출판하기가 어렵습니다."하며 출판사들이 난색을 표한다. 모든 출판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상이 할머니,할아버지에 대한 책은 팔리지 않으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주세요."한다.
 
사회는 점점 노령화가 되어 가는데 책을 읽어준다고요?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무슨 책을 읽어줘요? 그림책은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는게 아닌가요?"하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있어도 그것이 무조건 상대방의 신념이 되는 것이 아님을 간과했다. 이런 자만이 어디 있단 말인가.참으로 부끄러웠다. 자만심과 자존감이 분명히 다른 것임을 깨닫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중복도 지나고 밤에는 바깥바람에 찬기가 쪼끔 아주 쪼끔 배어있는 것도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햇볕은 따갑고 뜨거웠다.
날은 덥고 몸은 아프고.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내시기 참으로 힘든 무더운 시간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나는 무섭게 더운 여름날.
이렇게 더운날 붕붕카할머니랑 윙크할머니가 그림책벤치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덥제?"
"네...더운데 ?울 할무니들 안 나오셔도 되는데..."
죄송스러워서 고개도 못드는 내게 붕붕카할머니가 내손을 끌어다 잡으신다.
"그라는 선상님은 왜 나왔는데?"
"저야 ?"
"뭔일이 있었기에 그렇걱 풀이 팍 죽었노. 어서 읽어봐라. 우리는 김선생님이 읽어주는 그림책이 참말로 잼난다."
오늘은 할머니들의 이 말씀이 눈물나게 감사했다.
"할무니, <해님 달님> 이 이야기 알아요?"
"글쎄 아는 것도 같고 모리는 것도 같고"
붕붕카할머니가 그림책을 뒤적이시며 고개를 갸웃하신다.



 
범은 수수밭에 '툭' 떨어져 수숫대에 똥구멍이 찔려 그만 죽고 말았어.
지금도 수숫대에 불긋불긋 빨간 점이 있는건 그때 범의 피가 묻어서 그런거래.
그림책을 읽다가 나는 수숫대가 진짜 붉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무니, 진짜로 수숫대가 붉어요?"
"그럼 붉은 것도 있고 아닌 넘도 있고..." 윙크할머니가 대답을 주셨다.
"수수대가 다 붉은게 아니예요,할무니?"하고 내가 다시 또 여쭈니 붕붕카할머니가 머라카노하는 얼굴로 말씀하신다.
"수수대가 붉다고? 붉기는 머시 붉어? 수숫대가 파랗지.수수가 빨갛다고 수수대까지 빨개? 수수대는 파랗다."
그러자 옆에 앉으신 윙크할머니 싱글벙글 웃으시며 또 답을 주신다.
"붉대잖어.이 책에서 그러잖아. 호랭이가 떨어져서 피가 묻어서 수수대가 붉다고 써 있네.
그러니 범 똥구녕에서 나온 피가 묻은 수수는 붉고 아닌건 안 붉고 그런 것이지."
"아~ 그것은 그렇다고 지어낸 얘기고 수수대는 우짜든 파랗다. 수수는 붉은게 맞고."
붕붕카 할머니가 파랗다를 강조하며 입을 실룩실룩하신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우신지 나는 농이 하고 싶어졌다.
"아이쿠 도대체 우리 할무니는 왜 이렇게 똑똑하실까여?" 하며 붕붕카할머니 팔짱을 끼니 붕붕카 할머니가 씩 웃으며 이러시는거다.
"왜냐고? 궁금해?"
"네, 할무니 궁금해요."
"그건 말이야~며느리도 몰러~"
 
하하 재밌다. 울 할머니들 이바구.
출판사에서 할무니, 할아부지들 책 안 내줘도 나는 개안타. 이렇게 울 할무니 할아부지들에게 잼나게 책 읽어드리면서 행복하면 그거로 나는 됐다.
더운 이 여름날 울 할무니들 모쪼록 건강하게 거뜬하게 잘 이겨내실 수 있도록 해님 너무 세게 빛나지마셔요.그리고 달님 밤에는 울 할무니 하부지들 시원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찬바람 가득 담아 밤새 비춰주셔요.비나이다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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