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혁명과 사회적 경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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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혁명과 사회적 경제(2)
  • 차성수
  • 승인 2022.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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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칼럼]
차성수 / 인천YMCA 국장

로봇이 인간 노동을 모두 대체하는 로봇 혁명 이후에는 모든 가치의 근간인 인간 노동이 사라지므로 시장 자체가 사라지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체제가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사회적경제의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를 고민해보자.

이쯤에서 사회적경제의 이상을 다시 되짚어보자. 원래 사회적경제의 목적은 무엇이겠는가. 기업 소유의 독점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를 사회화하여 사회의 공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법론으로는 기업 소유의 사회화가 있을 수 있고, 사회화를 위한 수단으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이 있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독점적인 사적 소유가 가져오는 폐해를 사회화하여 사회의 공적 이익에 맞도록 하는 것이다.

로봇 혁명 이후의 시대에서 로봇이 사적으로 독점 자본에게 소유된다면 경제 체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인간노동이라는 재화의 배분 기능이 경제 체제를 유지 가능하게 해왔지만, 로봇으로 인간노동이 소멸하면 재화의 배분 기능이 소멸되기에 경제 체제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 노동이 사라진 후의 경제 체제의 미래는 두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기본소득 등의 방법으로 복지국가화하여 극도의 독점 자본의 특혜는 유지된 채 저소득으로 평준화된 시민들이 살아가는 경제체제이다. 몇몇 최상위 부자들의 입에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 노동으로 분배되던 구조가 파괴되면 시장 경제 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노동으로 재화를 분배하던 기능이 인간노동의 소멸로 상실되자 독점 기업의 독점적 특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라는 방법으로 재화 분배 기능을 보완해야 하고, 그래야만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혁명을 통해 인간 노동과 상품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몰락하고, 모든 로봇은 공공에 귀속되어 모든 생산은 공공 시스템이 진행하고, 재화의 배분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산주의적 체제이다. 혁명이 없이는 그러한 특권을 지닌 기득권층의 방어적 개혁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의 노동이 소멸해도 특권층을 없애는 일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없애는 일은 결국 정치적인 일이며 새로운 체제를 제안하는 사상과 그것을 끌어내려는 사회운동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회 혁명이라는 대 사건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지금 진보적이고 보편복지적이라고 이야기되는 기본소득 제도라는 것이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독점 귀족 자본이 살아남고 타 시민들은 저소득 평준화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기본소득 제도가 갖는 복지적 효과로 현재에는 의미가 있기에 지금 시점에서 반대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여러가지 정책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고 사회적경제의 기본 정신에 입각하여 제대로된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복지영역의 담론으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서도 사회적경제에 관점에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 노동이 점차 사라져가는 경제 체제 내에서 어떠한 방식의 경제적 방식이 사회적경제에 걸맞는 것이 될 수 있겠는가?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적경제로 제시되었던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의 방식은 자본의 독점을 사회화하는 대안으로서 제시되었던 것이다. 협동조합은 자본가의 독점적 이윤을 노동자에게로 배분하여 사회화하는 방식이었고, 사회적기업은 이윤을 공공영역에서 사용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방식은 모두 인간 노동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서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방식이다.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은 노동이라는 축을 제외하고도 기업의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지, 그럴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의 형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경제라는 기본적인 공적 가치 추구의 근본적 원칙 속에서 모든 인간에게 경제적 재화가 올바르게 배분될 수 있는 경제 체제에 대한 창의적인 발상과 기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러한 장기적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첫걸음으로 제시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시도는 무엇인지를 발상해내고 그 시도가 지금 이 시점에 선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시장이 없이 배분이 정의롭게 실현되는 경제 시스템과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생산과 소비의 대안적 주체 형식을 완전 새롭게 구상해보아야 한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서 착안된 선물 경제와 같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것을 상상해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독점적 편취를 해체하려는 사회적경제의 근본 취지나 목적에 부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모든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사회에서 지금처럼 경제라는 것이 주도적인 위상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인간의 본질을 노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겠는가? 매우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노동과 문명의 발전, 성과의 달성, 근면함과 성실 이 모든 긍정적인 단어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어가 될 수 있다. 그 때는 놀이와 나태, 예술과 여유 이러한 단어들이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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