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극장→북성포구→양키시장 - 사라지는 장소, 소환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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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극장→북성포구→양키시장 - 사라지는 장소, 소환되는 사람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2.12.19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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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마닐라 단관극장 통해 기억 소환
나오미 기획전 ‘사라지는 장소_소환되는 사람들’, 19일부터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사라져가는 단관극장을 주제로 미림극장과 청계전 바다극장을 담은 기획전을 열었다. 그 다음 전시는 인천 해안선의 상실과 북성포구 매립이라는 주제로 넘어간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그동안 진행해온 리서치 결과를 모은 전시 한편을 기획했다.

나오미 작가가 인천아트플랫폼 C동에서 19일부터 자리를 편 특별전 ‘사라지는 장소_소환되는 사람들’이다.

“장소의 상실에 주목해왔습니다. 근현대 역사성이 담긴 장소가 어느날 깨끗이 사라지고 말죠. 이제 그곳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버립니다. 장소의 역사성을 아카이빙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회화를 전공하다보니 방식은 그림이 되기도 하고 다른 이와 공동 작업을 통한 사진, 영상이 되기도 합니다.” 나오미 작가가 그동안의 작업 의도를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을 거는 작가의 입장이 아닌 기획자로 나섰다. 필리핀 크리스 브린가스 영화감독과 이주용 사진·영상 작가를 초대했다.

두 작가 모두 사라져가는 극장을 모티브로 기록 작업을 해온 이들이다. 크리스 감독은 마닐라 단관극장에 관한 영화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이주용 작가는 인천의 단관극장과 주변 지역성의 변화를 사진으로 표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미림극장에서 전시 ‘극장 디오라마_환대의 장소’를 연데 이어 오성극장 뒤편 양키시장을 중심으로 사라지는 장소와 사람들을 기록했다.

“인천과 마닐라가 역사적으로 상당히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개항지로 전쟁 이후 비슷한 변화를 격은 역사를 지녔더군요. 2013년까지 쓰인 필리핀 화폐에 50년대 한국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이라던가 심지어 맥아더 동상이 있다는 점도 같죠.”

전시에서는 크리스 감독 영상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며’를 상영한다. 마닐라 거리의 극장을 배경으로 성대했던 모습에서 쇠퇴하기까지 여정을 짧은 다큐로 담았다.

 

크리스 브린가스 영상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며’ 중 스틸 사진
크리스 브린가스 영상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며’ 중 스틸 사진
이주용 영상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 양키시장'  백릿패널'

이주용 작가의 양키시장을 기록한 영상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 상영과 대형 패널도 설치했다.

두 지역의 항구 사진 등 예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마닐라와 인천이라는 장소에서 기억의 파편을 발견하고 사진과 영상 매체로 새롭게 맥락화하거나 그 매개체들을 기록하며 시각화합니다.” 기획자가 말하는 전시 의미다.

특별히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이 작가의 영상 제목 ‘환한 어둠이 살고 있는 장소’을 그대로 가져와 타이틀로 썼다. 영상 속 장소의 유령들을 이정자, 모지민 두 퍼포머를 통해 전시장으로 소환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이정자 만신과 정체성을 구분 짓는 사회를 향해 퀴어축제를 주도한 모지민씨가 이끄는 퍼모먼스입니다. 양키시장 안에 국립국악원이 있었고 민천식 봉산탈춤 예능보유자가 살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민 선생은 해서탈춤 복원과 봉산탈춤이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역할을 하신 분입니다. 퍼포머들은 선생과 활동했던 장소를 소환하는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전시장 중앙에 ‘유령의 소환’이라는 작품을 설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퍼포먼스는 21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된다.

“사라진 이미지들이 현재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기획자가 전시 의미를 환기시킨다. 2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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