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남단 섬, 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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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남단 섬, 마라도!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12.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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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제주여행2] 외딴섬 마라도의 이야기를 듣다
마라도를 안내하는 지도를 새겨 놓았다.
마라도를 안내하는 지도.

 

한반도 최남단은 마라도. 행정구역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한다. 마라도는 제주 본섬에서 남쪽으로 배를 타고 30여 분을 가야 하는 섬 중의 섬이다.

마음 헛헛한 초겨울, 송악산항(산이수동항)에서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마라도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마라도 가는 뱃길이 만만찮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상당히 출렁인다.

 

송악산항에서 마라도 가는 배터.

 

거친 파도도 숨을 고른다는 마라도! 해안은 오랜 세월 모진 바람과 파도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자연이 빚은 주변 풍광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섬은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되었다. 마라도는 난대성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짧은 시간 배를 타지만, 우리나라 최남단의 땅을 만나는 기다림에 마음도 설렌다. 마라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섬 입구에 마라도를 안내하는 지도가 돌에 새겨있다. 초겨울의 마라도는 아직 가을빛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끝이자 시작인 땅. 중천에 뜬 해가 살포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넓은 평원에 낮은 언덕. 길을 걷다 만나는 억새 숲이 바람결에 숨을 쉬고,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하나가 예사롭지가 않다.

 

아름다운 자연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마라도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있는 통일기원비. 시야가 확트인 조망이 그만이다.
마라도의 멋진 풍광.
마라도의 멋진 풍광.

 

남한 최남단 마라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움을 시작해 본다. 여기 마라도를 다녀가는 사람들은 꼭 세 가지를 한단다. 섬 둘레를 바쁠 것도 없는 걸음으로 걷는 것이고, 최남단 비석에서 인증 사진 찍고, 그리고 마라도 명물이 된 짜장면을 먹는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외딴섬 마라도에 무려 10여 개의 자장면집이 있다는 게 의외이다. 가게마다 손맛과 특징이 다를 터. 마라도를 찾은 여행자들이 이 집 저 집 자장면집 앞에서 서성인다. 나는 비교적 덜 붐비는 가게를 찾았다.

 

마라도에 먹는 자장면. 마라도에서 생산한 해산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색다른 맛이었다.
마라도에서 먹는 자장면. 해산물이 들어가 그런지 색다른 맛이었다.

 

손님을 대하는 주인이 친절하다. 말랑말랑한 면에 톳이 들어가 터지는 느낌이 참 좋다. 금세 한 그릇 뚝딱이다. 육지에서 먹는 자장면과 별로 다를 게 없지만, 멀리 떨어진 섬에서 먹는 맛이 새롭다.

이제부터는 마라도 산책. 마라도 '할망당'이란 이정표가 발길을 붙잡는다. 원래는 '애기업개당'이라 불렀으며 돌담의 사당이다. 여기에는 마라도가 무인도일 때 있었던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슬픈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매당.
슬픈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망당'.

 

모슬포 해녀들이 애기업개(아기를 돌봐 주는 여자애)를 데리고 마라도로 물질을 나왔다. 마라도 바다는 해산물이 풍부해 모슬포 해녀들의 주요 작업장이기도 했다. 어느 맑은 날, 해녀들은 며칠 치 식량을 챙겨 마라도로 물질을 나왔다. 직업을 끝내고 돌아갈 즈음, 해녀들은 바람이 휘몰아치고 매서운 파도에 마라도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갇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해녀의 꿈에 애기업개를 떼어놓고 가면 무사하지만, 이를 어기면 배가 뒤집혀 고기밥이 될 거라 현몽했다. 다음날, 애기업개에게 섬 언덕에 아기 기저귀를 놓고 왔으니 가져오라 속이고 해녀들은 배를 타고 출발하였다. 몹쓸 짓을 했는데, 바람은 잠잠해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해녀들이 마라도를 다시 찾았을 땐, 바닷가에는 애기업개의 유골만 남았다 하지 않은가! 자기들 때문에 울다 지쳐 목숨을 잃었을 한 생명에 해녀들은 가슴을 치며 슬퍼했다고 한다. 그 뒤 애기업개의 넋을 달래기 위해 당을 만들고 제를 지냈다.

누가 갖다 놨는지 당에는 재물이 놓여있다. 마라도의 안녕과 평화를 담은 기원일 것 같다.

 

느낌이 남다른 최남단의 섬

발길은 마라도 남쪽 끝 마을로 향한다. 마라도 면적은 0,3제곱킬로미터이고, 해안이 4,2킬로미터. 최고 높은 곳은 해발 39미터의 평원이다.

마라도 억새의 물결이 장관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광이 참 아름답다.
마라도 억새의 물결이 장관이다.
길가에서 자주 만나는 갯쑥부쟁이. 보라색 꽃이 참 예쁘다.
길가에서 자주 만나는 갯쑥부쟁이. 보라색 꽃이 참 예쁘다.

 

길가에 파란 식물들이 기지개를 켠다. 노란 산국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선인장 군락지가 여러 곳이다. 특히 어여쁘게 핀 갯쑥부쟁이가 반긴다. 보라색 꽃잎 아래 파릇한 이파리는 쑥을 닮았다. 매서운 바람을 이기고 활짝 핀 보라색 꽃이 참 예쁘다.

드디어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눈앞이다. 여행자들은 우리나라 최남단에 도달한 것을 기념하느라 인증샷을 찍으면서 즐거운 표정이다.

 

한반도 최남단비를 상징하는 비석. 아내도 인증샷을 남겼다.
한반도 최남단을 상징하는 비석. 아내도 인증샷을 남겼다.

 

마라도는 인구 150여 명이 안 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작은 마을에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이야기가 숨어있다. 섬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발길을 붙잡는 듯싶다.

마라도에는 개신교 교회를 비롯한 석가모니가 직접 불법을 펼쳤다는 이름의 절이 있다.

 

마라도 성당. 단아하고 멋이 있었다.
마라도성당. 단아하고 멋이 있었다.

 

그리고 단아하고 아름다운 성당도 있다. 얼핏 보면 거북이 연상되지만, 지붕은 전복 껍데기 모양을 하고 있다. 이색적이다. 천장은 빛이 들어오는 5개의 창문이 있다. 그래서인지 성당 안은 단아하고 정갈하다. 잠시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다. 마라도 성당은 정기적인 미사는 따로 없으나 사제를 대동하고 순례하면 이곳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한다.

 

마라도등대. 뱃사람의 등불이자 희망의 불빛을 비춘다. 

 

성당에서 좀 더 오르니 마라도 언덕배기에 등대가 우뚝 서 있다. 100년이 넘는 등대라고 한다. 마라도등대는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선박들에 최초로 보이는 희망의 등불이고, 우리 영토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불빛이리라. 등대 앞에는 세계해도에 표시된 등대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 팔미도 등대 모형도 멋들어지다.

마라도를 쉬엄쉬엄 걷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아쉽다. 바람에 물결치는 억새가 경이롭다. 마라도가 참 사랑스럽다.

 

마라도에서는 잠시 사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마라도에서는 잠시 사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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