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을 가득 채운 詩心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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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을 가득 채운 詩心의 온기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23.12.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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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회 배다리 시낭송회 - 나도 시인이 되는 날

 

제 146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30일(토)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아벨 전시관 2층)’에서 ‘나도 시인이 되는 날’로 열렸다.

배다리 시낭송회의 12월은 참석자들이 이끌어간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나 창작시를 낭송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연령도 다르지만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2시간 동안 자신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참석자들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이날 아침부터 눈이 내리더니 낮에는 비로 바뀌어서 하루만 남은 계묘년의 토요일은 더 춥고 스산했다. 오후 2시가 되어 시낭송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꾸준히 오시는 분들만 보이고 빈 의자가 많았다. 그런데 놀라운 마법이 일어났다. 한 분 두 분 오시더니 어느새 시 다락방의 의자는 모두 주인을 만났고 사람의 온기로 공간은 훈훈해졌다.

올해 마지막 시낭송회인데 사람들이 적게 올까 봐 걱정이 되어 왔다는 분들의 고백에 모두 따뜻한 박수로 그 마음에 응원을 보냈다. 사람들이 많아서 빈 자리가 없을 거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오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해 준 분도 있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시낭송회가 16년을 이어올 수 있는 힘이 바로 참석자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는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시낭송회에 나오면서부터 시를 공부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고백부터 내년을 살아갈 기운을 얻으려고 시낭송회를 찾게 되었다는 용기 어린 마음까지, 참석자들은 자신의 보따리를 풀어서 진솔하게 들려주었고 서로 따듯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시낭송회에 처음 온 청년은 시낭송이 공간과 사람을 낭만적으로 변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들려주었는데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47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2024년 1월 27일 (토) 오후 2시 유성규 시조시인을 모시고 열린다.

 

황 도

                            최 정 해

 

단골 과일가게 가니 여러 과일 중에

내 눈을 끄는 것은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한

황도였다 주인한데 이 복숭아 맛있어요 하니

맛 들었어요 한다, 대답이 묘하다.

 

내가 원하는 답은 맛있어요 사세요다

맛들었어요와 맛있어요는 다르다

얼른 들으면 같을 것 같지만 손님을

헷갈리게 하는 말이다.

 

밖에 점원한테 또 물었다 이 복숭아

인물만 좋은지 맛있는지 궁금해요 하니

복숭아 익었어요 한다 그 대답도 묘하다

익은거야 나도 안다 팔기위한 말이다.

 

장마철에 특히 복숭아는 겉이 좋다고

맛나는게 아니다 주인한테 맛있으면 또 사러오고

맛없으면 안온다니 무슨 소리요? 과일이

맛있을 수도 있고 맛없을 수도 있단다.

 

그말은 맞는 말인데 맛없으며 오이나 사다먹지

왜 돈 더 주고 과일을 사 먹을 필요가 있을까

옛날 신혼시절 단칸방에서 첫아이 임신했을 때

속 메시꺼워서 한동안 매일 조금씩 사 먹었지

복숭아만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복숭아 집에 가서 먹어보니 맛이 그냥 그랬다

장사가 맛있다고 말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

장마 끝나면 사다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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