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이면에 감춰진 행운, 검암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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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이면에 감춰진 행운, 검암동에서
  • 유광식
  • 승인 2024.02.1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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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22) 서구 검암동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검암사거리, 2024ⓒ유광식
검암사거리, 2024ⓒ유광식

 

얼마 전 함박눈이 내렸다. 지난 얼룩을 모조리 덮기에는 모자란 양이었지만 기분만큼은 크게 들어찬 날이었다. 2월 중순은 졸업 시즌이기도 하고 정월 대보름을 목전에 두고 있어 나물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묵은때를 벗기고 새 마음을 돋워야 하는 시기가 반갑게 다가오고 있다. 요 며칠 날씨가 따듯했는데 마중 나간 겨울이 부려 놓은 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초입에 선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해 본다. 달라진 풍경은 아닌데 달라질 풍경을 마주하는 이유와 마음가짐은 무얼까 말이다. 인근 아라뱃길 아래 검암동을 찾아 흐르는 사고를 풀어 보았다. 

 

마을의 어느 자재상(메인 진열장에 다양한 베스트 삽), 2024ⓒ유광식
마을의 어느 자재상(메인 진열장에 다양한 베스트 삽), 2024ⓒ유광식

 

검암동(黔岩洞)은 서곶로가 중앙을 지나는 곳으로, 검단지구로 넘나들 때 매번 만나는 구역이다. 지하철 2호선 검바위역과 검암역이 있다. 두 역명이 표기만 다르지, 손바닥과 손등 같은 사이다. 좀 더 기지를 발휘해 보면 좋았겠단 생각도 스친다. 이곳은 서곶로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로 1지구와 2지구로 나뉜다. 최근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7년부터 6.6천 세대의 인구가 유입될 전망이다. 한편 검은 바위는 과연 어디에 있을지 하는 궁금함에 지난가을 찾아가 본 곳이 검바위역 아래 서인천고다. 바위는 학교가 비밀스럽게 품고 있었다. 무엇이든 가까이 존재하지만, 관심 두고 찾지 않는다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지나치기 일쑤다.

 

2008년 단장된 서인천의 검바위공원, 2023ⓒ유광식
2008년 단장된 서인천의 검바위공원, 2023ⓒ유광식
큰 바위 검바위, 2023ⓒ유광식
큰 바위 검바위, 2023ⓒ유광식
서인천고(1958~), 2023ⓒ유광식
서인천고(1958~), 2023ⓒ유광식

 

마을은 2000년대 들어 띄엄띄엄 들어서기 시작한 빌라 주택과 외곽을 감싸는 아파트로 점차 채워지기 시작한다. 한낮에 움직이는 자동차나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레고 블록이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서인천고 아래 간재울초를 지나 주택가 안쪽 길에 다다르면 단층의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마트(럭키)가 있다. 인근에 시장이 없어 이 근방에선 제일의 생활 쇼핑 공간으로 비친다. 걷다 보면 소공원 이름도 궁금하게 다가온다. 빈정내공원, 과기공원, 중동공원, 상동공원이라는 명칭이 조금 낯설었다. 알고 보니 간재울(하동), 검바위(중동), 바르뫼(상동)라는 지명 정보가 나와 우선은 부천(상동, 중동)과 괜한 연결을 단념할 수 있었다. 빌라 안쪽은 고즈넉한 분위기고 도로변만 바삐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같았다. 

 

간재울초 앞, 2024ⓒ유광식
간재울초 앞, 2024ⓒ유광식
간재울중 옆 검바위공원(근처 맛난 빵집이 있음), 2024ⓒ김주혜
간재울중 옆 검바위공원(근처 맛난 빵집이 있음), 2024ⓒ김주혜


1지구(상동)엔 검암도서관과 정희량유허지(험봉산)가 자리하고 검암초・중과 서구국민체육센터가 있다. 서구국민체육센터에 수영장이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용하고 계셨고 문화 수업도 열려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한편 검암역 앞에는 장모루(長牟樓) 공원이라는 작은 야산이 있는데, 전라도의 한 선비가 개경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중에 묵었던 촌에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로(지금은 권장할 일이지만) 큰일을 앞두고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서곶로(좌측 아래 중동공원), 2024ⓒ유광식
서곶로(좌측 아래 중동공원), 2024ⓒ유광식
서구국민체육센터(상동공원), 2024ⓒ유광식
서구국민체육센터(상동공원), 2024ⓒ유광식

 

검암사거리는 매우 복잡하다. 각종 노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경사면 도로이고, 진입 및 유도선이 자칫 초행 운전자에겐 혼동의 여지가 있어 늘 사고의 위험이 있다. 공항철도와 인천지하철 2호선, 나루터, 청라톨게이트가 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늘 많은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서다 보니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위태롭게 느껴진다. 마침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길을 건너며 할머니를 발로 차고 우는 등 떼를 썼는데,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꾸지람을 듣고야 말았다. 안 그래도 위태로운 구역(횡단보도)에서 아이 하원을 챙기는 할아버지・할머니의 고충과 아이 안전 걱정에 잠시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검암사거리(점선, 실선 따라 질서 있게), 2024ⓒ유광식
검암사거리(점선, 실선 따라 질서 있게), 2024ⓒ유광식

 

사거리 언덕 위 나무 한 그루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큰 나무이겠거니 했는데 수령 300년이 넘는 상수리나무(보호수)였다. 나무 허리둘레에는 명태 두 마리가 새끼줄에 묶여 있었고 말이다. 찾아보니 검암동 당제를 서구문화원과 당제추진위 주도(2021년부터 정식으로)로 지내오고 있었다. 나무가 서 있는 장소(검암사거리)가 매연・소음의 가혹한 환경이라 나무의 생장이 잘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검암동 당제는 한 해의 갈등과 부정을 해소하고 공동체로서의 마음가짐을 함양하는 마을 행사로,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쯤에 길한 날을 정해 제를 올린다고 한다. 상수리나무는 김포장릉 안에도 많이 심겨 있는데 ‘임금이 백성들에게 양식을 내어준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마치 늦게 도착한 다람쥐처럼 주변을 살피며 도토리를 찾는 나를 발견한다.

 

검암동 상수리나무(수령 350년 정도), 2024ⓒ김주혜
검암동 상수리나무(수령 350년 정도), 2024ⓒ김주혜
기찻길과 참나무길, 2024ⓒ유광식
기찻길과 참나무길, 2024ⓒ유광식

 

검암동은 봄 마중하기 참 좋은 곳이다. 지구개발로 인해 얼마간 시끄럽겠지만 큰 갈등 없이 매끄럽게 기어 변경이 이뤄지는 구역으로 거듭나길 바랄 따름이다. 올봄부터는 인근 시천나루, 매화동산, 동네 소공원, 서구국민체육센터, 험봉산 등 빠른 유속의 이면으로 눈 돌려 한 해를 평온히 걸어가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클로버를 발견한 것처럼.

 

꽃뫼산(좌)과 피고개산 사이 정상(계양산) 풍경, 2023ⓒ유광식
꽃뫼산(좌)과 피고개산 사이 정상(계양산) 풍경, 2023ⓒ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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