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국화저수지, 찬란한 힐링의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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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국화저수지, 찬란한 힐링의 윤슬
  • 고진현
  • 승인 2024.04.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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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따라 음악따라]
(6) 강화도 국화저수지의 윤슬(BGM - 고진현의 ‘세화리 윤슬’)
국화저수지 전경

 

이번 칼럼에서는 강화도 국화저수지를 소개하고 고진현의 ‘세화리 윤슬’을 추천한다. 윤슬은 빛이 물에 비춰서 반짝인다는 순우리말이다. 

4년 전쯤 강화도로 이사오기 전에 강화읍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달이 유난히 크고 밝은 날, 강화도에 사는 친구에게 말했다. “달 보러 가자!” 친구의 안내를 따라 그때 처음 국화저수지를 알게 되었다. 어두운 노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물 내음이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은은하게 빛나는 노란 조명이 국화저수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까맣게 물든 고려산자락은 큰 고래처럼 수면 위에 누워있었다. 하얗게 떠오른 보름달이 물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듯 밤하늘의 별을 딛고 서있는 느낌이었다. 

 

국화저수지 밤 윤슬
국화저수지 밤 윤슬

 

필자는 윤슬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이전에 제주도의 작은 바다 마을 세화리에서 1년을 살았다. 밤마다 바닷가를 걸으며 사색에 빠지곤 했다. 그날도 달이 까만 바다를 밝히고 있었다. 구름이 달을 잠시 가리면 윤슬도 사라졌다. 거센 바람에 물살이 일렁이면 윤슬은 춤을 췄다. 필자는 윤슬을 바다 위의 은하수라고 부른다. 그때 처음 윤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고, ‘세화리 윤슬’이라는 음악을 만들었다.

 

 

그때 이후로 윤슬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아련해진다. 무일푼으로 제주도에서 살았던 시절이 윤슬과 함께 떠오르곤 한다. 20대 중반에 처음으로 혼자서 긴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숙박과 식사를 해결했다. 치지도 못하는 기타로 노래를 만들고 밤마다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작은 공연을 선보이곤 했다. 그렇게 방랑하며 제주도 곳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긴 여행 속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기도 했다. 처음이었다. 내가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따스한 시선을 보내준 게. 그 시절 제주도에서 보낸 시간은 나를 대하는 방법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때부터 새로운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강화도 한 달 살기도 긴 여행의 연장선이었다. 한 달 동안 강화도에서 좋은 관계와 추억을 쌓았고, 3년 전에 이사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도 강화도에서 일상과 여행을 병행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국화저수지는 강화읍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꽃 이름이 아니라 국화리에 있어서 국화저수지이다. 생태문화로로 지정되어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다양한 식물과 꽃, 나비와 곤충이 공생하고 있는 곳이다.

필자는 저수지에서 밤낮으로 달리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둘레길이 잘 되어있다. 계절에 따라 꽃이 피기도 하고, 물이 얼기도 한다. 청둥오리가 놀고 물고기들이 산다. 근처에 강화나들길 15코스와 5코스로 이어지는 코스도 함께 걸을 수 있다. 크게 한바퀴 돌면 3.2km 거리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그늘이 없어서 너무 더운 여름에는 산책하기 힘들 수 있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 혹은 달이 밝은 날 천천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국화저수지 아침 윤슬
국화저수지 아침 윤슬

 

‘세화리 윤슬’은 4분의 3박자 왈츠 리듬의 잔잔한 포크 음악이다. 기타 선율과 목소리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밝은 듯 조금은 쓸쓸한 선율로 흘러간다. 윤슬처럼 반짝이는 시절은 찰나이다.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외부의 영향으로 그 빛이 잠시 사그라들기도 한다. 구름에 가려 윤슬이 사라지는 것처럼. 하지만 윤슬은 언제든 다시 빛날 수 있다.

우리도 윤슬처럼 누구나 그 빛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꾸만 움츠러들고 마음이 답답하다면 그건 자신의 무력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그냥 짙은 구름이 잠시 훑고 지나가는 것뿐이다. 흐린 날씨라도 괜찮다. 며칠 푹 자고 일어나면 빛이 새어 나와 금세 찬란한 윤슬을 만들어 낼 것이다. 자연 속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국화저수지의 윤슬을 보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

 

국화저수지 겨울 노을
국화저수지 겨울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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