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8회 배다리 시낭송회 - 동일방직 출신 정명자 시인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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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8회 배다리 시낭송회 - 동일방직 출신 정명자 시인 초청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24.03.3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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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역사를 이어가는 길이다"

 

제148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3월 30일(토)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아벨 전시관 2층)’에서 정명자 시인을 초청해서 열렸다.

정명자 시인은 1975년, 십대 시절에 인천 동일방직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다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운동에 눈을 뜨고, 1978년 동일방직 노조 '똥물 사건'을 겪으며 해고 당한다. 그 후 다른 회사에 입사하면 노동조합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하는 길을 걸어왔다. 평생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몸과 마음에 새겨진 올곧은 철학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오는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명자 시인은 1986년 시집 ‘동지여 가슴 맞대고’를 출간하면서 노동자 시인이 되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겪는 부당한 일을 기록해서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답답할 때면 자신을 다지고 이끌어가는 힘을 얻기 위해서 쓴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나왔다.

정명자 시인은 "글은 역사를 이어가는 길이고 ‘나’를 표현하는 진실이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 기록된 역사속에서 미래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낭송회에는 정명자 시인과 함께 노동운동을 하면서 힘든 시절을 살아낸 동지들이 많이 참석했다. 엄혹한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낭송 중간 중간 목이 메어 감정을 억누르기도 했다. 현재 시인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관계자들도 참석해서 정명자 시인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송도에 있는 인천현송중학교 진로 자율동아리 학생 다섯 명이 이은경 진로부장교사의 인솔로 참석, 시를 낭송하여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유튜브에서나 보던 행사에 자신들이 참석해서 직접 시를 낭송하는게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라고 감상을 전했다.

정명자 시인은 중학생들에게 글을 쓰는 삶을 살라고 강조했으며,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는 자신의 십대 시절에 어려운 책과 만난 경험을 들려주면서 힘들게 읽히는 책을 단어를 찾아가면서 읽어내는 경험을 한 번 해보라고 당부했다.

매화가 피자 곧 이어 피어난 산수유, 진달래, 목련꽃들로 아름다운 봄날에 배다리 시낭송회는 이날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시의 꽃을 피우며 따듯한 봄을 삶속에서 누렸다.

149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5월 24일(금) 오후 2시 공정업 시인을 모시고 열린다. 초청 시인의 사정으로 배다리 시낭송회는 17년의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요일을 변경해서 진행된다.

 

 

부활

                                 정명자

화려했던 꽃송이 머리가 꺾이고

싱그럽던 이파리 낙엽 되어

바람에 날려도 외롭지 않아

마른 줄기 사이에서 쩍쩍 벌어지는

또 하나의 생명인 씨앗이 있기 때문이야

머리가 꺾여 땅에 떨어져도

껍질을 깨고 다시 태어날 희망의 씨앗이 있기 때문이야

살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에 갈갈이 찢겨

땅에 묻혀 썩어져도 슬프지 않아

밝아오는 새 날

따뜻한 생명의 힘으로 부활하여

껍질 깨고 새싹으로 태어날 희망이 있기 때문이야

다시 하늘을 향해 마음껏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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