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문, 보문사 - 서해 섬들이 지긋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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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문, 보문사 - 서해 섬들이 지긋이, 한눈에
  • 김시언
  • 승인 2024.04.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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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이야기]
(40) 三山 사이 보문사
낙가산보문사 일주문
낙가산보문사 일주문

 

해수관음의 성지,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볕 따사로운 봄날, 석모도 보문사로 향했다. 석모도를 가려면 길이 1.54㎞인 석모대교를 건너야 한다. 2017년 6월에 개통된 석모대교는 내가면 황청리와 삼산면 석모리를 잇는 연륙교다. 개통식에는 강화군민이 많이 나와 축하하고 대교를 걸어서 건너는 행사에 참여했다. 필자도 그 자리에 끼어 ‘석모대교를 언제 걸어서 건너겠느냐’면서 참여했는데, 그때 석모도 주민이 특히 좋아한 게 생각난다.

석모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내가면 외포리에서 배를 타야만 석모도를 갈 수 있었다. 15분 정도 배를 타는 가까운 거리인 데다 배도 자주 다녔다. 하지만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석모도는 행정구역으로 강화군 삼산면이다. 삼산면이라는 지명은 석모도에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 3개의 산봉우리가 산(山)자 처럼 생긴데서 유래했다. 보문사는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있다.

보문사는 해수관음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수관음 성지는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가 꼽힌다. 관음성지는 ‘관세음보살님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라는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를 빌면 기도가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취업이나 입시철이 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마애관음좌상이 있는 곳에서 보이는 바다와 갯벌.
마애관음좌상이 있는 곳에서 보이는 바다와 갯벌.

 

보문은 ‘넓은 문’이라는 뜻

3월 하순, 오후 두 시께 보문사 입구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일요일이고 한낮 온도가 20도가 돼 나들이하기에 좋아서 더 많은 것 같았다. 매표소에는 ‘우리 사찰은 문화재관람료를 유지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문화재관람료 감면은 ‘국가지정문화재’(65개소)에 한정되며, 우리 사찰의 성보는 ‘시도지정문화재’(5개소: 강화 보문사, 부여 고란사, 남해 보리암, 무주 백련사, 영주 회방사)입니다.’라고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사찰 관람료가 모두 없어진 줄 알았는데 ‘시도지정문화재’는 유지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일주문에는 ‘낙가산보문사(洛迦山普門寺)’라고 쓰여 있다. 보문사가 있는 산을 낙가산이라 부르는데, 이는 관음보살이 머문다는 보타락가산의 줄임말이다. 보문사는 가람이 바다가 보이는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마애관음보살상이 바다를 바라본다. 보문(普門)은 ‘넓은 문’이라는 뜻이다.

 

극락보전 건물 앞.
극락보전 건물 앞.

 

일주문을 지나고 절 입구부터 경사진 언덕길을 300m쯤 걸어 올라가야 절 마당에 다다른다. 걷기 힘든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해서 차량 운행도 하고 있었다. 표를 받는 분이 노인분들에게 친절히 안내하고 있었다.

길 양쪽으로 잘 자란 소나무를 끼고 언덕길을 오르면 길 끝에 400년 된 은행나무가 나오고, 그 나무를 지나자마자 너른 절집 마당이 나온다. 절집 마당에는 예불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려퍼졌다. 극락보전으로 기도하러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이 많았다.

극락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큰 건물이다. 불단 상단에 아미타불상과 좌우 협시로 대세지보살과 관음보살상이 있고, 중단에 신중탱화, 하단에 지장보살이 봉안돼 있었다. 상단 뒤편으로는 모두 3000분의 옥불상이 봉안돼 법당의 장엄함이 더욱 더 느껴졌다.

보문사 창건설화 중에서는 선덕여왕 4년인 635년에 희정대사가 창건했다는 내용이 가장 신뢰를 얻는다. 희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다가 강화 삼산면 매음리의 산에 와서 절을 창건하고 관음보살의 성스러운 행적을 본떠 산 이름을 낙가산이라 짓고 절 이름을 보문사라 하였다.

 

마애관음좌상 - 보러가는 길
마애관음좌상 - 보러가는 길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

이제 눈썹바위에 있는 마애관음보살상으로 가보자. 극락보전과 관음전 사이로 마애관음보살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계단 입구에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문구를 보면서 어떤 소원을 빌까를 생각했다. 여기부터 지그재그로 놓인 돌계단을 1㎞쯤 올라가야 한다. 눈썹바위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급하다 보니 지그재그로 놓인 계단을 놓았다. 힘들면 계단이 꺾일 때마다 잠깐 쉬면서 숨을 고르면 덜 힘들다. 사실 그렇게 올랐어도 필자는 힘들어서 자주 숨을 내쉬어야 했다. 오를수록 다리가 무겁고 뻐근했다. 계단 양쪽으로는 등이 달렸고, 등에는 소원하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주로 사업 번창과 가족의 건강을 비는 내용이 많았다.

참, 이 계단에는 계단 수를 의미있게 배치했다고 한다. 처음 12계단을 오르면 좌우에 석등이 하나씩 있고, 다시 108계단을 오르면 ‘관음성전게단불사공덕비’가 있고, 또 108계단을 오르면 한 쌍의 석등이 있고, 또 118계단을 오르면 반야용선이 있고, 48계단을 더 오르면 마침내 마애관음좌상이 있는 곳이 나온다. 계단 수는 모두 418개라고 한다.

드디어 마애관음좌상에 도착. 마애관음좌상은 1928년에 배선주 주지스님이 있을 때 새겼다고 한다. 관음좌상은 약간 비스듬히 나와 있는 바위에 새겨졌는데, 위쪽 바위가 지붕처럼 돌출돼 있어 비바람으로부터 관음부처님을 가려주고 있다.

관음좌상은 네모진 얼굴에 커다란 보관을 쓰고 두 손을 모아 정성스레 정병을 받든 채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다. 얼굴에 비해 조금 크게 느껴지는 코, 입, 귀는 투박하지만 그래서 서민적이다. 이곳에서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면 다 이루어진다고 해, 불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불자들은 방석에 앉아 기도하거나 108배를 했다. 또 휴일이어서인지 전국에 있는 사찰 몇 군데에서 단체로 온 것 같았다. 불자들은 영험있는 기도처인 이곳을 많이 찾는다.

 

눈썹바위와 마애관음좌상.
눈썹바위와 마애관음좌상.

 

바다와 갯벌이 햇살에 반짝이고

마애관음보살은 불자들이 기도하고 절하는 모습과 서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길을 따라 필자도 몸을 돌려 뒤돌아섰다. 아, 물 들어오는 바다와 갯벌이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멀리 서쪽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보였다. 해 질 무렵에는 더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으리라. 필자의 지인은 이 풍광이 너무 멋져서 문득 불심이 생겼다고도 했다.

보문사에는 둘러볼 건물이 많다. 관음신앙의 성지요 유명한 나한도량답게 관음과 나한신앙에 관한 유적과 유물이 많다. 절 위쪽 눈썹바위 아래 새겨진 마애관음좌상과 나한의 신통력이 어린 나한 석실이 있다.

와불전은 절 마당을 들어서면서 왼쪽에 있으며, 열반 당시 석가모니의 모습이다. 오른쪽으로 길게 누워 오른쪽 손으로 얼굴을 받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보문사 와불상은 길이 10미터이고, 와불상을 받치는 열반대는 13미터나 되며 구름무늬가 새겨져 있다.

와불전 옆으로 삼층 사리탑이 있고, 이 탑에는 모두 서른세 분의 관음보살상이 표현돼 있고, 각각의 관음보살상 머리 위에는 용머리가 배치돼 있다.

석실에 봉안된 23분의 나한상은 눈썹바위의 마애관음보살좌상과 더불어 보문사의 대표적 문화재이다. 보문사가 관음신앙의 성지이자 나한신앙의 대표적 도량이 된 것은 이 석실에 있는 나한상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 석실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석굴사원이다.

삼성각은 나한전 석실 뒤쪽에 있고, 그 옆에는 용왕전이 자리한다. 용왕단은 마애불로 오르는 길 도중에 있다. 용왕단에서는 각자 소원을 담은 소원지를 싸서 유리병에 100일 동안 보관하고, 100일이 지나면 소원지를 꺼내 스님이 축원하고 태운다고 한다.

 

와불전
와불전

 

또 보문사에는 오래된 나무가 많다. 석실과 범종각 사이에 600년이 된 향나무가 자란다. 이 향나무는 한국전쟁 때 고사한 것 같았다가 3년 뒤에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느티나무는 향나무 옆 천인대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두 그루가 나란히 있다. 300살가량 됐다고 한다. 또 절집 마당에도 600년 된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보문사의 과거를 오랫동안 지켜본 나무, 현재와 미래도 함께할 나무들이다.

 

보문사에는 큰나무들이 많다.
보문사에는 큰나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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