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나부터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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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나부터 줄여야'
  • 배영수
  • 승인 2011.10.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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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도 하루 700여톤 배출 … "영업장 노력으론 한계 있다"

공익광고협의회의 음식문화 개선 TV광고 화면 캡처

취재 : 배영수 기자

평소 TV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케이블이나 공중파 TV를 시청하다가 "버려야 할 것은 잘못된 음식문화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각종 자동차들이 바다에 버려지는 공익광고 한 편을 본 일이 있을 터이다. 그 광고에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이 연간 약 20조 원에 이르며, 이는 중형차 약 100만 대를 버리는 것과 같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말 그대로 '광고'이기에 조금은 그 수치를 부풀렸다는 지적도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는 수준은 놀랍다. 1인당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0.32kg(320g). 이웃나라 일본의 3배이며 기타 선진국들에 비교해서도 아주 높다. 물론 "반찬이 많은 한식문화상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식 고유 문화가 음식물 쓰레기 낭비라는 '보편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는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두세 곳의 식당을 찾았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인천의 대표 관공서인 시청사 지하식당. 점심시간 즈음에 오는 민원인들도 3천 원 가량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배식을 받는 곳에는 '배식은 알맞게 음식은 남김없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12시 10분 경 시청식당 식기반납구.
벽에 붙은 표어 때문인지 잔반 줄이기 효과가 꽤 있는 편이다.

실제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보기 위해 식기를 반납하는 곳을 가 보니, 잔반통은 없었다. 대부분의 청사 직원들은 음식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단지 '몇 번 와본 듯한' 몇몇 민원인이 잔반인지 배식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음식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 배식구에 붙은 표어를 의식한 듯 아예 남기지 않거나 국 정도만 약간 남겼다.

식당에서 만난 시민 한모(32)씨는 "실제 시청식당에서는 음식을 남겼을 경우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저 표어가 식사하는 사람들을 의식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또다른 시민 유모(45)씨는 "잔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관공서라 그런지 뷔페 같은 데서 무더기로 버리는 모습은 별로 없어 보기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간 곳은 시청 근처 한 김밥전문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반찬이 조금만 나오니 더 필요할 경우 말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다른 손님 모습을 보니 남기는 것은 라면이나 냉면 등의 국물과 약간의 반찬 정도로 그리 심하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곳 주인 아주머니는 "여자분들이 가끔 수북하게 남기는 경우가 있어 음식을 파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다시 들른 구월동 인근 한 음식점에서는 많은 반찬이 남겨져 있었다. 이를 치우는 종업원도 힘겨워 보인다.
 
이렇게 몇몇 식당을 들른 후 인천시 관계자를 만나 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흥미로운 자료 하나를 건네주며 "음식물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관공서 식당이나 민간 영업장 노력으로는 효과가 크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에서 먼저 반 정도만 줄이려고 노력해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라며 자료에 인쇄된 그래프 하나를 보여줬다. 다음은 해당 그래프.


2010년 인천시 발생원별 음식물쓰레기 발생 추이 그래프.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인구밀집 지역에선 대부분 주택 음식물 쓰레기 비율이 매우 높았다. 연수구와 부평구 등 일반 음식점이 많은 곳에서 높게 나타나는 영업장의 비율을 따져봐도 높은 수준. 그는 "일반 영업장에서 그럴 수 없지만 가정에서는 음식이 남았을 경우 그대로 버리지 않아도 여러가지로 활용할 방법이 있지 않느냐"면서 "여성지 등에서 안내되는 '남은 음식 활용법' 같은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 역시 출근 전 아침을 들 때 먹다 남은 반찬을 이용해 먹고 왔다면서 웃기도 했다. 농담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가정에서의 솔선수범이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래도 인천은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2008년도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720톤, 2009년도가 711톤, 그리고 작년에 690톤으로 1인당 일일 발생량 역시 2008년 0.27보다 떨어진 0.25kg까지 줄어들었다. 그는 "인구가 더 많아졌음에도 이런 수치를 보인 건 그래도 시민단체와 모범 영업장 등 일부에서 가시적인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과 대전, 광주 등의 평균인 0.33kg, 그리고 전국 평균인 0.32kg보다 아주 낮은 수치"라고 했다. 그는 "시에서 영업장 등을 다니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먼저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함께 전했다.
 
한편 송영길 시장도 지난 해 한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는 워낙 염분이 많아 가축들에게도 사용하기 버거운 부분이 있어 결국 시민들 스스로 이를 인식하고 줄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던 바 있다.


월미도 인근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한 식당 주인은 "이건 저녁쯤 되면 금방 가득 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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