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지혜가 우리 갈 길 제시해 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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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지혜가 우리 갈 길 제시해 줄 터"
  • 남구 나이스미추 최향숙
  • 승인 2011.10.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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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는 사람들 '온고재'를 찾아서


지난 2009년 9월 남동구 구월동에 고전을 공부하는 서원인 '온고재(溫故齊)' 간판을 올리면서 발원문에서 이렇게 하늘에 고했다.

"저희는 그 동안 살며 소홀히 해왔던, 동서양 우리 선조님들의 온갖 고뇌와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는 고전들을 이 시대에 이곳 인천에 다시 끄집어 내볼까 합니다. 현실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사람인 이상 선조들의 고민과 우리의 고민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 못합니다. 다만 열심히 공부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저희가 얻은 것이 저희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임을 명심해 주위와 나누려고 한다면, 하늘의 도움이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간절히 바라노니 우리로 하여금 보다 성실하고, 보다 진지하고, 보다 겸손하게 이 일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늘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온고재는 동서양 고전을 공부하는 '평생학교'다. 그동안 공공도서관이나 문화원 등에서 단기강좌로 인문학이나 고전 강의가 있었지만 이곳 온고재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고전을 강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논어, 맹자, 금강경 등은 물론 자본론과 프랑스혁명사, 성서, 칼 폴라니, 20세기 서양음악사 등 동서양을 넘나들며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모여 공부하는 공간이다.

논어의 '온고이지신'에서 빌려온 '온고재' 수장인 이우재(54) 훈장은 인천 토박이다. 송월중학교와 인천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교시절 수학과 물리학에 천재소리를 들었던 수재였다. 하지만 서울대 재학시절 유신반대 투쟁에 뛰어들면서 제도권과는 인연이 멀어졌다.

지난한 삶을 거쳐온 그에게 왜 고전이냐고 물었더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보면서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 길을 찾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 명예, 권력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어울려 사는 것,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고 행복임을 고전은 알게 해 준다고 한다. 결국 부처의 자비나, 공자의 인(仁)이나, 예수의 사랑은 모두 같은 주제인 사랑을 다루고 있는 불변의 가치임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1주일에 4일을 각양각색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10여 평의 온고재 공간에 모여 논어와 맹자를 읽고 동양사와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영화를 분석하고 전문가 강의에 귀를 세운다. 강의 때마다 10명 남짓 사람들이 모이는데, 대부분 40대 전후 직장인들이다.

최근 8강으로 막을 내린 '근대이후 음악사'는 그 명성만큼이나 유명한 강사의 설명과 시청각을 동반한 입체적 수업으로 수강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 탄력으로 '근대이전 음악사'를 내년 1월초부터 연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을 위한 위로강좌 의미도 있다며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고 한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영화사'는 영화공간 주안 전문 프로그래머의 친절한 설명과 영화에 대한 전반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의 장면을 분석하는 시간을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월·화·목·금요일 저녁에 100분씩 진행되는 강의는 월요일 오후 2시에는 '논어', 저녁 7시30분부터 '사기열전', 화요일 저녁에는 '맹자', 목요일 저녁 '영화사', 금요일 저녁에는 '그리스 철학'을 진행중이다.

수강을 희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하면 된다. 온고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음 까페 '온고재'에 들어가거나 전화 010-7552-5835로 하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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