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로 주민들과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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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로 주민들과 소통하다
  • 이혜정
  • 승인 2011.1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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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풍물패 더늠' 이찬영 대표


'풍물패 더늠' 이찬영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문화·예술가(단체)는 '풍물패 더늠' 이찬영 대표이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올해 유난히 복고열풍이 불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의 복고풍 음악, 복고 드라마, 영화, 패션 등 다시 부모님 젊은 시절 '트렌드'가 유행으로 떠오른다. 연령을 불문하고 복고열풍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옛 정서를 느끼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우리 부모 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역시 옛 그 시절 문화에 대한 정서를 느끼며, 그 시절을 회상한다. 그 시절을 모르던 젊은이들은 색다르고 때론 촌스러운 그 문화에 흥미를 갖는다. 각 세대 문화 트렌드는 다르지만 복고에 열광하는 건 우리나라 정서에서 흥이 있기 때문일 터이다.

다시 세상의 빛을 보고, 더 거슬러 올라가 우리 문화와 정서를 스멀스멀 피워내는 '풍물패 더늠' 이찬영 대표를 만났다. 우리 전통 악기인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 등을 두드리며 예술가와 동네 주민 등이 함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풍물패를 이끌어가는 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대동놀이

'도시형 공동체 대동놀이'를 '레지던스화'하다

그는 전통놀이 중 하나인 대동놀이로 예술가와 주민들과 함께 전통문화예술을 즐기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열우물 신명이 살아 있는 강강술래 대동놀이 프로젝트' 레지던스에 도전했다. 그것은 인천지역을 넘어 전국 최초 시도이다. 미술과 같은 작품이 아닌, 전통풍물놀이라는 공연을 통해 낙후된 부평 십정동 달동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창작활동을 펼쳤다.

"전통예술을 하는 우리같은 이들이 산업화로 인해 소외된 공단, 빈민촌이라는 지역에서 새로운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를 만들어가면서 구도심의 활력을 불어넣는 공동체 대동놀이를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이 대표는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생태적인 휴머니즘 전통의 대동놀이를 현대화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예술문화가 바로 풍물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흥'이 있습니다. 풍물 역시 그 흥과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이지요. 우리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가 만들어지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 보니 떠오른 게 레지던스였습니다. 미술작품이 아닌 공연으로 풀어나간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연령과 직업 등을 불문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대동놀이 만큼 좋은 게 없지요."

인천의 대표적 달동네인 십정동 신덕촌 일대에 거주하며 도시형 공동체 대동놀이를 펼쳤다. 신덕촌 일대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해야 할 만큼 매우 낙후된 곳이다. 또한 새로 지어진 아파트 주민과 원주민 갈등이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그는 이곳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달동네인 십정동 신덕촌에서 레지던스를 펼치고 싶었습니다. 몇년 전부터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주민들 간 불화가 심하고 매우 열악한 지역에 웃음을 전하고 싶었지요. 또 더늠과 인접한 곳에 있어 장기적으로 주민들과 함께 전통문화를 즐기기에는 안상맞춤인 곳이기도 했고요."

그는 "더욱이 이 지역은 1990대 중반까지만 해도 마을에서 지신밟기, 단오제 등 주민 스스로 만든 마을 두레풍물패가 운영됐는데, 사라져가는 풍물패를 회생시켜 주민들 간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서 "그것이 문화예술을 통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두레적인 도시형 공동체 대동놀이로 주민들과 만났다. 일(노동)과 놀이가 결합된 형태의 공동체 문화가 있던 옛 농촌 공동체에서 발현된 대동놀이는 두레에서 주민 조직이 풍물굿, 마을굿, 연희굿과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티 아트'를 말한다.

이 새로운 작업을 통해 더늠, 원주의 광대패 '모두골'과 수원 풍물굿패 '삶터' 등 전통문화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십정동 신덕촌에서 6개월간 신나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문화예술이라는 게 무엇이겠어요?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마련된 무대를 찾아가는 문화예술보다는 몸빼바지를 치켜올려 입은 할머니가 동네 마실가듯 나와서 흥겹게 즐기는 게 더 가치 있는 진짜 문화 아닐까요?"

그의 말처럼 그런 문화예술을 십정동에서 끌어내려고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함께 어울렸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인형을 만들어 동네 퍼레이드를 펼치고, 탈놀이를 하며 함께 공동체 문화를 경험했다. 노동자, 동네 아줌마,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노래를 배우거나 강강술래 등과 같은 전통 놀이를 즐겼다. 마지막으로 주거환경개선과 대립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과 원주민들의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 대동놀이를 하며 소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대동놀이와 같은 공연을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접목하는 첫 도전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첫 시도라 미흡한 점도 많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게 많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 전통예술문화를 함께 배우고 즐기면서 열악한 지역에 새로운 문화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함께 즐기고, 심지어 동네 주민들이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거나 쌈짓돈을 꺼내주시는 어른들도 있고…. 건조한 자본주의 사회에 다시 옛 우리 조상들의 정겨운 두레문화가 피어나는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한 기차놀이

'대동놀이 레지던스화'는 지역문화예술 성장 기반

이 대표는 대동놀이와 같은 공연을 '레지던스화'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창작을 하면서 지역 문화예술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예술은 삶 속에서 자연히 묻어나와야 합니다. 대동놀이는 함께 어울려 노는 대표적인 공동체 문화예술입니다. 현대 문화예술도 중요하지만 우리 얼, 우리 문화가 어려 있는 놀이를 마을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는 "우리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어렵거나 낯설지 않은 우리 전통을 보존하고 향유하며, 우리것을 통해 창작하는 문화가 지역사회에 정착돼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서 전통놀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풍물패는 이벤트나 행사가 아닌 경우 특별히 공연할 만한 무대가 없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때가 많아 매우 안타깝다고 그는 덧붙였했다.

"풍물패는 많은 사람과 넓은 공간에서 함께 어울어져야 하기 때문에 설 만한 무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극장 내 무대는 협소하고, 그렇다고 관람객 접근성이 용이한 공간도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공원에서 공연을 하려고 시도를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공간을 마련해 공연을 했고, 그 돌파구를 찾은 게 마을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과 가까워지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흥겹게 놀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소통하고, 그 지역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민문화운동을 통해 성장한 풍물패 더늠

풍물패 더늠은 지난 지난 1992년 이후 만들어진 이래로 올해 19년을 맞는다. 처음 더늠은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이 열악한 지역의 노동자문화운동을 하면서 태동됐다. 그러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풍물패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학생들의 모임을 만들면서 동호회 회원들과 예술가 그리고 노동자들이 함꼐 즐기는 예술단체로 변모한다. 이후 2007년부터는 생활예술에 대한 창작을 통해 다양한 공연을 펼치며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풍물패로 자리 잡는다.

특히 더늠은 단순한 동아리, 예술단체가 아닌 사회변혁을 위한 문화운동을 펼쳤다. 예술활동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미약이 아닌 세상을 변화시키는 문화운동을 했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은 아름다운 미약을 넘어서 함께 어울리고, 함께 감동하고 동요하면서 사회변혁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곧 민중문화지요"라며 "이번 레지던스를 시도한 것도 놀이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지역내 새로운 시민문화바람이 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마련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여 년 이라는 시간동안 더늠이 해온 문화운동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이란 놀이라고 강조한다. 그림을 그려 감동을 주는 것, 악기를 쳐서 감도을 주는 것, 좋은 연극을 보고 감동을 주는 것 등을 통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끼는 것들이 모두 놀이의 하나라고 그는 말한다.

"앞으로도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를 펼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예술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작은 공간에서부터 주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놀것입니다"라고 마지막 바람을 그는 말했다.

이찬영 대표는 전통문화예술이라는 매개로 작은 마을 공동체로부터 지역을 넘어 전국, 세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민문화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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