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극 '홍도야, 울지 마라'를 보고
상태바
악극 '홍도야, 울지 마라'를 보고
  • 최일화
  • 승인 2011.12.10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고, 콧물 없이 볼 수 없는 '명편'

오랜만에 악극을 보았다. 며칠 전 인천문인협회 사무실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인천연극협회에서 악극 '홍도야, 울지 마라'를 공연하니 관람하라는 내용이었다. 마침 시간 여유도 있고, 언젠가 한번 시흥 산자락에 있는 '홍도야, 울지 마라' 노래비를 찾아가 감회에 젖은 일도 있고 해서 관람하기로 하고 아내에게 의향을 물으니, 기꺼이 가겠다고 한다.

그날로 오후 7시30분 공연을 보러 문학경기장 내 극장 '문학씨어터'로 갔다. 공연 시작 20분쯤 전이었다. 미리 온 관객들이 복도 벤치에 앉아 환담을 나누고 있고, 몇몇 스태프들은 이리저리 공연준비에 바빴다.

공연시간이 되자 정확하게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다. 신디사이저로 '홍도야, 울지 마라'가 은은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연상의 익살맞은 해설이 시작되었다. 연사는 연극협회장 봉두개씨였다. 먼저 무성영화를 흉내 내 내용을 요약하여 만든 흑백 영상이 옛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영상을 따라 익살스러운 연사 해설이 옛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남녀 세 명 각설이의 신바람 나는 각설이 타령이 서막을 장식한 후에 본격적으로 악극이 시작되었다.

간단히 내용을 소개한다.

"가난한 남매인 홍도와 오빠 철수. 홍도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방황하는 오빠를 위해 기생이 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홍도는 오빠 친구인 부잣집 아들 영호와 만나 사랑하고 영호 부친 도움으로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온갖 소모와 구박을 받으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중 원래 영호의 약혼녀였던 혜정이 나타난다.

영호가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가 있는 사이에 시어머니, 혜정, 그리고 시누이 봉옥의 계략에 빠져서 결국 시댁에서 쫓겨나게 된다. 다시 돌아온 영호는 그들의 계략에 속아 혜정과 결혼을 약속하게 되고 홍도는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시댁을 찾아가는데, 또 다시 혹독하게 봉변을 당하자 우발적으로 혜정을 칼로 살해하게 되고…. 이어서 순사들이 출동하고…. 뒤이어 검사가 된 오빠 철수가 등장하는데…."

이 악극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소재에 소극장이어서 배우들의 표정 하나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대사가 또렷해서 한 대목도 빠트리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재미를 더하는 것은 홍도가 곤경에 빠져 있을 때마다 명월관에서 같이 일하는 자매처럼 지내는 기생들이 찾아와 익살맞게 홍도 편을 드는 장면과,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홍도를 몰아내기 위한 끈질긴 계략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홍도 역엔 영화 '우리 사이의 가벼움'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겸 연극배우인 최두리, 오빠 철수 역엔 영화 '남부군'에 출연했던 방용원, 홍도 애인 영호 역엔 영화 '왕과 비'에 출연했던 이승찬 등 비중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여 작품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각색과 연출은 인천연극협회 회장인 봉두개씨가 맡았다.
 
어떻게 그 감동을 필설로 옮길 수 있겠는가. 나는 영화를 보며 몇 번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모처럼 극장을 찾았던 아내가 그런 연극 또 없느냐며 흥미와 호기심을 내보인 것은 또 다른 수확이었다.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는 딸들에게도 한 번 관람을 권해볼 참이다.

공연 일시: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일요일 오후 4시 공연. 단체 5천 원, 학생 8천 원, 개인 1만 원.

문의:☎032-862-968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