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 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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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 틈도 없어요"
  • 송은숙
  • 승인 2012.02.08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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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낸다
취재 : 송은숙 기자

봉사를 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지역 곳곳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어지간한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며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이혼상담,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합창단, 기자 활동까지~"

오영란(66)

오영란 씨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남동구 간석동에 사는 오영란씨는 초등학교 교감으로 2007년에 정년퇴임한 후 훨씬 바빠졌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여러 가지 봉사와 취미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찾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매월 인천지방법원을 찾아 이혼상담도 하고 있다.

"이혼상담을 했던 부부가 다시 합친다고 할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가정이 불안하면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으로 학교가 불안해지고 사회도 불안하잖아요."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유물해설 자원봉사자로도 활동 중이다. 이들 봉사는 모두 관련 교육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이혼상담은 상담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정년퇴임 전에 이미 자격증을 따두었다.

이뿐만 아니다.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의 '실버해피콜신문'과 '인천in' 시민기자로도 활동하며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만으로도 몸살이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하지만 여기에 더해 1주일에 세 번은 꼬박 합창단 연습을 하러 간다. 남동구립합창단과 다니는 교회의 합창단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싶어요. 여행을 좋아해서 식탁 유리 밑에 세계지도를 놓고 늘 떠날 꿈을 꾸죠. 틈틈이 써놓은 글들을 정리해 책도 내고 싶어요."
 
"봉사하려고 중국어도 배우죠"

이기영(64)
서울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봉사할 때의 모습이다. 
부평구 십정2동에 사는 이기영(인천시 외국어봉사단)씨는 외국어 자원봉사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임하고 나서 몇 년 간은 '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리해야 했다.

처음 외국어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때는 2009년이다. 인천관광공사에서 모집한 통역자원봉사 1기에 응모해, 8~10월에 인천에서 열린 '세계도시축전'에서 영어 자원봉사를 했다. 퇴임 전 회사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해외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한 덕분에 영어만큼은 자신이 있던 그였다.

"외국 출장을 다닐 때 선진국 공항에 내리면 나이 든 이들이 배지를 달고 웃으면서 봉사활동을 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나도 언젠가는 저런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세계도시축전 봉사를 시작으로 이씨는 인천에서 크고 작은 국제행사가 열릴 때면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G20 정상 회의,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등 서울에서 큰 국제행사가 열릴 때는 서울에 가서 봉사를 하기도 한다.
영어 봉사를 위해 매주 봉사자들끼리 모여 공부하고, 몇 년 전부터는 중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2014년 아시안게임 때 중국 방문객들이 많이 찾으면 자원봉사를 제대로 하고 싶단 욕심 때문이다.

"2009년부터는 4년째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두뇌를 자꾸 쓰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고,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사회에서 받았던 걸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은 생각에 열심히 공부합니다."
 
"받는 것보다 나누는 노년을 꿈꾼다"

이성희(74)
이성희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즐겁게 김장봉사를 하고 있다. 
"온통 붉은색 물결이 거리를 뒤덮었던 2002년 월드컵 때 처음 봉사라는 걸 해봤어요. 그때 인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자를 모집했는데, 온 국민이 신나던 때니 안내하면서도 힘든 줄 전혀 몰랐어요."

젊을 때는 항만건설 분야에서 일했던 이성희(관교동·보배봉사단 부단장)씨는 일흔이 넘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월드컵 이후로는 별다른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던 그는 3년여 전부터 보배봉사단에서 꾸준히 봉사에 나서고 있다. 회원이 360명이나 되는 보배봉사단은 홍보미디어팀, 행정팀, 관광안내팀, 문화예술팀, 교통수송팀 등 6개팀으로 나뉘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몇 차례 김장을 담그는 봉사를 했어요. 김치박스를 하도 날랐더니 어깨, 허리 할 것 없이 몸은 쑤셔도 기분은 좋았어요. 어디든 봉사활동을 가보면 봉사자들의 80~90%가 여성이다 보니 무거운 물건을 들 사람이 절대 부족해요. 더 젊은 사람들이, 이왕이면 남성들이 봉사활동을 많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영흥도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시설 '해피타운'을 찾았을 때 기억도 오래 남아 있다.

"우리 사회에 그늘진 곳들이 참 많아요. 건강하게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남들은 봉사를 받아야 할 나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봉사하는 노년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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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혜 2012-02-09 09:43:22
본문에 나와있듯이 [나도 언젠가는 저런 활동을 하면 좋겠다] 처럼 저도 생각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실천하게 될까요? 이렇게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글을 읽으면 멋지다~ 정말 닮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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