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 문학의 금자탑 '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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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 문학의 금자탑 '고라'
  • 최일화
  • 승인 2012.04.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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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에 가지고 간 6권의 책(1)

나는 72일 간에 걸친 인도 여행길에 오르면서 몇 권의 책을 배낭에 꾸리기 위해 서가를 살폈다. 비교적 다양한 책이 꽂혀 있는데, 읽지 않은 책도 많았다. 누군가의 독후감을 읽고 혹은 광고를 보고 강한 흥미를 느껴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들이다. 우선 10여 권의 책을 꼽아보았다.

한용운 시집, 이태섭 신부의 저서, 마더 테레사의 저서, 유종호 교수의 평론집, 그리고 「김광규 깊이 읽기」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결국 이 책들은 모두 제외되고 다음 여섯 권을 트렁크에 챙겨 넣었다.「고라」(Gora, 타고르의 장편 소설), 「Anger」(틱낫한 스님의 명상 서적),「산티니케탄」(하진희 교수의 산문집), 「우리가 사랑한 1초들」(곽재구 시인의 기행 산문집), 그리고 「빈곳」(김명희 시집) 등 6권이다.

그럼 왜 이 여섯 권을 선택했는지 6회에 걸쳐 책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오늘은 우선「고라」를 소개한다. 「고라」(Gora)는 타고르의 장편소설이다. 나는 영문판 고라를 2005년 1월 인도 여행 시 노점에서 구입했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매우 두꺼운 책이었는데, 읽어보니 내용이 수월하여 번역 없이도 읽을 것 같아 구입했다.

그 책이 중요하고 훌륭한 책으로 알고 구입한 것은 아니다. 시인 타고르 저서 중에 그 책이 자주 눈에 띈 것이 계기로 된 것이다. 그 책이 타고르의 중요한 저서이며 문학사에 빛날 명저라는 것은 훗날 알게 된 사실이다. 나는 이 책을 구입하여 한 달 동안이나 배낭에 꾸려가지고 다니다가 귀국했다. 몇 차례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방치해 두었는데, 왠지 해야 할 숙제를 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었다. 아마 그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연세대 유영교수에 의해 오래 전 번역된 것을 알았다. 그래 우선 번역본부터 읽기로 하고 구입했다. 그 책을 읽으면 타고르의 산문체 문장과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책을 구입해 놓고도 한동안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여행길에 가지고 가 틈틈이 읽기로 한 것이다.특히 이번 여행은 두 달 이상 타고르가 세운 대학이 있는 산티니케탄으로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타고르는 이곳에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거기에 살면서 많은 작품 활동을 했다.

지난 2월 3일부터 8일까지 캘커타에서 보내고 9일 기차를 타고 산티니케탄으로 와 지내면서 나는 틈틈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타고르가 살았던 옛집을 방문하고 나서 나무 그늘에서도 읽고 숙소에서도 읽었다. 이 책은 인도의 전통과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영국 식민통치 아래서 인도가 어떻게 자활의 길을 개척해 나갈지 그 비전이 담겨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그의 인간 세계의 집대성이요 또 인도 서사시의 현대적인 대표 걸작'(유영 교수)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타고르 연구의 권위자인 크리팔리니 교수는「고라」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맞먹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라」를 타고르의 소설 가운데서 최고 걸작으로 보는 것은 거의 견해가 일치하는데 , 그것은 다만 소설분야에서 뿐만 아니다. 이 작품은 또한 새롭게 태어난 지식층의 사회의식과 지적 각성이 큰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져 있던 인도 근대사의 중대한 과도기를 형상화한 일대 서사시이기도 하다."

한편 유영 교수는 이 소설을 통해 인도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몇 가지 인간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청년상 (고라): 참다운 인간, 참다운 사나이, 참다운 지성의 전형, 자기희생과 진실의 결정체, 리더십의 압권

어머니상 (아난다모이): 인자하면서도 포용력 있는, 또한 시대의 굴레를 벗어나면서까지 모성애를 살리는 뛰어난 통찰의 예지

새 시대의 여성상 (스차리타): 눈은 바로 또 멀리 뜨고 주위의 공해에 찌들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인간으로서의 길을 가려고 하는 확고한 태도

지도자상 (파레슈노인): 현실 속에서도 그 현실을 뛰어넘으며 신분종파의 올가미를 뚫고 조국의 전도를 개척하려는 선지자적 인물

나는 미루고만 있던 숙제처럼 늘 부담을 안고 있던 이 책을 인도 여행길에 흥미 있게 읽었다. 그것도 타고르가 세운 비슈바바라티 대학 경내에서, 그가 살던 옛집 집필실 곁에서 읽었다는 게 한층 더 의미 있고 여행의 즐거운 추억의 하나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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