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가족연구원' 조례 제정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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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성가족연구원' 조례 제정 난항
  • 이장열
  • 승인 2012.10.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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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여성계, "시민 의견수렴 충분히 이뤄져야"

취재: 이장열 기자
 
인천시가 2013년 설립을 목표로 추진중인 (가칭)인천여성가족연구원(이하 여성연구원)이 설립목적 혼선과 운영 방식, 설립 의견 수렴 부족 등으로 조례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시는 2011년 3월 2일 인천시 정책조정회의에서 '재정 상황 감안, 우선 인천발전연구원 내 인천여성정책센터 확대, 2013년 이후 독립연구기관 확충안 제시' 방침에 따라 여성연구원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 이어 올해 3월에 인천발전연구원에 '인천여성가족연구원' 설립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해 7월에 용역을 마무리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 8월 28일 인천여성가족연구원 설립 추진 계획을 세웠다.
 
지난 9월 10일 인천시는  '인천광역시 여성가족연구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를 제정하기 위해 인천시의회에 조례 입법예고를 해놓았고, 지난달 25일에는 '(재)인천여성가족연구원 설립방안 토론회'를 열어 조례 제정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9월 25일 열린 토론회에서 인천발전연구원 홍미희 인천여성정책센터 센터장은 '인천여성가족연구원의 설립배경, 사업 및 기대효과'에 대해 발제를 했다. 앞서 지난 3월 인천발전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기초한 내용이다.
 
홍미희 센터장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 재단법인 형태가 8군데, 지역발전연구원 내 여성연구센터 6군데, 도 사업소 형태로 2군데가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발전연구원 내 여성정책기관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재단법인 형태는 연구, 교육, 교류협력 기능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며, 지역발전연구원 내 여성연구센터는 연구와 정책개발에 집중하며, 도 사업소 형태는 연구와 교육 담당하는데, 도에 파견된 공무원이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 충북여성발전센터가 도 사업소 형태로 운영된다.
 
이어 인천시 박덕순 여성가족국장은 '인천여성가족연구원 설립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박 국장 발표문에 따르면 10월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11월에 이사회 구성, 기본재산 1억원을 출연, 12월까지 연구원 설립허가를 마무리, 2013년 1월 이후 인천여성가족연구원 출범 일정을 밝혔다.
 
'인천여성가족연구원' 명칭과 역할 모호, 논의 과정 필요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정희 인천시 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인천여성가족연구원 명칭이 설립 기관의 비전과 실현목표를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따라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명칭 재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인천시가 발표한 여성연구원 역할은 전문연구기관으로 보이지 않는데, 전문연구기관에 걸맞는 위상과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회장은 "지역여성과 여성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성연구원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역 여성계와 일반시민들의 다양한 논의를 통한 합의가 우선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영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정책개발실장도 "인천여성가족연구원 건립과정에서 다양한 지역 여성들의 요구를 수렴, 반영해 여성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여성계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기관의 단순 통합 수준으론 안돼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도 인천시 세입 부실(-5,000억원:2012년 7월말 기준)을 우선 거론하면서 여성연구원 설립에 따르는 예산 효율성을 지적했다.
 
신 사무처장은 "두 기관(인천발전연구원 내 인천여성정책센터 4명, 인천여성문화회관 23명) 기존 운영비를 그대로 승계하기에 추가적인 예산소요는 없다고 인천시는 밝히고 있으나 인천시 운영 계획에 따르면 5급과 6급 공무원 2명을 파견한다고 되어 있다"면서 "이미 1억원 정도 추가적 예산이 소요되는데, 인천시 재정위기를 감안하면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 사무처장은 "여성연구원 임원 인선에도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존 두 기관의 고용 승계 문제도 합의를 통해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신 사무처장은 특히 "두 기관의 기존 기능을 단순 통합하는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전문성 교육을 더욱 특화하고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조례14조는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 인천시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지적과 우려는 '인천여성가족연구원' 설립에 필요한 여론 수렴 과정이 턱없이 부족한 데에서 나온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특히 지역 여성계 목소리와 의견을 설립 계획 때부터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인천시가 연구용역을 2012년 3월에 인천발전연구원에 맡긴 것도 인천여성가족연구원 설립 명분과 설립 방안 객관성 확보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인천여성정책센터가 여성연구원으로 들어가는 설립계획 연구용역을 인천발전연구원에 맡겨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여성정책 연구원, 수영장도 관리해야 하는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용역은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두 기관을 단순 통합해 여성정책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성정책연구기관은 독립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가 지닌 특징으로 다른 기능과 결합하면 효과를 볼 수 없는데, 시의 재정 상황을 감안해 기존 인천여성문화회관 건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교육기능도 보태서 간다는 것은 연구의 기본을 놓쳤다는 것이다.
 
인천시 계획에 따르면 인천여성가족연구원이 현재 인천여성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수영장도 수익사업으로 함께 해야 하는 꼴이다. 또한,1994년에 문을 연 인천여성문화회관을 인천시에서 2003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인천YWCA가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을 인천시의 행정편의를 위해 완전히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일게 한다.    
 
결국 인천여성정책연구원은 독립된 기관으로서 연구기능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면서 여러 문제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립에 따른 의견 수렴 과정도 턱없이 부족한 데에서도 그 까닭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교육 기능과 연구기능이 단순히 혼합된 운영 형태와 비용을 줄이는 기존 건물활용에 급급한 행정적 발상으로 현재 인천여성문화회관의 역할마저 위태롭게 하는 한편, 인천발전연구원 내 인천여성정책센터 정체성마저 의심받게 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토론회에서 나지현 인천여성연대 공동대표는 "지역에서 여성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오늘이 처음이다"라고 지적했다. 폭넓은 논의와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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