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연습한 작품을 올리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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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연습한 작품을 올리니 뿌듯하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6.2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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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청소년연극제 첫날 공연팀, 인천여고 연극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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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인천지역 예선대회가 문학경기장에 있는 ‘문학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다. 인천시내 고등학교 12팀이 참가한 이 대회는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했기 때문에 더 값지다. 6월 24일 오후 7시 수봉민속놀이마당에서 개막식을 하고, 6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인천지역 예선대회가 시작됐다. 6월 27일, <모듬내 뜸부기>라는 작품으로 첫 번째로 막을 올린 인천여고 연극 동아리 ‘터’를 찾았다.

달래역을 맡았던 김은지 양은 “친구들하고 함께 연습하면서 무척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인부, 수위, 자모 역할을 맡았던 최은혜양은 “특히 분장을 할 때 재미있었다.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또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생각지 못한 모습이 나와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2학년 7명, 1학년 11명으로 구성된 연극반 ‘터’는 공연날짜가 잡히면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평일과 주말 구분이 없었을' 정도로 연습을 했다는 학생들은 막상 막을 올리니 허무했다고 한다. 공연 시간은 50분이었지만 이들이 느낀 체감 시간은 절반도 안 됐다. 그만큼 작품에 몰입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학생들은 '좋아서' 연극을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한 학생은 “아무래도 인문계 학교다 보니까 수업을 중요시 여긴다. 야자를 뺄 때도 선생님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고, 이래저래 드는 돈도 학생으로서는 꽤 되는 편이다. 지원금이 부족한 까닭이다.  학생들은 "각자 2만원씩 걷어서 용달차를 빌리는 데 썼고, 합판이 모자라 애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하지만 연극하는 게 좋다. 힘들게 연습한 작품을 올리고, 관객들이 좋아해주니 신이 났다.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다”며 연극을 올리고 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기말고사 전에 공연을 올려서 이제는 공부만 하면 되는 것도 다행이다. 연극을 하면서 참 재미있었다. 관객과 함께 슬픈 장면에서는 슬펐고, 웃기는 장면에서는 즐거웠다.”

전날 공연에서 극 중에 ‘꽃’을 떨어뜨린 성구 역할을 한 장한솔 양에게 그 장면은 극본을 잘 쓴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입을 모아 '애드립이었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애드립’도 구사할 만큼 극에 몰입했던 학생들에게 어떤 결과에 나올 것 같냐고 물었다. 그들은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소리친다. “현재까지는 1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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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소품과 의상까지 손수 준비했다. 어렸을 때 쓰던 실로폰도 챙겼고, 의자로 쓰던 큐빅은 빌려서 썼다. 학생이라 공부하면서 짬짬이 해야 하는 동아리 활동은 힘든 점은 많다. 야자시간을 쉽게 빼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간식비도 빠듯하거나 없다. 이 모든 것보다 힘든 점은 선생님, 부모님과 부딪치는 부분이다. ‘공부하라’는 어머니와 ‘연극하고 싶은’ 딸이 부딪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 물론 다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은혜 양은 “집에서 많이 도와준다. 연습하러 간다고 하면 방해받을까 봐 전화도 안 하신다. 늦게 끝나면 데리러 오시고, 공연날짜가 잡히면 의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혹은 늦게 할까 봐 신경써 주신다. 엄마가 10년 동안 반대해오다 최근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무대에 오르면 더 잘할 것 같다”고 입을 모은 학생들은 그래도 연극 연습할 때가 즐거웠단다. 이번 예선대회에 나가기 전까지 한 달 반 정도 연습했다. 한 학생은 “인문계학교라서 시간을 많이 낼 순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긴장하게 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한해에 연극제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2학년 언니들이 이제 한 학기만 있으면 함께 못해서 아쉽다”며 연습할 때 분위기가 좋았던 점도 드러냈다.

오문석 지도교사는 “해마다 연습을 많이 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 받아 연극인 김범수 씨가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지도했다. 연극반 학생들은 준비기간 한두 달 전에 짜임새있게 준비한다. 작품이 선정되고 나면 정말 열심히 준비한다. 2학년은 지난해에 한 번 경험이 있고, 1학년은 취미로 하는 친구도 있고 매우 열정적으로 접하고 있다. 진로와도 연결돼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출 연기 스탭 등 전공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인천여고가 100년이 넘는 전통이 있다보니 학습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반 학생들은 전통이 30년이 돼서 학교 쪽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긴 하지만, 연습실이 없어 학생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빈 교실이나 시청각실, 인덕당에 모여서 연습한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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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2학년은 선배가 없었는데도 어른스럽게 틀을 만들어가며 1학년과 같이 했다. 연극반 학생들은 열정이 많아 열심히 하지만 어른들의 이해가 부족할 때가 있다. 간혹 담임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이해해주지 않아 학생들과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선생님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서, 바쁘지만 선생님들이 시간을 내 찾아가서 격려해주면 좋겠다. 연극 연습하는 걸 옆에서 보니,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공연 작품을 봤다는 이영숙 교장 선생님은 “연극을 보면서 행복했다. 교권이 도전을 받고 있는 이 시대에, 다행히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좋아한다. 어제 연극 내용은 사교육에 눌려서 쏠림을 받는 시대에 선생님이 학생들의 재능을 살리고, 사회적 도전에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연극을 보는데 눈물이 주르륵 났다. 옆 사람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연극을 보는 내내 아이들이 예쁘고, 고마웠다. 아이들이 서로 신뢰하면 이루어지는 교육은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전날 공연을 본 강옥철 선생님은 “애들이 정말 잘했다. 무척 열심히 하더라. ‘애들이 좋아하는 건 잘하는구나’ 싶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교장 선생님은 연극실이 없는 학생들이 안타깝다. “고민 중이다. 현재 60개가량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다들 전용 교실이 없다. 어제 연극하는 걸 보고 우리 아이들이 무척 예뻤다. 쪽을 막아서라도 연습실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은 밀어줘야 하지 않겠나.”

인천여고 연극반 ‘터’에 속한 학생들 가운데 2학년은 주로 진로를 ‘연극’ 쪽으로 잡았고, 1학년은 취미로 하는 친구가 많다. 학생들은 이 다음에 뭐가 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지금은 단지 ‘좋아서’, 스스로도 잘 모르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또한 친구들과 만나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 더욱 즐겁다. 2011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대상을 탔는데, 다시 한 번 그 영광이 돌아오길 다들 기다리고 있다. 본선은 8월7일부터 ~1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연극 대회는 6월 26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리며, 오후 4시 7시 두 차례 막이 오른다. 단, 7월 3일부터 8일까지는 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끼어 있어 공연이 없다. '문학시어터'는 문학야구경기장 1루 쪽에 있으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은 무료다. 인천 연극예선대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6월 26일(수) 모듬내 뜸부기/ 인천여자고등학교
6월 27일(목) 우상의 눈물/ 대건고등학교
6월 28일(금) 그 학교/ 동인천고등학교
6월 29일(토) 벽/ 부평여자고등학교
6월 30일(일) 굿닥터 / 인천디자인고등학교
7월 1일(월) 방황하는 별들 2013/ 강남영상미디어고등학교
7월 2일(화)파수꾼/ 연수고등학교
7월 9일(화) 어느날 갑자기/ 박문여자고등학교
7월 10일(수)변신/옥련여자고등학교
7월11일(목) 마술가게/ 해송고등학교
7월 12일(금) 천국의 아이들/세원고등학교
7월 13일(토)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연수여자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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