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제사문화 - 어려운 제사 간단하고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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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제사문화 - 어려운 제사 간단하고 쉽게
  • 박해성 대학생기자단
  • 승인 2013.09.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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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근거로 본 간소화한 제사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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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어른 되니까 명절이 안 왔으면 좋겠어.”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가정주부 최종춘씨(58) 얘기다.
 
명절이 좋다면 어린 사람이고, 명절이 싫다면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왜? 명절이 되면 어린이들은 학교도 쉬고, 용돈도 받는다. 맛있는 음식도 널려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음식 장만·상 차리기·가족과 친지들과의 만남·주부의 경우 시댁 식구들과의 만남같이 부담스러운 일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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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부들의 경우 심하다. NS 홈쇼핑이 지난 8월 26일부 30일까지 한가위 준비 관련 설문조사에서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 1위는 ‘음식 장만 및 제사상 차리기’라고 에서 밝혔다.

우리사회가 도시화하고 핵가족화하고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많은 친척들이 모일 공간이 부족하고 직장생활을 하므로 제사 시간을 조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으며 특히 제물을 준비하는 일을 고역으로 여기게 됐다. 
맏아들 우울증이라는 것도 있다. 권리는 따로 없는데 제사, 부모님 모시기 등 의무만 남아서 맏아들은 물론 맏며느리를 옥죄는 사슬이 된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 이민 간 사람들 중엔 맏아들 맏며느리가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제 제사는 조상님을 정성껏 모시고 추모하는 성스러운 의식이 아니라 후손에게 짐이 되는 허식이 돼가고 있다.
 
제사의 폐해

우리 민족의 제사는 중국 문화인 유교가 들어오고 나서 복잡하고 형식적으로 바뀌었다. ‘반서갱동(飯西羹東)’ ‘고서비동(考西非東)’ ‘적전중앙(炙奠中央)’ 등 아무리 외워도 까다로운 제사상 차리는 법을 제대로 알고 명절 제사상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제사 음식에 쓸 수 없는 것도 있다. 생선은 꽁치·갈치 등 ‘치’자가 들어간 생선은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제수 조리에는 향신료인 마늘·고춧가루·파 등의 조미료를 쓰지 않고 간장과 소금만으로 만들어야 한다. 복숭아도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을 상징해 집안에 심지도 않고 제사 때 상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와 같이 복잡한 방식과 음식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어른들 특히 주부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고 한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란 신종병이 생겼을까. 

인천 서구 경서동에 사는 가정주부 박현주씨(38)는 “제사가 있는 달은 계속 신경 쓰기 시작하고 내가 고생해서 음식을 해도 음식이 조금이라도 잘 못되면 마음이 편치 않으니 업체에 맡기고 싶다”며 대행업체 이용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로 깔끔한 제사음식 원해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강남 등 12개의 영업소를 두고 있는 대행업체인 예가제사의 관계자는 “손님들의 인식이 옛날처럼 제사음식을 남에게 어떻게 시켜가 아니라 집에서 하는 것보다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을 조상님에게 대접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아한다”며 “주문이 작년에 비해 3~4배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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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의 종말

제사문화가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제사 준비에 따른 과중한 시간과 노동뿐만 아니라 형식과 절차 또한 까다롭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제도와 풍습도 변해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라 생각된다. 농경사회에 흔히 자리를 잡아서, 하나의 형식으로 내려온 제사상 마련하기인데, 지금은 땅을 매개로 해 생산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사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제사를 간소화하는 추세이다. 집집마다 환경 여건에 따라 간소화의 방법이 다르겠지만 학문적 근거를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이 간소화할 수 있다. 첫째 2대조 ‘기제사와 차례’만 모시는 방법이다. 이는 과거부터 시행했던 4대조 제사보다 간소화된 방법이다. 둘째 ‘연시제’(年時祭)만 모시는 방법이다. 연 1회 4대조를 합동으로 모시는 방법으로 전통성을 살리면서 절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부모의 제사’만 모시는 방법이다. 가족공동체의 결속을 강화시킬 수 있다. 넷째 ‘차례’만 모시는 방법이다. 추석, 설 중 택일하여 연 1회 모시는 추모의 성격이 강한 관습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식 제사 형태에 치중하는 제사문화에서 벗어나 마음과 정성이 들어간 간소화된 우리만의 제사문화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느라 집안 전체가 나서고 특히 그 집의 여성들은 초주검이 되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이다. 음식을 화려하게 차린다고 해서 조상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더해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성의 표시인 제사. 세상이 도시화, 핵가족화되면서 제사의 본뜻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조상을 생각하는 근본 마음까지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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