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시대의 해안개발과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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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시대의 해안개발과 인천
  • 박병상
  • 승인 2013.10.2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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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창]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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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평화상위원회는 ‘화학무기금지기구’를 2013년 수상자로 결정했는데, 2007년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많은 강의를 해온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유엔 산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수상했다. 햄버거를 좋아하고 정유회사 주식을 가진 미국 정치인 앨 고어는 잊혀져가고 있지만, IPCC는 지금도 맹렬하게 활동한다.

수천 명의 기후변화 관련 과학자와 경제학자가 모인 IPCC는 1889년부터 2006년의 기후변화를 분석하여 2007년 4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많은 논란을 종식시킬 정도로 축적한 자료를 분석했기에 신빙성이 높은 4차 보고서는 사람의 산업 활동으로 21세기 말 지구 온도는 섭씨 5.2도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으며, 당장 이산화탄소 증가를 멈춘다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에 1천년 이상 지구의 기온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IPCC 4차 보고서를 기초로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석유 탐닉하는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100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최소 2.4도 오르면 미국 목축업이 붕괴되고 안데스 빙하가 소멸되며 호주 일원의 산호가 사라지면서 세계 생물종의 3분의1이 절멸할 것으로 예견한 기사는 최대 6.4도 상승하면 해양에 퇴적된 메탄하이드레이크가 방출되면서 불이 붙고 흉포한 태풍과 홍수로 토양을 잃은 인류는 대부분의 생물과 더불어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그런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올해는 2013년이다.

2007년 10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지 6년이 지났건만, 우리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의존 정도를 높이기만 한다.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억제하기는 커녕 증가 속도조차 줄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를 선도하는 국가의 목록에서 4대강의 흐름을 틀어막으면서 지구온난화를 대비하는 사업인 듯 홍보한 대한민국이 빠질 수 없다. 인천은 그런 대한민국의 지구온난화 실적을 이끌어간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갯벌을 거듭 매립한 자리에 전기와 석유 과소비로 유지해야 하는 초고층 빌딩을 수도 없이 늘이려 하지 않던가.

지난 9월 27일 IPCC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더욱 엄밀하게 분석한 자료로 보완한 5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5차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다 2100년에 이르면 기온이 섭씨 3.7도 상승하고 해수면이 63센티미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뉴욕과 상하이는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리나라도 부산 저지대와 해안 지역의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있을까. 인천은 어떻게 될까. 휘황찬란한 건물이 즐비한 송도신도시는 멀쩡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이번 5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90퍼센트로 추산한 4차 보고서와 달리 95퍼센트 이상이라고 못 박았다.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외면하지만, 만일 세계인이 단단히 마음먹고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을 성공적으로 감축한다면 2100년 해수면 상승은 25.4센티미터로 그칠 것으로 5차 보고서는 기대한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화석연료를 흥청거리며 소비한다면 최대 91센티미터까지 해수면이 높아질 것으로 경고했다. 2100년이면 먼 훗날이 아니다.

화석연료 소비에 여전히 정신 팔린 우리는 2100년 무렵이면 세상에 없을 텐데, 화석연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후손의 삶은 어떻게 될까. 화석연료가 준 호화로운 삶의 마지막을 비극 속에서 마감할 후손은 갑자기 높아진 바닷물에 잠기는 건 아닐 것이다.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애를 써도 불가항력일 텐데, 2100년에 가까이 갈수록 그 피해 규모는 증가할 것이다. 해수면은 욕조 채우듯 해수면이 차분하게 오르는 게 아니다. 2011년 일본 동북부 해안을 강타한 쓰나미처럼 들락거리면서 시커먼 흙탕물이 해안을 거듭 집어삼키고 상승할 텐데, 약간의 기상이변도 견디지 못하는 우리는 그런 내일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나.

스톡홀름에서 5차 보고서가 발표되자 어떤 언론이 뉴욕이나 상하이만이 아니라 최첨단 초고층빌딩이 앞 다투며 하늘을 찌르는 송도신도시의 앞날을 걱정한 모양이다. 해수면보다 약간 높은 송도신도시는 지구온난화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해일을 완충하던 갯벌을 매립했으니 쓰나미에 무방비인데, 그 이전에 황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갈이 가까워질수록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는다. 지금도 남에게 밝히기 민망한 전기요금이 더욱 오를 테니, 비명 지를 입주자들은 빠져나갈 게 아닌가. 인천시의 온난화 대책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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