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주말마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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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주말마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까?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0.2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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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팀' 번짱 이창희씨가 말하는 자전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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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회원은 전국에 약 50만명(10월 27일 오후 11시 현재 536,449명)입니다. 저는 ‘인천 부천팀’에 있는 팀 가운데 하나인 ‘테마팀’ 2대 ‘번짱’일 뿐입니다.” ‘번짱’은 ‘번개짱’이라는 말. 번짱은 군대로 따지면 중대장격이라고 한다. 테마팀은 1년 52주 토요일마다 번개로 ‘어딘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임이다. 이 팀을 2년째 이끌고 있는 이창희씨(52)를 만나 모임의 이모저모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씨는 개인이 부각되면 절대로 안 된다면서 사진도 찍지 말라고 했다. 그가 ‘짱’으로 있으면서 애정과 열정을 쏟고 있는 테마팀은 주말마다 어디를 갈까. 도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페달을 밟을까.

테마팀 회원은 약 200명가량 된다.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인천 부천팀’ 공지사항에 어디를 간다고 올리면 인원이 하나둘 채워진다. 한 번 갈 때마다 많이 가면 42명, 적게 가면 스무명 남짓이 된다. 1년 가운데 한겨울 석 달 동안(12~2월)은 자전거 페달을 밟는 대신 등산으로 대체한다. 얼음길이나 눈길을 자전거로 달리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장마철에도 달리니까 1년에 9개월 달리는 셈. 올해는 지난여름 휴가기간에 딱 한 주만 쉬었을 뿐이다. 장마철 ‘우중라이딩’도 불사한다. 토요일에 비가 오면 일요일에 가고, 오전에 비가 오면 오후에 가기 때문에 일년내내 ‘라이딩’이 가능하다.

만원의 행복을 누린다
테마팀의 목표는 네 가지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생각거리에 충실하는 것. 번개는 늘 이 네 가지에 중심을 두려고 애쓴다. 게다가 가능한 한 만원에 맞추려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만원의 행복’을 넉넉히 누린다. 물론 자전거 사는 데 목돈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싸게 살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겨울철에 자전거를 사면 200만원짜리를 100만원에 살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지 않고 중고로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초기자금이 들어가는 걸 빼면 그후로는 목돈 들 일이 많지 않다. 평소에는 1만원, 멀리 전세버스로 갈 때는 3만원이 든다.

주말마다 집을 비우면 식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그래서 가끔 부부모임으로 산에 갑니다. 한 번 따라와 보고는 그리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건전한 취미활동이라는 걸 알죠. 이번 부부모임은 우리나라 4대 단풍명소인 주왕산 절골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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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팀은 아름다운 곳을 찾아간다
“우리 팀은 전국 최고의 자전거여행팀입니다. 다녀와서 카페에 동영상으로 올려서 회원이 아닌 사람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행명소가 있는 곳에서는 아주 반기죠. 지난번에는 대청도로 해서 백령도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때는 옹진군청에서 70% 지원을 해줬습니다.” 테마팀은 아름다운 곳을 잘 찾아간다. 그가 2011년 6월부터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올리는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주말에 여행 다녀와서 올리는 곳에 사람들 관심이 높다. 조회 수가 팍팍 올라간다.

모임 제목을 보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그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옷 갈아입을 곳도 없고, 씻을 데도 없기 때문이다. 땀범벅으로 자전거를 타고 와서 근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 도로사정은 형편없다. 시간도 많이 걸리거니와, 위험해서 도저히 출퇴근할 수 없다.

자전거는 무릎을 부드럽게 쓸 수 있어
이씨는 나이 먹으면서 적합한 운동이 있다고 조언한다. 트래킹, 저전거타기, 수영, 골프. 그도 10년 동안 열심히 치던 테니스를 접고 자전거타기로 종목을 바꾸었다. 테니스는 무릎에 무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타기가 좋은 점은, 실제로 테마팀에 여든살 된 할아버지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전거는 30단까지 있어서 남한산성이나 화악산처럼 걸어서 올라가기에도 힘든 산을 올라갈 수 있다. “등산은 무릎에 무리가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내려올 때도 조심해야 하구요. 연골은 평생 쓰는 횟수가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다리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연골에 무리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자전거는 무릎을 부드럽게 쓸 수 있어서 무리가 많이 가지 않습니다.”

테마팀은 ‘반산악용’ 자전거를 탄다. 목적지를 갈 때는 자전거로 가고, 올 때는 주로 전철을 이용한다. 하루에 80~100km를 달린다. “우리는 전철이 다니는 곳을 주로 갑니다. 천안, 양평, 춘천, 철원, 임진각을 가죠.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강원도, 충청도 방향이 가능합니다. 전철이 불가능한 곳은 관광버스를 전세 내서 갑니다. 자전거 앞바퀴를 빼고 자전거를 짐 싣는 데와, 뒷좌석에 실으면 32명이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전국 방방곡곡을 갈 수 있습니다. 섬도 많이 가는 편입니다.”

자전거는 자전거도로에서 타야
자전거를 타면서 힘든 점도 있다.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잘돼 있는 게 아니라서 ‘마라톤 하는 사람과 부딪칠 때도 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할 데가 없으니까 자전거도로로 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산악자전거타기를 고집하기도 한다. 이씨는 산악자전거는 자연을 해치기 때문에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자전거를 타려면 산을 정해놓고 타야 합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과 부딪치면 위험한 데다, 나무뿌리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자전거는 자전거도로에서 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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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팀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명소를 발굴하고, 기사로 써서 사람들한테 알리는 일도 한다. 여행장소에 제안할 게 있으면 하고, 개선할 게 있으면 의견을 공유해서 고치게끔 만든다. 그에게 인천에서 가볼 만한 곳을 물었다. 선재도 목섬, 영흥도 소사나무 군락지, 강화 오련지, 강화 교동도, 강화 외규장각, 강화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원창도 SK벚나무 동산, 영종도 거잠포, 월미산 전망대, 대이작도 풀등, 강화 갯벌, 경서동 국립생물자원관, 계양산 매방, 정서진 노을종… 등, 그가 좋다고 말하는 곳은 끝이 없다. 인천은 갈 데가 참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인천을 포함해 수도권에는 갈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인천에는 세계명소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는 데가 많은데 전혀 다른 걸 광고하고 있어서 답답하고 아쉽습니다”고 덧붙였다.

자전거타기는 손쉽게 탈 수 있어도 주의할 점도 많다. 초보자라고 무리하게 달리거나, 누군가를 추월하려고 하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천천히 달리면서 즐겨야 합니다. 속도조절을 하지 못해 체력을 고갈하면 그후로 달리기 힘듭니다. 헬밋 등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멋내느라 모자를 많이 쓰는데 위험합니다.”


관광자원도 개발하는 역할도 해
‘번짱’으로서 그는 책임감이 무겁다. 팀원들에게 좋은 곳을 보여주기 위해 숨겨진 곳을 찾느라 공부도 많이 한다. 다행히 예전부터 역사나 지리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된다. “번짱은 인기가 없으면 사라집니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을 해야 합니다. 가수가 인기 없으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가능하면 한 번 갔던 곳은 안 가고, 팀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으려고 합니다. 1년 동안 어디를 갈까 한꺼번에 계획을 세웁니다. 번개를 해서 사람이 많이 모이면 성취감이 있죠. 다녀와서 좋았다고 칭찬하면 뿌듯하구요. 뜻하지 않게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역할도 합니다. 팀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는 일은 중요합니다. 어쨌든, 팀을 꾸리면서 언제든지 내려갈 준비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자전거를 타기 위해 평소 체력관리를 하는지, 또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지 물었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많이 연습하면 허벅지에 근육이 붙는다고 하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따로 하진 못하죠. 주말마다 라이딩하는 걸로 운동을 대신합니다. 초보들은 초보모임에 가야 합니다. 경인 아라뱃길이나 시화방조제해서 많이 합니다. 1년쯤 하면 중급이 되니까, 그때 맞는 데를 찾아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고수는 업힐(uphill)을 좋아해
자전거를 오래 탔거나 잘 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스가 따로 있을까.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업힐(uphill)을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언덕을 오르는 것이죠. 반대로 다운힐(downhill)이 있습니다. 인천에서 업힐하기 좋은 데는 부평가족공원묘지 쪽, 계양산 뒤쪽 단암동 생태터널 쪽(토끼굴)이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관악산 삼막사 꼭대기, 남한산성 꼭대기, 우이동 고개, 남산, 북악 스카이 쪽이죠.” 업힐할 수 있는 데만 찾아다니는 고수들이 있다. 자전거타기는 고수와 초보 차이가 많이 난다. 자전거 여행만 하러 다니는 이들도 있다. 2박3일 동안이나, 그 이상 배낭을 자전거 앞뒤에 싣고 텐트 싣고 다니는 이들이 바로 그렇다.

테마팀이 다녀온 중 또 가고 싶은 데가 있나 물었다. “방태산 아침가리골이 비 온 다음 참 좋습니다. 허리까지 차는 물에 빠져야 좋아요. 장마 끝난 다음 칠월 말 정도가 좋죠. 장마 끝난 직후에는 아예 통제가 돼서 못 들어가니 그 다음에 가야 합니다. 시기를 잘 선택하면 여기만큼 좋은 데가 없어요. 또 영월과 정선 경계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는 곳이 좋습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돌면 두이봉 1800년 된 주목나무가 있습니다. 기가 막히게 멋있는 나무입니다. 그렇게 멋진 곳을 보러 다니니까 직장여성분들이 좋아합니다. 평소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 당일치기로 움직이는 거죠. 대청도 해송군락지도 정말 멋집니다.”

자전거타기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을까. “유산소운동입니다. 피가 깨끗해지려면 좋은 공기를 많이 마셔야 하잖아요.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시는 데 자전거처럼 좋은 운동이 없죠. 나이 들어서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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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끊긴 자전거도로는 빨리 이어져야
자전거를 타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자전거도로가 북쪽으로 나 있지 않습니다. 행주대교 쪽에서 조금만 연결되면 임진각까지 갈 수 있거든요. 고양시 구간에서 자전거도로가 끊겨 있습니다. 그 위로 또 잘 돼있구요. 창릉천 쪽에 자전거도로가 연결된다면, 인천 사람들은 북한산 진관사 쪽으로 계곡을 보러 갈 수 있습니다. 창릉천 중간에서 끝나니까 참 아쉽습니다.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데도 그림의 떡이죠. 그쪽을 가려면 도로를 이용해야 하니까 위험합니다. 하천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필요합니다. 또 강화 방향으로 가다보면 인천 끝부분에 자전거도로가 끊겨 있습니다. 초지대교부터는 또 돼있구요. 김포 시계 약 1km만 연결하면 되거든요. 2차선도로 양 끝으로 30~50cm만 내줘도 되는데, 참…. 김포땅이지만 인천에서 돈 들여 깔아주면 강화에 가서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쓸 겁니다. 자전거도로가 안 돼 있으니까 정서진까지만 갔다가 돌아오거든요. 강화만큼 자전거타기 좋은 데가 어디 있습니까. 영종대교 하부차선에서 자전거도로가 없습니다. 상부차선이 있으니까 하부차선 한 차선을 자전거도로로 만들어주면 될 것 같거든요.”

그는 마무리하면서 팀을 다시 한 번 챙긴다. “모임에서 개인이 부각되면 안 됩니다. 저는 테마팀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저는 2년을 맡았지만, 앞으로도 더 멋있는 번짱들이 나타나 테마팀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 테마팀은 멋있는 분들만 모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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