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호랑이가 까치에게 혼쭐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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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호랑이가 까치에게 혼쭐난대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0.30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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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송암미술관, <호야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 민화 이야기> 전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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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가 뭘까? 이 물음에 조금이라도 알쏭달쏭하다면 송암미술관에 가자. 지금, 그곳에서는 올해 두 번째 기획특별전으로 <호야가 들려주는 옛날 옛적 민화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0월 15일에 시작해 2014년 3월 2일까지 열린다.

전시회는 크게 ▲민화 속 동물 이야기 ▲민화 속 물고기 이야기 ▲민화 속 꽃과 새 이야기 ▲민화 속 산수 이야기 ▲민화 속 글자 이야기 ▲민화 속 책과 물건 이야기로 나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간단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체험활동지’도 준비돼 있다. 다음은 전시회 해설지를 요약했다.

전시회 1부는 ‘민화 속 동물 이야기’다. 동물을 그린 민화에는 호랑이, 해치, 봉황 등 집안의 액운을 막아주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동물과 사슴, 학, 거북이 등 불로장생이라 믿었던 동물을 그린 민화와 민화풍으로 동물을 그린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 또 새해에 문배도(門排圖)로 사용된 호랑이와 까치, 소나무가 어우러진 그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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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에 그려진 호랑이는 동물의 왕인 호랑이의 무서운 모습보다는 친근하고 해학적으로 표현돼 있다. 민화에서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호랑이는 권력을 내세워 자기 욕심만 채우는 부패한 관리를, 까치는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고 야무진 까치가 미련한 호랑이를 혼내는 모습을 통해 일반 백성의 마음을 대신해 풍자한 것이다. 이밖에 해치와 봉황이 그려진 그림이 있고, 민화풍의 그림을 그려 넣은 도자기도 볼 수 있다.

2부는 ‘민화 속 물고기 이야기’다. 물고기 민화는 물고기 종류, 숫자, 행동, 무엇과 같이 그려졌는지에 따라 의미가 갖가지다. 물속 바위나 식물에 한번에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를 보고 옛사람들은 무엇을 바랐을까. 알로 번식하는 물고기는 한번에 알을 아주 많이 낳는다. 이것을 보고 옛사람들은 알이 꽉 차서 배가 불룩한 물고기처럼 아이를 많이 낳기를 소망했다. 또한 전시된 민화에는 물고기 두 마리가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이는 사이좋은 부부를 뜻한다.

같이 그려진 새우는 굽은 등에 긴 수염을 가지고 있어서 바다의 노인, 즉 ‘해로(海老)’라는 별명이 있는데 부부가 함께 늙는다는 뜻의 ‘해로(偕老)’와 발음이 똑같다.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와 새우 등을 그린 민화는 아이를 많이 낳고 사이좋게 지내며 늙어서까지 함께하고 싶은 부부의 소망을 담고 있다. 이밖에 여의주와 함께 그려진 잉어, 세 마리의 잉어가 그려진 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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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민화 속 꽃과 새 이야기’다. 아름다운 꽃을 그린 민화는 새들과 함께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그림을 화조도(花鳥圖)라고 한다. 꽃과 함께 그려진 새들은 짝을 지어 그려져 있다. 오리, 백로, 꿩, 원앙, 물총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등장하는데, 자세히 보면 둘씩 쌍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사이좋은 부부 사이를 상징한다. 이밖에 부귀의 상징인 모란 그림이 있다. 모란은 봄에 피는 꽃으로 매우 크고 화려하다. 꽃 중의 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란의 큰 크기와 화려하고 풍성한 모양 때문에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자 예쁜 모습 때문에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래서 모란 병풍은 혼례식에 많이 썼다. 모란은 바위와 함께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바위는 장수를 상징한다. 부자가 되어 오래 오래 살라는 뜻이다. 또 모란과 꽃병을 같이 그리면 중국어로 꽃병의 ‘병(甁)’자와 평안하다의 ‘평(平)’자의 발음이 같아 부귀하고 평안하게 살라는 뜻이다.

4부는 ‘민화 속 산수 이야기’다. 옛 그림이라면 먼저 산수화가 떠오르듯이 가장 많이 그려진 그림이다. 옛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소상팔경도가 가장 먼저 전시돼 있다. 소상팔경도는 중국 소상강 주변의 아름다운 여덟 가지의 경치를 그린 그림이다. 소상팔경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행한 주제다.

소상팔경도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경치를 담고 있는데 몇 장면을 빼고는 석양빛, 가을달, 밤비, 저녁 무렵의 눈 등 주로 저녁이나 밤의 경치를 묘사하고 있다. 각 폭마다 아름다운 경치가 묘사돼 있다. 또 금강산도 병풍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천은 어디나 아름답지만 특히 금강산은 최고로 아름다운 산이어서 누구나 금강산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했다. 전시된 금강산도는 장안사, 단발령, 총석정, 해산정, 삼일포, 만폭동, 명경대, 헐성루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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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는 ‘민화 속 글자 이야기’다. 글자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글자가 되는 민화인 문자도(文字圖)가 전시돼 있다. 글자와 그림이 잘 어우러져서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거나 유교의 덕목을 전달해준다. 먼저 ‘목숨 수(壽)’와 ‘복 복(福)’ 자가 있는 도자기와 두 글자를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린 백수백복도가 전시돼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5부는 ‘민화 속 글자 이야기’다. 글자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글자가 되는 민화인 문자도(文字圖)가 전시돼 있다. 글자와 그림이 잘 어우러져서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거나 유교의 덕목을 전달해준다. 먼저 ‘목숨 수(壽)’와 ‘복 복(福)’ 자가 있는 도자기와 두 글자를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린 백수백복도가 전시돼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러한 바람을 글자에 담아 그린 민화가 바로 백수백복도이다. 여기서 백(百)은 숫자 100의 의미라기보다는 ‘많은, 다양한’이라는 의미다. 즉 수자와 백자를 다양한 모양으로 많이 쓴 민화를 말한다. 전시된 민화의 여덟 글자는 효나 충처럼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한자도 있지만 처음 보는 한자도 있다.

6부는 ‘민화 속 책과 물건 이야기’다. 책과 함께 다양한 물건이 그려진 민화가 전시돼 있다. 책, 문방구, 도자기, 골동품, 과일 등 진귀한 물건이 가득한 민화는 선비의 사랑방이나 서재에 장식되었던 민화다. 민화에는 ‘책거리’라 불리는 그림이 있다. ‘거리’라는 말은 구경거리라는 의미로, 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구경거리가 되는 물건들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문방사우란 벼루, 먹, 종이, 붓과 함께 도자기, 화분, 과일, 꽃, 탁자, 물고기, 부채, 곰방대 등 다양한 함께 그려졌다. 이러한 물건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일반 서민은 가질 수 없는 귀하고 신기한 물건들도 많아서 모든 사람의 집에 소장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갖고 싶어하는 물건들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렇게 그려 집안을 청소했다.

 또 선비들은 책을 늘 곁에 두고 싶어했다. 책을 많이 쌓아놓고 읽어야만 선비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 않아서 많은 책을 구입하려면 비용이 들고 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신 이렇게 많은 책들이 그려진 민화를 선비의 사랑방이나 서재에 두었다. 이런 책들은 문방구, 도자기, 화분 등 다양한 물건과 함께 그려져서 공부방을 더욱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다.

전시를 다 본 다음에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만의 민화 꾸미’기 체험으로, 전시실에서 본 동물, 물고기, 꽃, 산수, 문자, 책 등 익숙한 소재가 준비돼 있다. 자석으로 만들어져서 벽면에 자유롭게 떼었다가 붙일 수 있다.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려서 각기 다른 개성과 기발한 상상력이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들도 마치 과거로 돌아가 민화를 그리는 화가가 된 것처럼 마음껏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다.
 
 
송암미술관은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비해 한적해서 좋다. 미술관 마당에서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멀리 가기에 시간이 마땅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면 두말 할 필요없이 송암미술관으로 정하면 된다. 상설전시도 보고 특별기획전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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