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 수 있어 행복, 더 큰 행복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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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 수 있어 행복, 더 큰 행복 위해 노력할 것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2.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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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친아트 공익사업위원회 공익기금 전달식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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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시작된 (주)키친아트 공익사업위원회가 지난 12월 10일(화) 오후 6시, 인천시 서구 가좌동 키친아트 본사에서 ‘공익기금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공익기금 전달식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자녀를 위한 학자금으로 12명의 청소년에게 각각 40만원,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7명에게 각각 30만원, ▲노동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투쟁사업장 3곳(콜트지회,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대우자판)에 각각 100만원, 그리고 ▲올 추석 무렵 뇌출혈로 쓰러진 후, 투병 중인 민주노총 인천본부 초대 의장인 정윤섭 지도위원을 위해 300만원, 등 모두 2천여만원의 기금이 전달됐다.

공익기금 전달식은 이은주 총무(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됐고, 행사에는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민우 부이사장, 가톨릭환경연대 김종운 공동대표, 인천시민연대 박재성 운영위원장, 인천지역아동센터공부방연합회 최애자 대표, (주)키친아트 배성국 대표이사 등,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주)키친아트는 노동자가 생산자이면서 스스로 관리주체가 되는 ‘노동자자주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키친아트 공익사업위원회의 출범과 사회환원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키친아트의 설립 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또, 그 과정은 우리나라 7, 80년대 노동민주화 운동과정과 맥을 같이한다.

(주)키친아트의 전신은 경동산업이다. 이민우 부이사장은 경동산업 시절, 이곳 공장에서는 “매일같이 노동자들의 잘린 손가락이 ‘한 바께스’가 나왔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악명 높은 사업장이었다는 말로 공익기금 전달식 축사를 시작했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잦은 산재사고에도 경영진들은 노동자의 처우개선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들이 생산 제품들을 빼돌린다고 의심해 퇴근길에 몸수색을 하는 등 비인간적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밑바닥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만든 기적

결국, 경영진과 노동자들은 극심한 대치 상황에 빠지고 말았고, 1989년 9월 4일 오후 3시 30분께 노동자 5명이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경동산업 노무이사 한 명과 노동자 두 명이 중태에 빠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들이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자신과 동료들에게 내려진 징계 때문이었다. 친목단체 ‘디딤돌’의 회원이었던 이들은 사고가 있던 해 8월 27일에 인천대학교에서 ‘불우이웃돕기 하루찻집’을 열었다. 그런데 회사는 ‘디딤돌’이 복직투쟁을 위해 조직된 단체라며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들은 징계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고, 회사가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노무이사의 방으로 찾아가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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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온라인 사료관(archives.kdemo.or.kr)에는 당시 경동산업 노사분규 상황 등이 기록돼 있다.

분신사태가 수습이 되어가도 회사의 실정은 좋아지지 않았다.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하던 경동산업은 경영난에 시달리다 1993년에 1차 부도를 내고 1997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2000년 4월 법원으로부터 퇴출명령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경영위기를 견디며 회사를 떠나지 못하던 근로자 288명은 100억여원에 달하는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조합이 임금채권을 담보삼아 경동산업의 자산을 인수하고 직접경영에 나서게 되면서 이른바 노동자자주관리가 시작됐다. 그리고 2001년 3월에 경동산업은 (주)키친아트라는 독립법인으로 새로 설립됐다. (주)키친아트의 초대 대표이사는 노동민주화 투쟁을 이끌던 노조위원장이 맡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5년 6월에 또 한 번 고비가 찾아왔다. 대표이사가 거액의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주)키친아트가 위기를 맡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대표이사의 해임과 구속을 위해 투쟁을 시작하며 그해 8월에 대책위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대책위는 같은 해 10월 17일에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와 공동대책위를 꾸리면서 “회사 창립정신에 맞는 진정한 사회의 기업으로 공동소유, 공동책임, 공동분배를 실현하고 주식 10%를 명의신탁으로 배당이익금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했다.

2006년 4월에 들어서며 (주)키친아트는 점차 정상화되어갔고, 이듬해 2007년 3월에는 중기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해 이익배당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공익사업을 결의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28일에 ‘(주)키친아트 공익사업위원회’가 구성되고 이익배당금의 10%인 1,700여만원을 인천시민연대에 기탁하며 공익사업의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이익배당의 10% 사회환원 약속

지난 10일 열린 ‘(주)키친아트 공익사업위원회 공익기금 전달식’에서 이민우 부이사장은 “키친아트의 역사적 과정을 지역사회가 알고 공익기금의 소중한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며 “이러한 전통이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축사를 이었다. 

축사에 이어 배성국 (주)키친아트 대표이사는 “베풀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면서 “앞으로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키친아트의 발전에 더욱 힘 쓰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공익기금 전달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주)키친아트 측에서 마련한 다과와 음식을 즐기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참고>---------------
<한겨레>, ‘징계항의 노동자 5명 분신’, 1989.9.5
<매일노동뉴스>, ‘퇴출됐던 경동산업, 노조가 경영하니 흑자’, 2001.3.28
<인천신문>‘이익금 사회환원 ‘아름다운 10%’’, 2008.1.14
『키친아트 이야기』, 정혁준 지음, 청림출판, 20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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