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들의 큰 송년회가 반짝반짝
상태바
작은 자들의 큰 송년회가 반짝반짝
  • 김정미 I-View 객원기자
  • 승인 2013.12.23 2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장애야학 학생들의 공부 이야기

배움이 넘쳐나는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 아직도 글을 못 깨우쳐 고생하는 사람들이 남아있을까. 가정환경은 물론 예기치 못한 장애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처음부터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공부는 학력 이상의 의미 있는 소중한 기회. 값진 땀방울 어린 성인 장애 야간학교 학생들의 발표회 현장이 그 어느 송년회보다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해내다니, 발표회 현장
여기저기서 송년 모임이 한창이다. 한 해를 보내기 아쉬운 마음들. 그 심정은 성인  장애 야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여느 송년회처럼 화려하고 요란함은 없지만 한 해의 일들을 돌아보며 배웠던 보람을 쏟아내는 눈빛들이 반짝인다.


924601.jpg



오늘 이 특별한 송년회의 주인공들은 작은자야간학교, 민들레장애인야학, 참빛발달장애인대안학교 학생들이다. 청소년기 학업의 기회를 놓친 학생들. 이 학우들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인천 부평문화사랑방에서 ‘2회 반짝별 문화제’를 열었다.
연극을 지도한 작은자야간학교 김원호 교사는 “이번 발표회는 배움의 기회를 잃은 성인과 장애인들의 소박한 송년회이다. 낮에는 일하느라, 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활동이 부자유스런 사람들의 노력과 애환을 서로 격려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반듯이 그림전’ 미술품 전시, ‘짝짝짝 우리영화’ 영화 상영, ‘이것도 공부야 ’, ‘별사탕메모리’ 연극공연 등등. 반짝별 문화제로 치러진 이번 송년 발표회. 과연 연습한 대사와 모습들을 얼마나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작품전시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시낭송과 풍물, 앙상블, 우쿨렐레 무대에 이은 연극무대.
발표회를 주관하고 참여한 이들의 머릿속은 대사를 외우느라 바쁘지만, 한 해 동안 오고간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교사 : “다람지가 아니고 다람쥐! 다시 해보세요”
학생1: “공부가 싫어요. 하기 싫단 말이야~”
학생2: “그럼 까막눈으로 살래? 은행에 가서 직원들에게 써 달랄 거야?”   “공부해야지 싫어도 !!”




그 심정은 연극무대 ‘이것도 공부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낮에는 일하느라 고단한 몸은 야간 학교 수업시간을 졸음으로 대신해야 했다. 또 한글을 깨우치기 위한 필수과정 받아쓰기는 정말 헷갈리는 고역의 시간이었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일환으로 진행된 야간학교 학생들의 예술수업 발표회.
성인이지만 장애로 인해 혹은 일을 하며 공부해야 했던 어려움과 애환들이 대사 속에서 속속 들어난다. 과연 공부란 어떤 의미가 담고 있을까. 

졸업 없는 학생들의 학교 다니기
‘민들레 장애인 야학’과 ‘작은자야학학교’는 장애 성인에게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 생활할 수 있는 기반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형태의 인천지역의 장애인 평생교육 시설이다.
그동안 민들레장애인야학은 뇌병변장애성인을 중심으로 연극과 미디어 교실을, 작은자야간학교 역시 지적장애인을 중심으로 미술과 연극교육을, 참빛발달장애인대안학교는 발달장애아동을 중심으로 미술과 연극 교실을 운영해왔다.

이기호 학생과 어머니


예술교육 외에도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사회에 나가 자립하려면 일정 수준의 학력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학생들에게 졸업은 묘연하다. 10년 째 학교를 다녀도 졸업은 힘든 경우가 더 많다.
지적 뇌병변 1급 청년 이기호 씨는 “검정고시 합격도 중요하지만,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서로 어울리며 배워가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배워가는 과정 속에서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Tip 성인장애야학 이용하려면
* 작은자야간학교 - 올해 32년 맞은 국내최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부하는 통합야학, 과정은 문해기초반, 문해중급반, 초등검시반, 중등검시반, 고등검시반 등 총 5개
문의:032-434-4414
* 민들레장애인야학 - 장애인들을 위한 생활자립교실 운영, 문해반 외에도 사회 생활에 필요한 기본과정 훈련. 교육과정은 장애정도에 따라 맞춤식으로 적용함.
문의:010-8952-6079
* 참빛발달장애인대안학교 -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필요한 전 생애적인 교육환경을 위해 사회복지, 장애인 교육현장 실무자들과 학부모들이 연합해 설립한 대안학교. 초등과정 2개 학급을 운영 중.
문의 : 032-508-700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