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석유화학과 주민갈등,어떻게 볼 것인가(1)
상태바
SK석유화학과 주민갈등,어떻게 볼 것인가(1)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4.03.07 0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① 지역상생 논하기 이전에 주민과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SK인천석유화학과 주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의 입장에서는 공장 준공과 가동을 앞두고 하루 빨리 갈등을 봉합하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주민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작년 여름과 가을에 비해 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다소 줄어든 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의 불만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인천in>은 SK인천석유화학과 주민 갈등이 담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① 지역상생 논하기 이전에 주민과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②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과 갈등의 불씨
③ 경제적 가치와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가치

SK인천석유화학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상생협의체’(주민협의체) 구성이 인근 주민의 반대로 난항을 겪자 2월 말경부터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주민과의 대화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SK인천석유화학은 주민과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등 갈등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IMG_5861.jpg
지난 2월 5일께 SK인천석유화학 정문 앞에서 열린 주민협의체 반대 집회. 협의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SK인천석유화학 측이 공장증설에 대한 반대활동을 ‘불순한 의도’로, 그리고 그런 주민을 ‘불순세력’으로 표현해 주민들이 해당 책임자를 고소·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일이 있었다. SK인천석유화학이 특단의 조치를 고심하게 된 이유는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인천석유화학이 내세운 특단의 조치는 주민협의체 참여를 대폭 개방해 더 많은 목소리를 투명하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자신들이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이해당사자인 만큼 주민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필요하다면 주민협의체 회의 진행을 제3자에게 맡기는 것, 그리고 협의체에 참여하는 대표자도 주민이 직접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은 협의체 구성의 전제로 그간 추진해온 주민협의체의 불투명성을 인정할 것과 SK인천석유화학 측이 주민을 불순세력으로 몰아 문제를 더 악화시켰던 점 등을 언론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주민과의 합의 없이 공장 준공을 진행하거나 가동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을 요구했다. 

이후,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 3월 3일(월) 오후 3시에 정유단지 내에 위치한 직원휴게소에서 주민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또 반발에 부딪히고 말았다. 주민들이 협의체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 SK인천석유화학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데다 주민협의체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됐던 협의체 위원의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주민들은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협의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매우 완강하다. 사랑방주민대책위의 김윤희 씨는 “기존 협의체 구성안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는다면 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장증설이 중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협의체는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SK인천석유화학 측에 대한 불신을 내비쳤다.

협의체 구성안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인천 서구청은 인천시의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계획을 지난 1월 6일에 발표하고 이에 따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신뢰회복과 협력방안을 강구하라”며 SK인천석유화학에 주민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서구청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역상생협의체’라는 이름으로 주민협의체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주민협의체 구성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돼야 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협의체 추진의 불투명성 때문이지만, 화학공장의 위험성이나 유해성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이 봉합되는 것에 대한 반발심도 크게 작용했다.  

물론,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정유 및 파라자일렌 생산 시설이 UOP(Universal Oil Products)의 공정특허를 바탕으로 설계됐다며 안전하다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또, 위험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폭구조, 생산물질이 유출되지 않는 밀폐식 구조, 굴뚝자동측정망을 통한 배출물질 관리, 진도7 규모의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 등 절대적인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증설되고 있는 화학공장의 안정성이 매우 높은 게 사실일 수도 있다. SK인천석유화학 측에서는 첨단기술로 관리되고 있는 시설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는 것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도심 가운데 들와 있는 주요소나 가스충전소 역시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의 핵심은 주민협의체가 아니야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중요한 부분을 누락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선택’의 문제이다. 비행기와 자동차는 이용자가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한다. 즉, 이는 편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판단과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 SK인천석유화학 인근의 주민들이 위험이 잠재된 화학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것이 본인들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시위현장에서 많은 주민들은 증류탑이나 분리기 등이 높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또, 공장증설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역시 제대로 열린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의 의사는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 공장 이외에도 인천 서구지역은 또 다른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북항 지역에 준공을 앞두고 있는 화력발전소와 현대오일뱅크의 접안시설 등 역시 이러한 문제를 간과한다면 SK인천석유화학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IMG_3133.jpg
작년 9월 27일 서구청은 원창동 SK인천석유화학 PX시설 공장 증설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주민들의 대규모 항의와 집단 퇴장으로 무산됐다. 주민설명회에 대한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이날 서구청은 설명회를 강행했다. 또, 이날 주민 반발을 예상해 SK인천석유화학 내에 있는 노조원과 직원 등이 동원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서구청과 SK인천석유화학 등에 대한 불신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