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석유화학과 주민갈등,어떻게 볼 것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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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석유화학과 주민갈등,어떻게 볼 것인가(2)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4.03.28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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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과 갈등의 불씨
① 지역상생 논하기 이전에 주민과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②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과 갈등의 불씨
③ 경제적 가치와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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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전경. 공장 증설공사는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촬영: 3월 12일)

석남동 신광아파트 비상대책위의 박태균 씨는 지난 3월 24일(월)부터 인천시청 현관 계단에서 다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신광아파트는 SK인천석유화학과 왕복9차선 도로를 끼고 약 1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박 씨는 작년 12월부터 1월까지 SK인천석유화학에 대한 인·허가를 취소해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었다. 그는 SK인천석유화학이 위험물 제조소인 만큼 “공공의 안전유지 또는 재해의 발생방지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제조소 허가가 불법과 탈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인천시장 직권으로 증설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1인시위에서 박 씨는 인천시의 감사결과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 증설 인·허가 과정에서 위법과 탈법이 드러났음에도 관계자 어느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관계자 처벌이 없는 서구청에 대한 감사는 ‘쇼’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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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청 현관 계단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석남동 신광아파트 입대위원장 박태균 씨

공장증설 반대 주민 “도대체 우린 무엇을 했나”

작년 여름,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 증설을 취소하고 이전시켜야 한다며 서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었다. 이로 인해 인천시는 서구청이 화학공장 증설을 인·허가해준 과정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결행했고, 그 결과 ▲공장증설 편법승인, ▲승인 이후 업무처리 소홀, ▲공작물 무단축조, ▲제조시설면적 신고 누락 등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지난 1월 6일 ‘SK인천석유화학(주) 공장증설 관련 시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 계획’으로 공장 증설을 전면 중단하고 위법사항을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SK인천석유화학은 같은 달 21일 공사 중지와 함께 위반사항 해소, 전반적인 안전점검 등을 실시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고 더불어, 상생협의체(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와 상생협력 방안 등을 협의하고 신뢰회복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발표 이틀 후인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공사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공사 중지 기간에 설 연휴가 포함돼 있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 무렵부터 서구청은 SK인천석유화학과 ‘5차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를 통해 사전 축조 미신고 공작물 54기에 대한 위법사항을 해소하는 등 공사재개를 위한 조취를 취해나갔다. 

지난 3월 26일 인천시와 서구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감사에서 지적된 위법사항은 모두 해소됐으므로 더 이상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했다. 또, 서구청은 화학공장 인·허가에 관계된 경제지원과 직원 6명, 건축과 직원 4명, 환경 관련 부서의 직원 1명, 이렇게 11명이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 이들이 받은 징계는 ‘훈계’다. 

그런데 지방공무원법 제70조에 따르면 징계의 종류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및 견책으로 구분된다. 즉, 서구청은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 인·허가에 대한 행정부실에 대해 규정에도 없는 ‘훈계’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몇몇 주민들은“우리가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며 깊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작년부터 불거진 주민들의 거센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 증설공사는 이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장 증설로 인해 지역사회에 큰 파문이 일기도 했지만 이 일로 징계를 받거나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역 정치인들 역시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빴다. 

현재, SK인천석유화학은 주민협의체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장 증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기관들은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일부 소수 주민들의 불만일 뿐, 이미 다 끝난 사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수의 입장을 내세워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온당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의 주장에는 상당한 근거를 바탕에 깔고 있어 단지 소수의 목소리로만 보기에는 석연찮다. 

'공공의 안전, 재해의 발생방지'에 대한 재검토 필요

신광아파트 비대위 박태균 씨는 최근 인천시와 인천서부소방서에 내용증명 형식으로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 제6조 2항 2호에 의거한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다시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 제6조 제2항에서는 위험물제조소 허가처리에 따른 소방관서 검토사항으로 세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2호에는 “제조소 등에서의 위험물의 저장 또는 취급이 공공의 안전유지 또는 재해의 발생방지에 지장을 줄 우려가 없다고 인정될 것”을 허가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 씨는 이 조항에 의거해 SK인천석유화학이 “공공의 안전유지 또는 재해의 발생방지에 지장을 줄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인천서부소방서는 기술기준에 따라 설계된 점을 들어 안전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박 씨는 시설이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하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위 법조항 2호가 제시하는 바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서부소방서는 해당 기준의 근거가 되는 세부 규정이 미비해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씨는 SK인천석유화학이 증설하는 공장이 벤젠과 톨루엔, 파라자일렌 등 위험물질을 제조하는 시설인데다 200미터 이내에 주거시설과 학교 등이 위치해 있어 “공공의 안전유지 또는 재해의 발생방지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해 인천서부소방서가 검토한 다음, 허가 취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결국, 서부소방소는 상급기관(소방방재청)에 해당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민원을 2014년 1월 17일에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2014년 1월 21일, 소방방재청은 해당 조항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특수한 위험물이나 특수한 저장·취급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위험물시설이 허가 당시의 일반적인 기술기준에 적합하더라도 공공의 안전유지와 재해발생방지에 적합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법목적상 허가를 제한하거나 필요한 안전장치를 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어 규정한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은 SK인천석유화학이 생산하는 파라자일렌이 환경부에서 정한 ‘사고대비물질’이 아니고, 화학공장에서 널리 취급되는 석유화학제품이라는 점을 들어 “공공의 안전유지가 어렵거나 재해 발생의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씨는 소방방재청의 판단과 답변이 “SK인천석유화학이 생산하는 일부 품목에만 국한됐고, 해당 공장이 입지한 주변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며 재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파라자일렌 외에 ‘사고대비물질’에 해당하는 벤젠과 톨루엔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공장으로부터 200미터 이내에 학교와 주거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주변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졌기 때문이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

또 한편, 인천시의 감사결과에 따라 서구청의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공장 증설 인·허가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의혹 역시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작년 12월 5일에 인천시가 서구청의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 인·허가 과정에 대해 감사한 결과에서 환경 부문과 관련해 여러 지적사항이 있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06년 2분기부터 2008년 3분기까지, 그리고 2010년 2분기부터 2012년 2분기까지에 대한 사후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서구청이 이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SK인천석유화학이 2012년 12월 ‘제4차 환경영향평가 환경보전방안’을 협의하며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는데, 현재 구성중인 지역상생협의체(주민협의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 감사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것은 ‘환경영향평가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내용이다. 

SK인천석유화학이 입지한 곳에 정유시설이 들어선 것은 1969년 한국화약과 미국 유니온오일이 합작투자로 ‘경인에너지개발’을 설립하면서부터다. 경인에너지개발은 1994년 ‘한화에너지 Energy Plaza’로 상호가 변경됐고, 1999년 현대정유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인천정유’로, 다시 2006년에 SK그룹이 인수해 사명을 ‘SK인천정유’로 바꾸었다. 그리고 2008년에 SK에너지가 합병해 사명이 ‘SK에너지 인천컴플렉스’로 바뀌었다가 2013년 7월에 SK이노베이션(주)의 자회사로 독립하면서 지금의 ‘SK인천석유화학(주)’라는 사명으로 변경됐다.

2006년 3월에 SK그룹은 인천정유를 인수하고, 그해 7월 19일에 공장증설에 대한 인·허가를 신청했다. 이때, 한강유역청과 함께 ‘2차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를 진행했다. 이곳 정유시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처음으로 실시된 때는 1990년 2월이다. 그리고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본토부지에 증류 및 탈황시설을 증설하며 1995년에 ‘1차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가 이루어졌었다. 

즉, ‘2차 변경협의’를 진행했다는 것은 2006년 당시 SK인천석유화학이(당시 SK인천정유) 계획했던 ‘공장 증설’이 1990년의 환경영향평가 본안과 1995년 1차 변경협의의 대상이었던 사업의 연장선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당시 진행된 ‘2차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가 잘못된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SK그룹이 승인 신청을 한 공장증설을 기존 사업의 계획변경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만약 SK그룹의 공장증설이 신규 사업일 경우 변경협의가 아니라 새롭게 환경영향평가(재협의)가 실시돼야 했다. 그런데 변경협의를 실시하고 승인한 것은 매우 중대한 과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2차 변경협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공장증설 신청이 1989년 경인에너지 시절에 진행된 공장증설사업의 연속된 사업인지 여부를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1990년에 받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대한 승인사항이 2001년 12월에 효력을 상실했다는 주장도 있어 ‘2차 변경협의’가 관련 법규와 절차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2차 변경협의’에서 주변상황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2006년 11월 2차변경협의가 이루어지던 당시, SK인천석유화학 정유단지 주변에는 이미 대단위 주거단지 조성에 대해 승인이 난 상태였다. 즉, 1990년 환경영향평가와 1995년 1차 변경협의 당시와는 입지환경이 산전벽해의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마땅히 ‘2차 변경협의’에서 이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2차 변경협의’에서 1990년 환경영향평가 본안과 ‘1차 변경협의’보다 사업규모가 30%이상으로 증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새로 환경영향평가(재협의)를 실시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1990년 본안과 1995년 ‘1차 변경협의’에서 검토되지 않았던 ‘율도부지’가 ‘2차 변경협의’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규모는 1990년 당시 106만9,914평방미터에서 ‘2차 변경협의’에서는 161만4,073평방미터로 늘어나 증가율이 51%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구나 ‘2차 변경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사업면적 증가분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있다.

원칙 없는 주민협의체 구성

주민협의체 구성 역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지난 1월 15일(수) 오후 4시에 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주민협의체 참여 위원들과 상견례를 갖고자 했지만, 이들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지역주민들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당시, SK인천석유화학 측은 “SK인천석유화학을 향토기업으로 인정하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주민협의체 위원을 선정했다고 밝혔었다. 이에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 측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주민협의체를 꾸리려 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렇게 해서 SK인천석유화학 측과 주민들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고, 주민협의체 구성은 번번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자 간의 갈등은 법적 고소·고발 상황까지 치달았고, 이에 SK인천석유화학은 ▲주도적인 위치에서 내려와 주민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시도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민협의체 회의 진행을 제3자에게 맡기고, ▲협의체에 참여하는 대표자도 주민이 직접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주민과의 합의점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주민협의체 위원으로 참여하는 몇몇 주민에 따르면, 여전히 대표성을 놓고 갈등하던 주민단체들이 주민협의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등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표성을 확인하기 위해 위원으로 참여하는 주민이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는 서명을 받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정유단지 인근의 동남아파트 입주민인 박옥주 씨와 몇몇 주민은 아파트 입주자의 약 60%에 가깝게 서명을 받아 위원으로 참여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의 참여는 협의체 내의 다른 주민단체들로부터 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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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석남1동과 신현원창동이 맞닿은 율도로에 위치한 ‘농협 서인천율도지점’ 인근 사거리에서 열린 SK화학공장 반대집회에서 동남아파트 입주민 박옥주 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광아파트 입대위 위원장인 박태균 씨는 노동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주민협의체 참여를 거부당해야 했다. 입대위는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 증설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들에 의해 구성된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입대위원장이 주민들의 대표성을 지녔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다. 하지만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정치적 개입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당 당원인 박 씨가 주민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을 막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경우에 대해 “차별에 의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상식적으로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 활동 때문에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SK인천석유화학의 이러한 입장은 화학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의 입장을 지지해온 노동당 인천시당을 의식한 것이란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권 보상 요구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이런 상황에서 주민협의체 성격이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지난 3월 19일 “피해보상회의로 변질된 SK주민상생협의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3월 18일 오후2시, 인재개발원에서 개최된 SK주민상생협의체에서 일부 “주민단체들이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담합하고 학부모관련 단체들을 회의에서 배제시키려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이 경제적 이권을 들먹이며 주민협의체를 독점하려 했던 주민단체에 대해 ‘어용’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견제해왔던 터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이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인천연대는 성명에서 주민협의체에서 공익적 의제가 빠지고 재산권보상에 대한 논의가 중심적으로 진행된다면 ‘상생협의체’(주민협의체)를 더 이상 인정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 증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현상에 불과하다는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적 이권보다도 국민으로서, 지역의 주민으로서의 권리와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 했던 많은 주민들의 노력까지도 호도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들이 주장하는 ‘재산권에 대한 피해보상’이라는 것은 반토막이 돼버린 부동산가격에 대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부동산 피해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투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실, 화학공장 문제가 아니어도 인천지역의 집값 하락세는 전국에서 가장 가팔랐다. 지지부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이 인천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근의 부동산업자들은 SK인천석유화학 정유단지 인근에 위치한 석남동과 신현·원창동 일대는 주변에 새롭게 형성된 주거지역으로 인구유출이 일어남으로써 집값 하락 폭이 더욱 커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주변의 환경 문제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내놓는 가구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값 하락의 원인을 화학공장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협의체의 의제를 재산권 보상으로 몰고 갈 경우 SK인천석유화학으로 인한 환경문제와 시민으로서의 권리라는 대의명분을 잃은 체 기대에 못 미치는 물질적 보상으로 모든 문제가 봉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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