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14 가을호, "공공성을 생각한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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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2014 가을호, "공공성을 생각한다" 특집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8.3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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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김진석 교수 비평 등 읽을거리 풍성
 

계간 ' 황해문화' 가을호가 나왔다. 이번 호의 특집은 '공공성'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 어떤 지향을 일러 '공공성'이라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황해문화'는 왜 새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가? 우리에게 은연중에 깊이 똬리를 틀고 있는 공공성=국가라는 도식을 문제삼기 위해서인 것 같다.  

우리 주위에는 두 가지 커다른 사회적 흐름이 있다. 성장지상주의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시장만능주의다. 전자는 발전국가론과 결합되고, 후자는 야경국가론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이 두 흐름이 묘하게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전제는 국가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과는 다른 공공성의 문제가 오히려 국가의 역할을 적대시하면서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국가가 주도하는 영리병원에 대한 반대 주장과 국가가 도외시했던 무상급식을 집요하게 국가에 요구하는 목소리의 분출이 바로 그것이다. '황해문화' 가을호는 국가에 긴박된 '공공성'의 개념을 풀어해쳐 신자유시대 우리가 천착해야 할 공공성은 무엇이지 찾아나선다. 

특집의 첫번째 글 「공공성:개념, 역사, 쟁점」에서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가 검토와 비판을 거쳐 도달하는 공공성의 정의는 “공동체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현하고자 하는 평등주의적 가치”이다. 이 정의는 주체로서 공동체를, 절차로서 민주주의를, 가치로서 평등을 적시한다. 그리고 공공 영역이 사적 세계만 아니라 시장 세계와도 구별됨을 내포한다. 이런 의미의 공공성은 근대 서구에서 시민권의 성장과 확장을 통해 확립되었는데, 이때 공공성의 최대 수호자는 국가였다. 그러나 그 후 신자유주의가 부상하고 공과 사의 구분이 부정되거나 소멸하면서 공공성이 쇠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의 복원을 바라는 필자는 국가와 시민단체들 사이의 기능적 배분을 제안한다. 공공서비스 공급에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어지는 특집 글 「공공성의 재구성:성장은 공공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에서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공공성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역사성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일제 강점하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국가주의적 집단주의에 입각한 발전 전략의 기본 틀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박정희 시대의 ‘조국 근대화’만 아니라 김영삼 정부의 ‘국가 경쟁력’에서도 알 수 있다. 여기서 국가는 집단 전체를 대변하는 중심이자 공(公)의 독점적 전유자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유입과 그에 대한 반정립으로서의 공공성은 특유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사회에서 실현해야 할 올바른 공공성은 사적 영역과 구별되는 공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과 사를 매개하는 논리로서의 공공성이어야 하며,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평등하게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주의의 정치적 개혁이 중요하다고 제기한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서의 개념을 경제학의 논의에서 재천착한다. 「자본과 국가:한국사회에서의 공공성 논의」에서 류 교수는 공공성을 둘러싼 경제학의 논의는 공공재를 둘러싼 시장 대 정부의 문제에 집중되며, ‘나쁜 국가’와 ‘좋은 국가’를 구분하는 구도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이 점은 한국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 공공성이 중요한 현안으로 등장하는 경우에도 철도민영화의 경우처럼 정부에 대해 공공성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좋은 국가’가 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국가’를 갖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공공성 문제가 있다고 류 교수는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성의 개념이 제대로 구성되어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장에 대한 통제를 두고 편이 갈리면서 정작 공공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자체는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특집 마지막 글 「공공성 실현의 전략:요구에서 힘싸움으로」에서 하승우 박사(땡땡책 협동조합 땡초)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 정부에 공공성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당한가?" 이 물음의 답은 글의 제목에 있다. ‘요구에서 힘싸움으로.’ 우리나라에서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서는 민(民)이 국가-재벌 연합과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러려면 힘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는 정부와 기업이 은폐하는 정보를 공개하고 결탁 관계를 폭로하며 이를 사회 의제로 만드는 일이다. 다음은 철도, 전력, 수도 등 공공재를 중심에 두고 시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하여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대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와의 연대가 중요하다. 지역과 지역, 지역과 중앙을 잇는 연대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당이 나서야 한다고 설파한다.

 

특집과 함께 읽을 만한 비평들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린 비평 꼭지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진보 교육감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다른 지자체장에 비해 교육감 선거에서 유독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인 원인을 분석하며 진보 교육감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오창룡 고려대학교 세계지역연구소 연구교수는 「2014년 유럽의회 선거와 극우 세력의 부상」을 통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급부상하게 된 사회, 정치적 원인과 이를 계기로 유럽연합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분석한다.

2014년 상반기 한국사회를 공포와 충격으로 몰아간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깊이 있는 글들이 실렸다. 김진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재난과 위험 속에서 침몰하는 ‘책임’─세월호 참사에 대하여」에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묻는 두 가지 관점, 곧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위법과 불법이 저지른 기업의 책임과,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한다. 성공회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김서중 교수는 문화비평 「세월호 참사 보도의 참혹함은 예정된 것」에서 참사 이후 보여준 언론 행태는 방송의 공공성보다는 방송을 정부의 홍보도구 또는 신산업 성장동력으로 간주했던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이 빚어낸 언론 현실이 드러낸 민낯이라고 지적하며 공공성 보장을 소임으로 하는 공영언론이 선도하는 언론체제가 복원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정부의 행정편의적 피난 지시를 거부하며 ‘자택농성’을 벌이면서 국내에 알려진 사사시 다카시가 원전사고 3년여가 지난 현재 일본 국내와 국제정세를 살피면서 동아시아 삼국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밀도 있는 상호교류를 통해 평화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 「동일본대지진―원전사고의 재앙 속에서」도 수록됐다. 

인천에서 발간하는 계간지로 전국적으로 진보계간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황해문화' 가을호는 서점에서 구입가능하며 '새얼문화재단' 후원회원에 가입하면 받아볼 수 있다.  


<목차>
권두언
2 국가를 생각하며 공공성을 묻다│김진방
 
특 집│‘공공성’을 생각한다
8 공공성:개념, 역사, 쟁점│고세훈
28 공공성의 재구성:성장은 공공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고원
46 자본과 국가:한국사회에서의 공공성 논의│류동민
60 공공성 실현의 전략:요구에서 힘싸움으로│하승우
 
창 작
76 시 조우성·이문재·신현수·김윤식·이기인·조혜영
107 소설 알 수 없어요│이인휘
흑염소 밴드│유채림
 
포토에세이
161 사진의 길│박진영
   ─미야기 현에서 앨범을 줍다
 
기고
172 동일본대지진│사사키 다카시
   ─원전사고의 재앙 속에서
 
비 평
185 ‘진보 교육감 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한귀영
205 2014년 유럽의회 선거와 극우 세력의 부상│오창룡
220 재난과 위험 속에서 침몰하는 ‘책임’│김진석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서 ③
238 베트남 파병을 ‘거부’한 두 한국군 병사 김이석과 김동희│권혁태
 
인천문화지리지 ⑦
258 무네미고개 넘던 산골소녀, 유럽을 넘는 영화감독으로│김진국
   ─영화감독 임순례
 
문화비평
280 세월호 참사 보도의 참혹함은 예정된 것│김서중
298 왔다가 가는 계절들처럼, 우리들에게도 위로와 안식을│한상정
   ─『환절기』, 이동은·정이용, 이숲, 2013
307 드라마 <정도전>의 성과, 그리고 아쉬움│이영미
315 사명감이 허구를 만들었다면 웃을 텐가│조영일
   ─김윤식의 말년에 대하여
329 독보(獨步)하는 일렉트로닉 밴드, 카프카K.AFKA│나도원
337 황당 코미디! 인천 중구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전진삼
347 제3기 공간정치학과 예술사회Ⅰ(1999~2004)│김종길
   ─한국 현대미술 연대기 1987~2012
359 변화된 세상을 위한 동상이몽│김지미
   ─<역린>과 <군도:민란의 시대>
 
서 평
367 우리가 끝내 알 수 없는 것들│권명아
376 역사학에서 ‘에피고넨’과의 고투(苦鬪)│도면회
384 자유의 기술을 다룰 줄 아는 고수들의 이야기│엄기호
393 연금 개혁 성공, 연금정치에 달렸다│오건호
   ─영국 사례가 주는 ‘경고’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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