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 카지노, 과장된 기대 대신 우려의 목소리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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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 카지노, 과장된 기대 대신 우려의 목소리 쏟아져
  • 양영호 기자
  • 승인 2014.09.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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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실련 주최 '카지노, 인천 경제 출구전략인가' 토론회에서
인천경실련과 인천YMCA가 진행한 영종 카지노 출구 전략 토론회 모습

인천 영종도에 들어설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카지노, 인천 경제 출구전략인가'를 주제의 토론회가 2일 인천YMCA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이종일 한국 뉴욕주립대 교수의 사회로, 이승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과 조현근 인천경실련 문화관광위원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이진오 인천YMCA 시민사업위원, 박준복 인천참여예산센터 소장, 신영은 인천시의원,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먼저 발제를 맡은 이승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영종 카지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제적으로 카지노 복합리조트 형태가 등장하면서 카지노에 대한 개념이 도박에서 여가활동 혹은 업무의 하나로 전환된지 오래됐다“면서 "도박중독 방지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외국자본을 철저하게 관리하면 부작용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을 막을 방안에 대해 그는 “싱가포르처럼 카지노 중독 방지를 위해 연간 입장 횟수 제한, 카지노 배팅 한도액 설정, 자발적 출입정지 신청 등을 통해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또 “베이징 시민 대상 설문 결과 경쟁국 마카오, 싱가포르와 비교할 때 영종도 카지노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서비스산업 부양 효과와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도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국환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언급해 논란이 재연된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대해서는 "여야 국회의원이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는 입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규제개혁 관련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 같다"고 해석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현근 인천경실련 문화관광위원장은 "강원랜드의 사례를 보면 경제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인천의 미래를 위한 출구전략인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의 경우도 중국자본 등에 의한 카지노복합리조트 추진으로 인한 토지 잠식, 세금감면 후 ‘먹튀’ 등 부작용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위원장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카지노 관광 외화수입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2013년 기준 국내 외래관광객은 12,175,550명으로 14,303백만불의 수입을 얻었다. 이중 카지노 이용객은 2,707,315명(22.2%), 카지노 관광 외화수입은 1,250백만불(8.7%)이었다. 이를 1인당 외화수입으로 환산해보면 전체 1,175달러 중 카지노 외화수입은 462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2001년 이후 2003년까지는 강원도 폐광지역 지역 총생산(GRDP) 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을 웃돌았으나 2004년과 2005년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고, 2006년 이후엔 전국 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자본에 의한 토지 잠식, 세금 감면 뒤 먹튀 등 외국 자본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면서 "인천의 개성 있는 산업을 바탕으로 인천이 자립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종 카지노 조감도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진오 인천YMCA 시민사업위원은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 중 GDP 대비 도박산업 매출액이 5위이고, 불법 도박산업 매출액은 2008년 53조원에서 2012년 75조원으로 급증했다"며 "합법적인 도박은 고용 저하, 지하 경제 양산, 경제 생산성 하락 등 부작용을 낳아 미래 성장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인천시 재정 위기의 주범인 인천도시공사가 이번 영종 카지노 승인이 없었다면 부도 위기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시민사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송영길 전 시정부 당시 2018년 1조 3천억원의 경제 생산 유발효과와 6천억의 세수 확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사업시행사인 리포&시저스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사업 시행 10년이 지나야 6천800억의 매출 효과가 있다고 내놓았다”며 과장된 전망을 경계했다.

박 소장은 이어 “지난해 16곳의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지방세는 128억이고, 강원랜드는 190억에 불과했다. 카지노가 정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카지노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토론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온 신영은 시의원은 "인천은 공항과 항만, 150여 개의 섬 등 관광 인프라를 이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고 부채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카지노사업은 사실상 정부에서 허가해 준 도박사업이다. 옛 어른들 말씀에 '노름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말도 있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내국인 출입 허용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비스산업의 근본 목적은 인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싼 인건비의 제조업 중심 국가다. 마카오는 중국이고 싱가폴은 제조업이 불가능한 국가인데 타국의 사례를 단순하게 들면 안된다"며 "지금 세계 각국이 카지노사업에 뛰어 들겠다고 하는데 한국은 후발 주자로 나서며 아름다운 그림만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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