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들, 점오계약제 폐지하고 ‘감정수당’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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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노동자들, 점오계약제 폐지하고 ‘감정수당’을 달라!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09.04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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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결성 후 첫 임금인상 요구, 추석파업 돌입 예정


근무중에도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파업을 알리고 있는 홈플러스 간석점 노조 사무장님

추석을 앞둔 홈플러스의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후 처음으로 10.1%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단체협상에 나서면서 자신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사측에 ‘감정수당’을 요구하며 4일부터 추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교섭에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홈플러스 노조의 추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일 기자가 방문한 홈플러스 간석점의 여러 계산대 중에서 유독 붉은 머리띠를 멘 계산원이 눈에 띠었다. 우리가 흔히 계산원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는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감정노동자다.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밀려드는 고객들의 물건을 계산하면서도 어떤 요구를 내걸고 머리띠를 맨 것인지 묻는 질문에 처음으로 임금인상과 감정수당을 요구하는 단체협상을 진행중이라고 알려줬다.

전체 서비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210명의 노동자 중에 노조가입자는 약 90명. 계산대 위로 머리띠와 함께 “나쁜기업 홈플러스를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몸자보를 등에 두른 노동자들이 곳곳에 눈에 띠었다. 근무중인 사무장을 대신해 민주노동 서비스연맹 홈플러스노동조합 인천간석지점의 사무장인 그녀를 대신해 간석지부장이자 인천부천노동조합본부장인 오경복 본부장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오경복 홈플러스노조 간석지부장(인천부천본부장)과의 인터뷰 (사진=이경희)

오경복 본부장은 작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처음으로 임금인상을 단협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서는 10.1% 인상, 즉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성의 없는 교섭태도로 일관하다 겨우 3.7% 정도의 인상안을 제시하다 다시 뒤로 뺀 상황이라고 한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7.1%를 홈플러스 임금인상률에 반영해 나온 요구안이다. 올해 홈플러스 부서별 시급은 5천450원에서 5천750원이다. 올해보다 7.1% 인상된 2015년 최저임금 5,580원도 못 받는 열악한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연매출은 10조, 대형마트 업계 2위, 재계순위 43위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에 성실하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기업에 대해 “나쁜기업 홈플러스 규탄한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올 1월 단체협상에서 9월 1일자로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던 점오(0.5시간)계약제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점오계약제는 홈플러스가 직원들이 허비하는 교대시간 등을 감안해 하루 근로시간을 30분 깎는 것으로, 홈플러스는 이를 통해 연간 130억원의 임금비 지출을 절감해왔다.

악명 높은 점오계약제 폐지를 위해 노사는 4월부터 20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1월 노사간 합의 당시 7.5시간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8시간으로 다시 근로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채용된 신규 인력들은 오히려 수습계약직은 6.5시간, 정식 비정규직은 7.5시간을 각각 6시간, 7시간으로 계산해 오히려 근로조건을 저하시켜왔다."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번 단체협상에서 ‘감정수당’ 책정도 요구하고 있다. 오경복 본부장은 “우리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자로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감정수당’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인상과 점오계약제 문제 등이 얽혀 어느 정도 논의가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홈플러스노조의 국회 공동기자회견 (사진제공=홈플러스 노조)

지난 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회사측은 여전히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는 4일 전국 40개 매장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추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29~31일간 파업을 진행했는데도 회사에서 노조의 요구에 대해 적극적인 교섭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파업은 각 지점의 상황에 따라 2~3일간 자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에서 3년 연속 최하등급인 ‘보통’을 받았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그나마 민주노조가 결성된 홈플러스가 낫다. 이마트는 세 개의 복수노조가 난립한 상태에서 갖가지 갈등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어용노조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회사측에서는 대체인력을 동원해서 추석 연휴 내내 영업을 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굴하지 않고 당당히 요구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오경복 본부장이 들려준 담담한 말이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 홈플러스에 가면, 계산대를 박차고 나온 홈플러스의 감정노동자들을 홈플러스 입구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계산대에 선 오경복 홈플러스노조 간석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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