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행복은 남자 하기 나름” <빅 아이즈(Big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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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행복은 남자 하기 나름” <빅 아이즈(Big Eyes)>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프로그래머
  • 승인 2015.01.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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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8
 

모든 예술작품은 그 작가를 반영한다. 시각적이고 반복적인 요소들 때문에 그림이 좀 더 드러나는 경향이 있지만, 음악도 문학도 결국 그 예술가들의 내면의 의식과 무의식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지난주에 본 칼럼에 소개했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셰프가 레스토랑의 사장이나 음식평론가에게 퍼붓는 불만과 울분은 영화감독이 제작자와 평론가에게 하고 싶은 말들과 유사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배트맨 1, 2>,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등 그만의 특이한 그로테스크함과 판타지로, 독특함을 넘어 아티스트로 불리는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빅 아이즈>는 그런 점에서 감독이 나란히 선 거울 같은 작품이다.

눈이 큰 아이들과 동물을 그린 '빅 아이즈' 그림은 1950년에서 60년대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주인공은 월터 킨(크리스토프 왈츠). 화가라기보단 탁월한 사업가에 가까운 월터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술품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1959년경 샌프란시스코에 킨 아트 갤러리를 열고 '빅 아이즈' 그림과 포스터, 엽서를 판다. 이는 대중미술의 상업화에 대혁신을 일으키고, 크나큰 성공으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다. 하지만 사실 그 그림들의 실제 화가는 그의 부인인 마가렛(에이미 아담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맘에게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월터와의 재혼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떠나 당연한 것이었다. "여자가 그린 그림은 잘 안 팔린다!"라는 남편의 설득으로 마가렛은 딸마저 속인 채 집안에서 몰래 그림을 그리고, 월터는 그 그림들을 자신의 그림으로 선전하며 세상을 속인다. 그러나 결국, 권위적이다 못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남편과 딸마저 속여왔던 스스로의 양심과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하던 마가렛은 1986년경 남편인 월터 킨을 고소하며 이 사건은 미술계는 물론 온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이 영화는 실화이다. 실제 마가렛 킨은 동시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에서부터 현대 일러스트 아트로 유명한 요시모토 나라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다. 자신의 많은 영화들 속 캐릭터들의 기괴하고 기형적인 커다란 눈을 통해 악한 세상 속에서 인간의 작은 선함을 강조해왔던 팀 버튼 감독은 그 최대 수혜자이다.

폭력이든 금전적 착취이든 가족구성원간의 범죄행위는 인간의 나약함과 근본적인 악함에 기인한다. 타인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자신에 대한 애정을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가정폭력과 근친사기가 갈수록 도를 넘어가고 결코 근절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맑은 새해를 그토록 바랐건만, 1월이 채 가기도 전에 대한민국은 커다란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급기야 살인으로 끝나버린 최근의 인질극 사건은 더 이상의 기대초자 거둬드리게 만든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가? 이번 인질 살인 사건에서도, 이 영화를 통해서도, 가정의 행복은 우리 남자들에게 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가장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모든 가족구성원이 노력해야 하겠지만, 올해는 우리 남자들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어른들 말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가정이 화목해야 나라가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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