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소통, 이해와 화해” <미라클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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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소통, 이해와 화해” <미라클 여행기>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 승인 2015.01.23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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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9
 

근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은 정치, 사회를 막론하고 양분된 듯 하다. 정치적 이슈이든 정책적 쟁점이든 사회적 사건이든, 찬성 아니면 반대로 나뉜다. 다양성, 다문화, 멀티, 메타 등 사람들과 미디어가 입만 열면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이런 단어들은 단기간의 유행어만도 못한 내실 없고 자각 없는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아무도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나 또한 소수에 불과한 다양성 보다는 과반수가 넘는 다수의 그늘에 있어야 안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의 중재자는 아예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자리는커녕 줏대 없고, 생각 없고, 박쥐 같고, 이도 저도 아닌, 나와 같지 않다면 적이 되어 결국 만인의 적이 된다. 과거에 비할 수 없이 나라 경제는 성장했고,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한국은 엄연한 선진국의 한 나라임에도 국민들이 이 땅을 답답해하고 갑갑해하는 이유이다.

현대 한국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흥행한 영화는 영화대로 진보와 보수의 의견으로 갈리고,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그 정치적 자리매김이 분명하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거나 쌍욕을 내뱉거나로 그 감상이 극명히 갈린다. 나와 의견이 같으면 지금 우리가 꼭 봐야만 하는 의식 있는 영화이고, 나와 의견이 다르면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는 중도와 화해의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물론 사회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된 로드무비이기에 어느 편을 설 수도 없었겠지만, 사건과 상황을 알아나가는 과정에서도 어느 편을 들기보다는, 대화가 없고 소통이 없고 그러기에 이해와 화해가 있을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데도 힘겨운 20대 후반의 청년백수 최미라는 이러한 자신의 신세에 답답하던 차에 제주도 강정마을에 책을 기부하는 행사를 알게 되고 삼만 권의 책을 나르는 배에 승선하게 된다. 배에는 3백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타고 있고 미라는 본인의 심정에 더 몰두하지만 자연스럽게 배에 승선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강정마을에 대해서 알게 된다. 2013년 진행됐던 ‘강정 책마을 십만대권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백수 최미라의 시선을 통해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반논란과 가족과 이웃이 반목하는 아픔을 겪는 강정마을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제주도 강정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현재 우리 사회에 절실한 대화와 이해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말하는 사람들만 있고 들으려 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함께 고민하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허철 감독의 말처럼, <미라클 여행기>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찬반 논쟁과 정치적 진영 논리보다는 강정의 소통과 평화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대화 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국가 정책으로 인해 파괴되는 지역 공동체의 아픈 모습과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몰이해의 슬픔을 다룬 <미라클 여행기>는 1월22일(목)부터 인천 남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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