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펀치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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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펀치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지
  • 이창희 시민기자
  • 승인 2015.01.29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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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시민기자의 한국기행]
'펀치볼' 6.25 당시 연합군 종군기자들이 붙여 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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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이란 이름의 유래도, 이곳에 군부대와 얽힌 사연도 금세 알 수 있었다. 내용인즉 이곳 도솔산이 6·25 당시 최대 격전지였다는 것. 해병대가 ‘무적해병’이란 칭호를 얻은 것도 이곳의 전투 때문이라 한다. 결국 1951년 6월 20일 해병대가 이곳을 탈환했고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6월 도솔산 전적문화제를 시행한다.

453번 지방도로 역시 6·25때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니 길 위에 쌓이고 쌓인 사연이야 구구절절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펀치볼은 본디 칵테일을 담는 그릇을 얘기한다. 6·25전쟁 때 외국의 종군기자들이 이곳의 지형을 보고 마치 칵테일 그릇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해안마을보다 펀치볼이 더 유명하니 이곳은 군인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
 
뱀 잡는 돼지 김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옛날 옛적 이곳은 해발 600m까지 물이 차 있었다고 한다. 그때의 습한 기운이 남아있어 뱀이 많았는데 이를 퇴치할 방법을 찾지 못해 주민들의 걱정이 많았다. 때마침 지나던 승려가 집집마다 돼지를 키울 것을 권했는데 돼지는 개구리, 뱀 등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데다 뱀한테 물려도 두꺼운 비계로 독이 퍼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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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뱀의 천적이었던 셈이다. 결국 돼지 덕에 주민들은 편하게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었고 그래서 이어 내려 온 이름이 바로 돼지 해(亥)자에 평안할 안(安)자를 써서 해안마을이 된 것이다. 1000m의 고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까닭에 웃지 못할 사연들도 많았는데 외지에서 선보러 온 처녀가 눈이 쌓이고 차가 끊겨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눌러 살았다는 김 관장의 얘기는 믿어지지 않지만 있을 법한, 외딴 지역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50년 만의 휴식, 하지만 경치를 보려면 언제든 오르는 길 6·25전쟁을 위해 건설된 길이 2008년 돌산령터널 준공을 계기로 발길이 끊겼으니 대략 50년 만이다. 인민군과 국군이 번갈아 넘었고 6·25 이후엔 수백 명의 주민들이 이주해왔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호랑이를 속여 가며 산을 넘던 질고개 ‘소문치(小門峙)와 한씨 부인’ 설화까지 있었던 외딴 곳이지만 이제는 해안마을 가는 길이 관광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일교차가 큰 봄, 가을에 산 위에서 펀치볼을 내려다보면 운해가 보인다. 구름위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가을에는 주변의 도솔산, 대암산, 대우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단풍이 든다. 사방이 울긋불긋한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지난해 개통된 돌산령터널을 이 모든 풍경을 지나친다. 경치를 즐기려면 50년 된 옛길 453번 지방도로에 올라야 한다. 해안마을에서 양구읍까지 차로 1시간 거리를 절반으로 줄여준 터널이 고맙기는 하지만 절경을 즐기며 자연을 만끽하려면 꼭 달려봐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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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펀치볼'의 정식 명칭은 '해안분지'(亥安盆地) 라고 한다. 이 해안분지가 펀치볼로 명명된 것은 6.25 한국전쟁 당시, 외국종군기자들이 가칠봉에서 해안분지를 내려다보는 경관이 몹시 아름다워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원더플"을 외치면서부터다. 그 모습이 꼭 화채그릇(Punch Bowl)과 닮아서 '펀치볼'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펀치볼'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대암산, 가칠봉, 대우산, 도솔산 등 해발 1,000m 이상이다.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하게 한다.
 
'펀치볼'의 크기는 해발고도 400m~500m 고지 위에 남북길이가 11.95km이고 동서길이는 6.6km에 가까우며, 면적은 여의도의 6배가 넘는 크기다. 이 분지는 차별침식분지라는 설도 있고, 운석이 충돌해 분지로 되었다는 설도 있다.
 
분지 안에 있는 마을은 양구군 해안면 오유리, 현리, 만대리 등. 대한민국 최북단 마을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남북한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또한 동부전선에서 유일하게 땅굴이 발견돼 남북분단의 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신분증 없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마을이며, 민통선마을에 둘레길을 조성해 그 아름다움을 더욱 잘 나타내고 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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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양구군 해안면의 도솔산(해발 1158m)에서 1951년 6월4일부터 국군 해병대 제1연대가 북한군 2개 사단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17일 만인 6월20일 도솔산지구의 24개 고지를 모두 탈환한 전투로 도솔산 지구 작전이라고도 한다. 이 전투에서 북한군은 2개 사단에서 약 3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국군 해병대는 123명이 전사했다. 도솔산 전투는 한국 해병대의 대표적인 5대 전투 중 하나로 손꼽히며 이 전투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별칭이 붙여지게 됐다.
 
이곳 주변에는 제4땅굴, 평화생명동산, 전쟁기념관, 을지전망대, 평화의 댐, 두타연계곡, 용대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인삼, 더덕, 포도, 산채비빕밥, 곰취쌈밥, 곰취찐빵, 양구시래기, 블루베리 등이 유명한 곳이다. 특히 양구군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구시래기는 먹을거리관광의 상징으로서 ,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된 건강식이다.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고 해서 적극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양구시래기로 먹을거리를 중점으로 삼는 일반관광지보다는 '펀치볼'이 6.25 한국전쟁 당시, 전 세계 종군기자들이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지'라는 걸 홍보했으면 싶다.
 
그리고 펀치볼 내에 현재처럼 시멘트 구조물이 아닌, 평면 천연잔디축구장, 천연잔디야구장, 천연잔디농구장, 천연잔디배구장, 천연잔디테니스장, 천연잔디배드맨턴장, 천연잔디 속 수영장 등을 건설해 세계인들이 스포츠 체험, 볼거리, 먹을거리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했으면 한다. 그래서 "모든 걸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거듭 탄생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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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이라는 지명은 미국 하와이에도 소재하고 있다고 한다. 6.25당시 연합군 종군기자들은 "한국의 펀치볼은 미국 하와이의 펀치볼 보다 수백 배 더 멋지다"고 찬사를 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분지 모양은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고 했단다.
 
그러나 그 수식어를 찾기 위하여 우리가 그곳을 방문하였으나, 그러한 수식어는 한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냥 펀치볼을 전쟁터의 상흔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따라서 필자는 양구군청에 제안을 해 본다. 돌산령 터널입구 표지석에 60여년간 잊혀졌던 수식어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지"라는 명칭을 새겨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자전거라이딩으로 펀치볼까지 방문하려면 당일라이딩으로는 곤란하고, 1박2일 정도 라이딩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근지역에 그 유명하고 아름답다는 두타연계곡이 소재하고 있어, 그 명소도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해 본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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