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구민의날도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로 잘못 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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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구민의날도 한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로 잘못 정해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22 20: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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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도진 설치한 7월 1일로 바꿔야 의견도
화도진지 전경(인천 동구청 홈페이지)

인천 동구(청장 이흥수)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이 동구 화도진공원에서 체결됐다는 사실이 지난 2012년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22일 축제 개막식과 함께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 체결 조인식을 축포를 쏘아가면서 거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26회째를 맞고 있는 화도진축제의 개막일인 5월 22일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일을 기념해 제정한 동구 구민의 날이어서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 확인된 이상 구민의 날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구 구민의 날은 1991년 제1대 동구의회에서 제정했다. 1961년 5.16혁명위원회의 포고령에 의해 전국의 지방의회가 해산된 이래 30여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것은 1991년이었다. 1991년 3월 26일 실시된 지방선거에 의해 동구 14개 선거구에서 14명의 의원이 당선돼 1991년 4월 15일 제1대 인천 동구의회가 개원했다.

4월 15일 제1대 동구의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의장단 선거를 통해 의장에 송현1동 출신 오준문 의원과 부의장에는 송현3동 출신 조용준 의원을 각각 선출한 후 곧바로 기초자치단체인 동구 구민의 날을 조례 제207호로 제정해 5월 22일로 공표해 시행했다.

전문 3조로 구성된 매우 소략한 조례를 보면 1조에 조례 제정의 목적으로 "이 조례는 관내 화도진에서 체결된 역사적인 한·미수호통상 조약일을 인천광역시동구 구민의 날로 정하여 범구민적으로 경축함으로써 구민의 긍지와 애향심을 고취시켜 구민단합의 계기를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조에서는 "구민의 날을 5월 22일로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제3조는 시행규칙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이고, 부칙으로 공표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해놓았다. 내용상 이 조례는 제1조가 전부인 매우 엉성한 조례다.

당시에 어떠한 이유로 "화도진에서 체결된 역사적인 한미수호통상 조약일을 구민의 날로 정"했는지는 회의록을 확인해봐야 할 일이지만, 화도진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역사적 실상에 맞게 구민의 날로 새로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기념물2호로 지정된 화도진지(花島鎭址)의 역사적 가치를 감안해 화도진이 창설된 7월 1일을 동구 구민의 날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화도진은 고종시대 들어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 그리고 1875년의 운요호사건 등을 겪으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해안방비책의 하나로 1878년 어영대장 신정희(申政熙)로 하여금 수도 방어의 요충지인 인천에 포대와 진사를 새로 짓게 해 1년만인 1879년 7월 1일 완공됐다. (조우성, <<인천이야기 100장면>> 26~27쪽)

화도진에서 체결되지 않은 한미수호통상조약을 기념하는 것보다 화도진지 그 자체를 동구의 역사적 자원으로 기리고 재해석하는 관점으로 축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역 향토사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역사학자는 "화도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역사적 장소다.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화도진도와 함께 서세동점의 침탈의 시대에 맞섰던 조선의 자존심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인천 동구가 가진 역사와 문화를 주요 컨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화도진축제가 화도진에서 체결되지도 않은 한미수교통상조약의 조인식을 거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당장 해프닝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동구 구민의 날조차 잘못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축제를 거행하는 것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역사학자는 동구 구민의 날로 "화도진지가 설치됐던 7월 1일로 조례를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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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2015-05-24 11:07:56
좀 더 신중해야겠구요. 축제의 날 진정성이 함축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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