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따라 한국 오는 캐나다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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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따라 한국 오는 캐나다두루미
  • 김대환
  • 승인 2015.09.1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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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새 이야기] ②새를 구별하는 방법
<인천in>이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의 새 이야기를 한달에 1~2회 연재합니다.  인하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 회장은 지난 2002년 부터 조류 생태와 관련한 조사 , 연구 , 촬영 등 다양하고 깊이있는 활동을 벌여오고있습니다. 이를통해 인천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조류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기쉽게 소개하는 한편, 서식지를 위협받고있는 조류보호에도 앞장서 오고 있습니다. 





생물학에서 생물을 구별하는 것을 동정(同定, Identification)이라고 한다. 생물을 구별한다는 의미는 생물의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사람과 닭이 다르고 닭과 쥐가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종류별로 구별하는 것이다. 같은 닭 중에서 각각의 닭을 구별하는 것은 동정이 아니다.

동정하기 위해서는 생물을 분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약 150만종의 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보고되지 않은 종을 고려하면 대략 200만~2,0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가장 많은 종을 가진 생물 무리는 곤충이다. 이렇게 많은 생물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을 정리하고 연구하는 학문을 계통분류학(Taxonomy) 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생물학 수업을 하는 자리가 아니니 너무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종의 개념] 생물을 구별하자면 종에 대한 개념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설명이 필요하다. 종의 개념은 사람을 사람으로 묶는 것이다. 사람과 닭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을 따로 묶는다. 그러자면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 닭은 날개가 있지만 사람은 날개가 없다. 닭은 부리가 있지만 사람은 부리 대신 입이 있다. 이런 식으로 특징을 구별하는 것은 계통분류학에서 진행하는 일이고, 종은 이런 식으로 나누다 보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단계가 나오게 된다. 그 단계를 종(種, Species)이라고 한다.

하지만 종의 단계라는 것이 좀 애매할 경우가 있다. 워낙 많은 생물을 구별하다보니 모든 경우에 만족할 수 있는 정의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종의 개념은 ‘두 개체가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이 생식 능력을 가지면 같은 종, 생식 능력을 가지지 못하면 다른 종이다.’ 이 정의에는 두 개체의 형태적 특징이 같으면 같은 종, 다르면 다른 종이라는 개념을 포함한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생물이 이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예외가 많다는 것이다.



<대만의 잣까마귀 아종>

[종에 대한 다양성] 잣까마귀라는 새가 있다. 새를 보는 사람들이 이 새를 보려면 8월 초에 설악산 대청봉을 올라가야 한다. 그 이유는 대청봉 정상에 눈잣나무라는 나무가 있는데 이 새들이 눈잣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그 시기, 그 장소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400종이 넘는 새를 본 저자의 입장에서 한 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연히 대청봉을 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잣까마귀를 보기 위해 대청봉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러던 중 대만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대만은 3,000m 이상의 산이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산 정상까지 도로가 나있다. 그리고 대만의 대설산 정상에서 꿈에 그리던 잣까마귀를 만날 수 있었다. 잣까마귀를 신나게 찍으면서 속으로 ‘그래. 이래서 결국 대청봉을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던 중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찍고 있는 새가 내가 알고 있는 잣까마귀와 다르게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도감을 찾아보고는 맨붕이 되고 말았다. 내가 찍은 새는 잣까마귀가 맞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잣까마귀는 아니고 아종에 해당하는 다른 새(Nucifraga caryocatactes owstoni)였던 것이다. 결국 나의 종 추가는 무산되었고 언젠가는 대청봉을 올라야 한다.

[아종] 아종이란 무엇인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게 생겼고, 자연 상태에서 교배가 어려워 번식이 안 되는 두 집단을 아종으로 분류한다. 잣까마귀의 경우 하나는 우리나라에 또 하나는 대만에 살고 있고 이들은 모두 텃새이니 결국 자연 상태에서 번식은 어렵다. 하지만 생김새나 생태적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종으로 분류한다. 만약에 대만의 잣까마귀를 우리나라로 가져와 풀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그건 정확히 알 수 없다. 만약에 두 개체군이 섞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식을 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아종이 아닌 이종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시도하는 사람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학자들 마다 다양한 의견이 생기게 된다. 누구는 아종으로 분류하고 누구는 이종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뭘 어쩌겠나. 그냥 열심히 새나 보면 될 일이지. 우리는 논문을 써야하는 학자가 아니니까.



<수컷 칡때까치 × 암컷 노랑때까치 이종 번식>


[이종 번식]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종으로 분류한 상황에서 번식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일종에 라이거나 타이온 같은 상황이다. 새들은 날아다니기 때문에 서식 반경이 어마어마하게 넓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만나 번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랑에 국경이 없다는 말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경우 그 과정에서 나온 자손은 당연히 생식 능력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드물게 관찰되는 미조 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다. 즉, 이종 간의 호감으로 미국으로 가야할 새가 우리나라로 오는 것이다. 그 예로 큰기러기나 쇠기러기를 따라온 흰기러기, 흑두루미를 따라온 검은목두루미 또는 캐나다두루미, 홍머리오리를 따라온 아메리카홍머리오리, 흰뺨오리를 따라온 꼬마오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잡종은 갈매기류에서는 너무 많이 나타나 동정에 혼란을 줄 정도로 많다. 그밖에도 다양한 이종 간의 번식이 나타나고 있다.

 [잡종] 새들에게 많은 잡종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새들의 행동반경이 너무 넓고 그 과정에서 이종간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천에 살고 있는 어류의 경우에는 아무리 지역간 거리가 가깝다 하더라도 하천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서로 만날 일이 없다. 이런 지리적 격리는 이종간의 번식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효과를 준다. 이 경우 동일한 종이라 하더라도 하천마다 지리적 격리로 인한 생식적 격리가 일어나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각각의 하천에 살고 있는 어류는 조금씩 달라진다. 결국 진화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몇몇 학자들은 각 하천의 어류를 아종 또는 이종으로 보는 견해가 생기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따라서 생물은 그 생물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특징에 따라 종분화가 쉽게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조류 동정의 어려움]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새들은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종개념이 상당히 넓어서 불명확하게 보이기도 한다. 동정이란 것이 각 생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모아 종을 구별하는 것인데 이 특징이 미세하게 많고 복잡하다면 동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독수리를 찍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이 보다 더 근원적인 원인도 있다. 새를 자세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접근하는데 가만히 있을 새는 없다. 따라서 필드스코프와 같은 망원경으로 멀리서 관찰을 해야 하지만 관찰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새를 사진으로 찍는다. 그러나 새를 찍는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엄청난 장비 가격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새들은 모습을 자주 바꾼다. 이른바 깃갈이를 하는 것이다. 성조(어른 새)라고 해도 1년에 2회씩 깃갈이를 한다. 이렇게 깃갈이를 하면 모습이 많이 바뀌게 된다. 결국 새를 동정하려면 깃갈이 단계의 모든 모습을 알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깃갈이 중간의 모습도 알아야 한다.

새들 중에는 암수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어른 새와 어린 새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어린 새의 경우 암컷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혼돈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새의 경우 유연관계가 아주 가까우면 모양이 비슷하게 보인다.

[탐조의 길] 어느 분야든 마니아(Mania)는 있게 마련이고 마니아들의 열정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보통이지만 새를 보는 마니아들은 마니아의 수준마저도 넘어서 경우를 자주 관찰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외국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문제이다. 그만큼 새를 보는 것에 매력이 있지 않고는 이런 현상이 나오기 힘들다. 14년째 새를 보고 있는 필자의 생각으로도 새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다. 다만, 새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고, 새를 그냥 찍는 것이 아니고, 새를 보면서 뭔가 새들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새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입장이나 논리가 아닌 새들의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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