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극장에 무슨 일이 있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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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극장에 무슨 일이 있는거예요?
  • 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5.09.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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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현준 운영부장과 ‘추억극장 美林’을 이야기하다
곧 재개관 2주년을 맞는 미림극장
<10월 2일이면 재개관 2주년이 되는 미림극장>.

지난 봄 부터 운영난으로 미림극장의 존폐 위기와 관련된 기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천시에 약속한 운영기금을 요구하는 캠페인도 열렸고, 현재도 많은 시민과 언론의 관심속에 진행중이다. 미림극장은 최근 고전영화 이외에도 독립영화나 작은 예술영화들을 종종 상영해 주목받기도 했다.

미림극장에 무슨 일이 있는지 취재하려 했으나 두 세번의 약속이 어긋나 미뤄졌다. 한가위 연휴 마지막날 이른 아침,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를 가로질러 동구 송현동 미림극장을 찾았다. 인터뷰가 드디어 성사된 것이다. 최현준 운영부장을 만났다.


미림극장 프로그램

미림극장 2층은 진행중인 프로그램 배너가 있고 작은 매점과 예의 그 빨간 테이블이 낮은 천정 아래 자리잡고 건너편 상가들 모습이 긴 창 옆으로 보인다.
미림극장 2층은 진행중인 프로그램 배너가 있고 작은 매점과 예의 그 빨간 테이블이 낮은 천정 아래 자리잡고 있다. 건너편 상가들 모습이 긴 창 옆으로 보인다.


극장 앞에서 한 남자분이 인사를 건넨다. "처음 뵙겠습니다." 목소리로만 듣던 최현준 부장이다. 보통은 9시 반에 여는데 인터뷰 때문에 좀 일찍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극장 옆문을 열던 스텝의 밝은 목소리와도 인사를 나누고 2층 로비로 올라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 올해 <미림극장>, 관객은 어느정도예요? 
 

⇒ 2013년 10월2일 재개장한 '동인천 미림극장'은 1950-60년대 고전 헐리우드 극영화 중심으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하루 3-4번, 아주 긴 영화의 경우 2번 정도 상영을 하는데 대행사를 통해 빌려 쓰고 있어요. 한국영화도 상영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저작권이 만료된 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하고, 상영 요청이 있을 경우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상영하는 영화에 따라, 사회 이슈나 메르스 같은 사회 환경에 따라 변경이 있어서 2015년에 들어서면서 하루 평균 130~40여명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영장을 찾기 어려운 독립영화들도 상영하면서 어르신들 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이 미림극장을 찾고 있어 그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운영에 관한 문제가 요즘 관심사 인데요, 인천시 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2013년 <미림극장>을 재개관 하면서 협약서를 썼어요. 인천시가 공간을 개보수비용으로 1억 9천만 원을 지원하고, 추가되는 비용과 이후 운영비를 매년 1억 원 지원을 구두로 약속하면서 협약서를 근거로 넓은 의미의 지원을 약속했는데 명문화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 노력을 하지 않아 1억의 빚이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4월 회장단이 바뀌게 되면서 특별한 사업 없이 근근이 운영되어 왔습니다. 

직접적인 지원 대신 사회적 기업 지원을 해보라고 제안해서 인건비 지원을 처음 받았지만 문화예술공간이 돈을 벌어서 운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 문화적 자원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앞으로는 또 어떻게 하실 예정이신가요? 

⇒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전용극장 지원신청을 해두신 것이 선정이 되어 지난 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원을 받아 운영해왔습니다. 또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는 상황인데, 사회적 기업 인준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임시 방편이긴 하지만 최대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에게 협약서의 약속 지켜 실버영화관, 지역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지속적으로 하면서 우리 스스로도 다양한 활동으로 노력을 하고있어요. 

문화캠페인도 진행하고, 영화를 트는 극장뿐아니라 다양한 문화활동공간으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있고, 경찰청과 연계해서 금요씨네마를 진행하고, 인천시 사회복지협의회 영화시사회도 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극장을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날짜 비워주고,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열어두고 있어요. 특히 인천지역 기업들 지원을 받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어요. 현대제철에서 10월 2일 노인의 날 행사로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영화 나들이'를 진행하시는데 함께하게 됐습니다.
 


-  2015년에 들어서서 <미림극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파티51> 같은 독립영화도 상영되고, 깜짝 놀랐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2014년 4월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단이 바뀌면서 담당자가 바뀌고, 관리부장이라는 직위로 협의회에서 파견되어 제가 오기 전까지 별도의 사업 없이 영화상영 중심으로 극장을 관리해오셨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에 선정되어 2014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임대료와 판권료에 대한 지원금을 받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지만, 관련한 사업 없이 영화 상영만 한 상황이라 다시 선정되긴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당장 운영이 어려운 미림극장의 입장에서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이 독립영화를 응원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그런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3월 한 달간 ‘추억극장 미림에서 만나는 천원의 행복, 한국독립영화 특별상영전’을 준비하게 됐는데 1000원이니 관객이 많은 것도 아닌데다 500원씩 나누는 것이다보니 독립영화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씨네마 달’과 이야기가 잘 되서 <노라노>, <그리고 싶은 것>, <탐욕의 제곡> 세 편의 한국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죠. 흥행은 되지 못했어요, 그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실적 때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티51>도 배다리 청산별곡님의 소개로 연관해서 상영하게 되었는데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레드툼>의 경우도 배급사 없이 감독님이 직접 배급하는 상황에서 먼저 제의를 해주셨고, 언제 상영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반상영시간에 틀었는데 생각보다 어르신들도 호응이 좋았습니다. 이걸 계기로 정기적으로 독립영화를 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볼 영화, 좋은 영화, 봐야할 영화, 틀어야 할 영화들은 참 많은 거 같아요. 독립영화 쪽에서는 상영관을 찾는 영화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실버극장으로 시작했으니 그것을 중심으로 두다보니 고전영화가 많은 것뿐이지, 영화를 폭넓게 해석해 독립영화나 상영기회가 없는 영화들에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실버뿐만 아니라 모두의 문화공간으로
 

- 실버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운영되고 있는데,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모두의 문화공간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 누구나 실버가 되어가고 있어요. 실버세대로 불리는 어르신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가 거의 없는 상황이거든요. 실버극장, 실버영화를 중심으로 두고 있지만 꼭 그것만 꼭 고집하는 것은 아녜요. 
만들어질 때 서울 '허리우드 극장'이 실버영화관의 모델이라 벤치마킹했고, 그곳 대표님이 주주(이사)로 참여하셨습니다. 그 허리우드 실버영화관 모델에 인천, 우리만의 색깔을 입히고 있는 중인거예요. 
영화 판권료 지급이 계속 밀리고, 빚으로 쌓이면서 지난 6월에 더 이상 공급하기가 어렵다 통보를 받게 되면서 자구책으로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다행스럽게도 현재 전 명보극장(올 4월 폐관)에 계시던 분을 만나 예전보다 좋은 가격조건으로 공급받고 있어요.   

 - 저도 5-60년대 고전영화 보고 싶은데 마지막 상영이 5시에서 6시 사이라 직장을 마치고 와야 하는 경우에 너무 아쉽습니다. 저녁에 상영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 비정기적으로 고전영화 외의 독립영화들도 상영하고 있고, 월 1회, 저녁에 80-90년대 추억이 있는 영화를 무료상영을 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이달에는 82년에 개봉한 를 상영했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첨밀밀> <영웅본색> <러브레터> <초록물고기> 등을 월 1회 상영하기로 했어요. 저작권법상 무료상영일 경우와 DVD출시 6개월 이후가 되면 상영이 가능하거든요. 어차피 유료로 할 생각은 없어요. 30-40대의 추억의 영화도 지속적으로 틀어볼 생각입니다. 흥행은 안 되더라도 추억이라는 취지와 맞게 여러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8-90년대 영화를 틀어보려고 합니다.

 

열린 문화공간으로,
행정과 기업, 시민들이 함께 누리고, 만들어가는 

 

미림극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임들이 있는데 어떤 분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 예술가분들이 와계셔요.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예술인 파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석근 작가가 제안을 하셔서 파견지로 미림극장을 선택한 ‘선샤인 러브’ 조은석 감독, 설치미술 하시는 김재민작가, 연극하시는 이진아 배우가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오셔서 활동하십니다. 7월부터 워크샵이 시작되었고, 이 내용이 실행되게 된 것이 ‘실버남녀 추억만들기 캠페인’이 그것입니다.

그 직전에 예술인경영지원센타에서 문화예술단체 대상의 다양한 서비스-회계, 노무, 컨설팅, 홍보 등을 해주는데 미림극장은 홍보 컨설팅을 받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재단 파견사업도 하게 된 거구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홍보도 하게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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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근무하셨어요? 어떻게 여기 미림까지 오시게 됐는지,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


올해 1월부터 근무했죠. 전에는 구로문화재단에서 문화사업 기획, 홍보를 했었고, 미림에 오기 직전에 연천 DMZ 국제음악제, 서울 아트마켓의 축제를 했습니다. 구로문화재단에 있을때부터 알고 지내던  ‘잔치마당’ 대표님 소개로 미림을 알게 되었고, 그분의 권유로 지원을 해서 정식 근무를 시작하게 된 거죠.



-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FiPan에서 3년 근무했어요. 대학교때 신방과를 다녔는데 4학년 때 동네-부천에서 영화제를 한다니 자연스럽게 자원활동을 하게 되었요.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졸업반이라 취업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 영화제 측에서 연락이 와서 3년간 근무를 했는데 1년에 6개월 일하고 나머지는 쉬어야 해서 고민이 돼서 3년쯤 다른 활동을 하다가 다시 다양한 문화 축제 활동을 하게 됐죠. 
구로문화재단 구로아트벨리 재단 초기맴버로 6년간 공연장 일을 했어요 일하다보니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축제 활동을 하게 된게 아까 말씀드린 서울아트마켓, DMZ 음악회고, 이후 이곳으로 오게 됐죠.


 

- 이제 10개월 근무하셨는데 .. 여기 이 동네 어때요?
 

⇒ 좋아요. 저 스스로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많아 고층빌딩 같은 거 답답하고 싫거든요. 일단 높은 빌딩이 없어 덜 답답하고, 지역이 주는 아늑함이 있어요. 일단 이런데가 없잖아요. 개발, 속도 이런 것에 대한 지침이 있는데 여기는 오래된 것이 주는 가치가 있어요. 효율성, 효용성, 속도감 이런 것에 대한 피곤함이 있는 시대잖아요. 핸드폰이 편리하지만 피곤하게 하는 것 처럼 말이예요. '정말 편리한 사회인데 왜 사람들은 더 시간이 없고 더 피곤할까? ' 그런 컬럼을 봤는데 참 와닿더라구요. 이런 시대, 이런 사회에서 오래된 이곳-미림극장의 편안함이 있어요.

어르신들이 들러서 영화를 보고, 예술가들이 활성화를 모색하고, 지나가는 지역민들이 뭐하나 둘러보고 가고, 이런 것들이 다 이 극장을 이루는 문화적 요소라고 본다. 여기서 쉬어갈 수 있는, 작가들도 새로운 활력을 얻어가고, 일하는 분들이 보람을 느끼시고, 의지를 갖게 하는 어떤 교류,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미림극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적인 영화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인거 같거든요. 손님들과 대화라도 한 번 더 나눌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라고 생각되요. 단순한 상업적 공간 쇼핑몰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보다는 ...

미림극장 최현준 운영부장은 그레이스 캘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미림극장 최현준 운영부장.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을 찍자고 하니 이 여배우 앞에 섰다. 이제는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캘리다.


이후에도 극장에서 상영기회가 없는 영화들을 위한 작은 영화제를 하면 좋겠다, 영화관을 운영해보는 꿈다락 토요 문화학교를 진행하게 됐다는 이야기, 미림영화클럽등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미림 극장에 대한 열정과 애정 가득한 스텝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한 비용-임대료, 인건비, 저작권료 등만 있으면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갈 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관 그 이상의 문화공간으로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미림극장. 
아날로그 감성을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면서 새롭게 만들면서 입체적이고 활기찬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는 문화공간과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성실한 노력 등 다양한 고민들이 더해진다. 그런 시민들의 노력에 힘을 더해주는 것이 시나 구에서 할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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