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지, 술많이 드시고 멀리 가믄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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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술많이 드시고 멀리 가믄 안되는데..."
  • 김인자
  • 승인 2016.01.05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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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경찰차가 모시고온 할아버지
<인천in>은 그림책 작가이자 그림책스토리텔러로 잘 알려진 김인자님의 '할머니 꼬시기'를 연재합니다
김 작가는 지난 30년동안 '온 세상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마당21 월간좋은엄마 등 잡지및 일간신문 집필과 EBS,KBS 등 방송출연 통해 그림책 작가로 ,그림책스토리텔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천in> 연재를 통해 그림책으로 할머니들과 소통해온 김 작가의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심계옥할무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는 오후 네 시.
경찰차 한 대가 아파트단지안으로 들어선다.
내가 무서워하는 빨간불을 번쩍거리며 경찰차가 들어선다.
나는 경찰차 지붕위에서 번쩍번쩍 시뻘겋게 번뜩이는 빨간불을 보면 병원에 갔을 때처럼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쿵쾅쿵쾅 마구 뛴다. 119차 지붕 위에서 웽웽거리는  빨간불을 봐도 내 심장은 똑같은 반응을 일으킨다.
쿵쾅쿵쾅 쿵쾅쿵쾅...

꽃할머니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경찰차에 가까이 다가가신다.
내가 꽃할머니~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전에 하부지 한 분이 경찰차에서 내리신다.
내가 잘 아는 할아버지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경찰관과 이야기하는 며느리얼굴도 저만치서 보인다 인사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안하기도 참으로 미안하고 난처한 상황 가볍게 목례를 했다.
며느님이 고개를 숙인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
경찰차에서 걸어나온 하부지 혼자서 이짝으로 걸어오신다 꼿꼿하게 아니 휘청휘청 불안정하게 걸어오신다.
그런데 하부지 볼에 까만 딱지가 앉았다 에구 어디서 넘어지셨나보다.
약주를 좋아하시는 하부지 술자시고 넘어져 볼이 깨진게 분명하다.

인사를 해야하나 어째야하나 망설이다가 했다 그냥.
"하부지 안녕하세요~~"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주는 내게 "고맙습니다" 하고 하부지가  참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하부지 어디 갔다 오세여?"
"어 저기"
하부지몸에 술냄새가 한가득이다.
"하부지 술많이 드시고 멀리 가믄 안되는데... 내가 저번에도 그러믄 안된다고 그랬는데..."
"응...안돼"
하부지 털잠바에 흙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하부지 멀리가지 말구여 요기 아파트단지안에서만 걸어요 네 하부지"
하부지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말하는 내게 하부지 또 그러신다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하신다.
"고맙습니다 "하고
짝꿍할머니가 많이 속상하시겠다.
며느님도 마음이 많이 아프겠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울 하부지가 제일 미안하시겠다.
짝꿍할무니한테, 며느리한테, 그리고 매일 아침 병원 모시고가는 아드님한테 참으로 많이 미안하시겠다.
모두모두에게 미안한 오후‥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김인자 글, 윤문영 그림/파랑새

우리 할아버지는 평소에 말씀이 없으세요.
그런데 막걸리 한 잔을 드시면 술술 얘기하세요.
할아버지는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고 그러세요.
나는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면 열심히 맞장구를 쳐요.
"우아,할아버지 정말이에요?아.그렇구나!"하면서요.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는 엄청 좋아해요.
할아버지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요.
"와,할아버지처럼 이야기 잘하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또 없을 거예요"
"그러냐? 나도 안다"
할아버지가 또 허허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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