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시장, 빈 공간... 그리고 '주민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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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시장, 빈 공간... 그리고 '주민의 결심'
  • 문성예 통두레실록 '틈만나면'
  • 승인 2016.01.0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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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두레 공동체 현장을 찾아]⑨용일시장 통두레

잊혀진 시장의 홀로서기

 
"처음에는 저도 개발에다만 신경을 썼어요. 어차피 개발을 할 텐데 까짓것 쓰레기 좀 있으면 어때 싶었죠. 그렇게 몇 년을 살다보니까 주민들은 냄새난다고 불만을 제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좀 바꾸기로 결정을 했어요. 지금 당장 개발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사는 동안 마을을 좀 가꾸면서 살기로요. 그래서 통두레로 엮어서 하자고 주민들과 회의를 하게 된 거예요."

 
남구 용현동의 용일자유시장. 예전과는 다르게 활기찬 모습을 잃은 용일자유시장은 재개발 중단과 맞물려서 오랜 기간 내버려진 상태였다. 그렇게 시장 안은 버려진 쓰레기들로 점점 골치를 앓기 시작했다. 김갑성 통장은 이러한 문제들을 통두레를 활용해서 해결하고자 결심했다.

김갑성 통장은 용일시장 통두레를 통해 주민들과 힘을 모아서 시장 안의 쓰레기들을 청소했다. 그렇게 차로 열 몇 번을 실어 나를 정도의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을 계속했다. 이 덕분에 시장 안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주민들도 들어가기 꺼려하던 곳이 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깨끗해졌다.

그 후에 통두레를 통한 첫 행보로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시장 안의 색이 바란 건물들과 주위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가구 내 화장실의 부재로 사용하던 낡은 공용 화장실을 보수공사 하기로 했다.

공용화장실 보수공사를 진행할 기술자를 고용할 돈이 없어서 고심하던 찰나에,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시장에서의 드라마 촬영 제의가 들어와 촬영비로 인해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되었다.

늦은 시각까지 시장 내부의 벽을 도색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주민들이 인부들에게 아침에 해장국을 제공하는 등 함께 힘을 모았다. 공사가 끝난 후에는 모두가 깔끔하게 바뀐 시장의 모습에 뿌듯해했다. 새롭게 거듭난 공용화장실은 예전과 다르게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용일자유시장 주변 빈집을 대상으로 젊은 작가들이 공사실험 프로젝트를 실행해보았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2015년 6월에는 용일자유시장과 주변 공가를 대상으로 젊은 작가들이 공가실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시장의 비어있는 공가들을 이용하여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전시투어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대여해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임시부동산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젊은 작가들과의 공생을 통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새롭게 찾아낸 작업이라고 느껴진다.

우리의 동네가 곧 나 스스로의 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행동에 나선다는 김갑성 통장의 말처럼 뿔뿔이 흩어진 개인의 힘이 아닌 하나된 공동체로써 과거와 미래의 모습을 책임지려고 하는 용일시장 통두레는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결국에는 이러한 일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발판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통두레 활동도 처음에는 도와주지만 나중에는 우리들 힘으로 스스로 헤쳐 나가고, 그런 자생력이 생기면 우리가 이제 지방 자치를, 국가를 도와주고. 지금은 내가 어려우니까 도움을 받고, 나중에는 내가 세금을 내면서 오히려 국가를 도와주고. 그런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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