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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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으셔서
  • 김인자
  • 승인 2016.01.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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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두리번 거리시는 이유
"아유, 어제 심계옥어르신 딸 왔다고
딸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으셔서 계속 교실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셨어요"
사랑터차에 오르는 심계옥엄니를 부축하며 나를 보자마자 요양사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세요.
아‥어제 치매센터 보호자모임에 갔을때 할무니들이 계속 밖에 나와서 두리번거리신 이유가 그 때문이셨구나.
물을 드시려고 화장실을 가시려고 나오신 것이 아니었구나.
"어르신들도 아이들하고 똑같아여,
왜 어린아이들도 엄마가 유치원에 가면 엄마얼굴 보려고 계속 교실 밖으로 나오잖아요.
어르신들도 똑같아여 자식왔다고 나가봐야 된다고 계속 화장실가고 싶다고 물 자시고 싶다고 그러세요.
이그 자식이 뭔지"
 
올해 마지막 보호자 힐링모임에 갔을 때 울 할무니들이 계속 교실 밖으로 나오신 이유가 자기 자식 보려고, 딸래미 얼굴 한번 더 보려고 나오신 거였어요.
에궁 자식이 뭔지 늙으신 울 엄니들의 자식에 대한 짝사랑은 호호 할무니가 되어서도 치매할무니가 되어서도 이렇게 늘 한결 같으시네요,
우리 자식들은 울엄니들의 그 마음에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데요.
보호자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는길.
"엄니 저 가요~"
"나두 가..."
"엄니는 아직 집에 갈 시간 아니예요 이따가 다 끝나고 다른 할무니들하고 사랑터차 타고 오세요"
"아녀, 나두 지금 집에 갈래"
"그러실래요?"
나보다도 더 빨리 서두르시는 엄니.
누가 못가게 잡기라도하는가 뒤도 안돌아보고 지팡이 잡아 서두르신다.
 
"엄니,천천히 가여 ~넘어지면 우짤라고~"
"가자 가자 집에 가자.
어서 가자 우리집에.
빨리 가자~"
"집에 빨리가서 뭐하게~엄니집에 엿부쳐놨어여?"
"그래 가자 빨리 가자"
"엄니~우리 공부도 땡땡이 쳤는데 가다가 짜장면 사묵고 가까아?“
 
 

책읽어주는 할머니/김인자 글 이진희 그림/글로연
 
오늘은 우리 할머니 팔순잔치를 하는 날입니다.
할머니는 노래부르는 것도 춤추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시니 가까운 친척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일어나서 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가만히 앉아계시던 할머니께서 조용히 일어나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일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않고 내가 할머니께 읽어 드렸던 바로 그 그림책입니다.
"바쁜데 이 늙은이 생일이라고 와줘서 고맙다 내가 책을 한 권 읽어주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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