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의 생태탕은 여전히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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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의 생태탕은 여전히 기막히다"
  • 김인자
  • 승인 2016.01.19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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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생태탕과 노란 냄비
"노란 냄비 어딨냐?"
올해 여든하고도 일곱이 되신 울 심계옥엄니는 요리에 그닥 재주가 없으시다.
할머니들이라면 기본으로 잘하는 김치도 못하고 고추장 된장도 못 담그신다.
나이가 많이 드셔서 호호할머니가 되셔서 요리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에 심계옥엄니는 젊은 엄마였을 때부터 쭉 못해 왔던 거 같다.
반면 심계옥엄니보다 10살 아래 여동생인 우리 이모 심계화여사는 요리를 정말 잘 한다 김치도 가지 가지 참 맛나게 하고 특히 총각김치 순무김치는 동네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최고였다.
울이모 심계화여사 음식솜씨가 어느 정도였냐면 우리 동네 누구집에서 잔치음식을 해야하는 일이 생기면 음식솜씨가 좋은 이모는 하루에도 몇 탕 씩 이집 저집 불려 다녔다.
반면 오남매의 젤 큰 언니인 심계옥엄니는 요리를 진짜 못한다.
요리신이 심계옥 엄니의 엄니 즉 외할무니 솜씨가 오형제중에 이모에게만 몰빵이 된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이렇게 요리를 못하는 심계옥엄니도 잘하는 요리가 있다. 그것도 두가지나 있다.
하나는 생선조림이고 또 하나는 생태탕인데 특히 심계옥엄니가 끓인 생태탕은 정말 기가막히게 맛있다.
요즘 심계옥 엄니 기억은 점점 잃어가도 생태탕 끓이는 솜씨는 신기하게도 지금이나 옛날이나 변함이 없으시다 감사한 일이다.
변함없는 또 한 가지. 사실 심계옥엄니는 생태탕을 끓일때 꼭 노란 냄비를 사용하신다는거다. 요리를 잘 못하는 심계옥엄니의 철저한 장인(?)고집이다.
심계옥 엄니는 김치는 꼭 보시기에 담아야하고 생태찌게는 꼭 노란 냄비에 끓여야한다.

"캬아~~~션하다"
생선을 안 먹는 큰놈도 워낙 즈이 할무니를 좋아해서인지 유일하게 생태탕은 먹는다.
"맛있나? 내 새끼~많이 묵어라~"
동태살을 발라 큰 아이 밥 그릇에 자꾸만 갖다 놓는 할무니.
그런 할머니 밥그릇에  동태살을 쏟아붓고  밥하고 쓱쓱 비비는 큰아이.
"할무니 나는 생선살 별로 안 좋아해요 할무니는 좋은거 많이 드셔야돼 국물 떠드시면서 천천히 꼭꼭 씹어서  많이 드셔요‥"
"나는?"
"엄마는? 엄마는 알아서 드셔"
"씨 나도 내 손녀한테 통태살 이뿌게 발라달라고 할거야"
"나 시집 안갈건데~~
할무니랑 오래오래 살건데~"
"아구 내 새끼  그러자 나랑 오래오 래 살자~"



누꼬?/김인자 글 한상언 그림/단비어린이

우리 할머니는 요리를 잘해요
배추김치,무김치,물김치,깍두기......
우리 할머니는 못하는 김치가 없어요
나는 밥 먹을 때 우리 할머니 김치만 먹어요
나는 우리 할머니가 없으면 안 돼요
우리 할머니는 집안일도 잘해요
싱크대에 기대서 설거지도 잘하고
빨래도 척척 잘 개요
지팡이로 옷도 잘 건져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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