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심계옥엄니 남자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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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심계옥엄니 남자친구야?"
  • 김인자
  • 승인 2016.01.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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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왔다갔다 할아버지
'후와 안춥다 안춥다 하나도 안 춥다아~'
속으로 중얼거리며 제자리에서 뛰는 뜀뛰기.
추워서 그릉가 쌩쌩 부는 칼바람에 코가 베어서 가득이나 낮은코가 더 납작코가 되겠다.
코가 매콤하니 아주 맵다.
심계옥할무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는 오후 네 시.
사랑터차를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에도 귀를 치고 들어오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하...추워서 안되겠다.
발을 제자리에서 동동 구르며 노래를 불렀다.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다람쥐.
도토리 점심 먹으러~~~
"슨상님?여기서? 뭐해?"
어 붕붕카할머니 짝궁할아버지인 왔다갔다 할아버지다,
내가 지난 가을 우리 아파트벤치에서 할무니들 책읽어드릴때 벤치에 앉지는 않으시고 벤치 주변만 왔다갔다하셔서 내가 지어드린 별명이다,
왔다갔다할아버지,지난 번에 술 드시고 넘어져서 생긴 상처가 시커멓게 딱지가 져서 왼쪽볼에 아직도 동그랗게 남아있다.

"하부지~~
추운데 어디 다녀오세요?"
"응...조기..."
"따뜻하게 좀 입으시지~"
할아버지 잠바지퍼를 올리는  내손을 하부지가 맞잡으신다
"에고 손 차간거 봐라 장갑 좀 끼고 다니지"
"금방 엄니 오실건데요 뭐 ~
하부지 추울땐 약주드시고 너무 멀리까지 가심 안되여 아라찌여~~~"
"으응..알았어~"
"누구야? 심계옥엄니 남자친구야?~"
붕붕카할무니 짝꿍하부지랑 얘기하는 동안 사랑터차가 도착했다 순재할무니가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나 한번 치다보고 웃고 하부지 한번 치다보고 웃으며 짖궂게 물으신다.
"하하 아니예요~"
"안냥히들 가세요 ~"
심계옥할무니인사에도 순재할무니는 대답도 않으시고 차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계속 물으신다.
"아~누구야아?"
"같은 동에 사는 하부지세요~"
"같이 산다고? 그럼 선상님 아부지야?"
"아이고 아니예요~~~"
"그럼 누구야아~~~
그람 선상님 아들이야?~~"
그러자 가만히 듣고 계시던 붕붕카할머니 짝꿍하부지가 큰소리로 외치셨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
나 박.병.갑이야~~~"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12가지 방법/김인자 글 윤문영 그림/파랑새


우리 할아버지는 평소에 말씀이 없으세요.
그런데 막걸리 한 잔을 드시면 술술 얘기하세요.
할아버지는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고 그러세요.
나는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면 열심히 맞장구를 쳐요.
"우아,할아버지 정말이에요? 아, 그렇구나!"하면서요.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는 엄청 충분해요.
할아버지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요.
"와,할아버지처럼 이야기 잘하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또 없을거예요"
"그러냐?나도 안다"
할아버지가 또 허허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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