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가 이 세상에서 젤 이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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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가 이 세상에서 젤 이뿌다"
  • 김인자
  • 승인 2016.02.1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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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아버지와 여행길
"아부지 드세요오~."
"난 국물이 더 좋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불판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꽃게탕.
시아부지가 뜨거운 꽃게를 건져 꼼꼼하게 살을 발라 내 밥그릇에 자꾸만 자꾸만 얹어놓으신다.
"아부지이 내가 발라 먹으께여. 아부지 얼릉 드세요."
"츤츤히 먹어 국물도 떠먹어가믄서. 맛있냐? 대자로다가 시킬걸 그랬다."
"아부지 이것두 많아여."
"너 꽃게 좋아하잖아. 많이 먹어라. 또 사주께."
"네...아부지."

시아부지는 내가 발라드린 게살을 도로 내 밥그릇에 넣어주시고 꽃게탕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고는 또 급히 일어나신다.
"아부지 어디 갈라고?"
"천천히 먹고 있어..."
"아부지 어디 가는데?"
"잠깐만 애비 담배 한 대 피우고 금방오께.  급하게 먹지말고 물 마셔가믄서 천천히 먹어라."
"네~"
그런데 잠깐 담배태우고 오신다는 시아부지는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으신다.
이런 바보.
시아부지 담배 끊으신지 2년짼데.

"계산이여~"
"어르신이 계산하셨어요~."
급하게 신을 꿰어신고 음식점을 나와보니 시아부지가 안보이신다.
차에 계신가? 차에 가봐도 안계시고
화장실 가셨나? 화장실에 가봐도 안계시고
어디서 넘어지셨나? 정신이 아득하다.
선착장 저 위로 가봐야겠다.
뛰어가보니 위에도 안계신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찾기를 수 분. 아 울시아부지가 저기 계신다.
새우튀김 파는 곳에.
"아부지~여기서 뭐하세요? 깜짝 놀랐잖아여어."
"놀라긴 ~다 먹었냐?"
"네 "
"이거 맛있다. 너 새우튀김 좋아 하잖아. 여기 새우 좋아."
"아부지 ‥"
"접때부터 너 이거 멕일라고 ‥
얼릉 먹어라. 금방 튀겼을때 먹어야 맛있다."
"네 아부지‥"

올해 여든 둘이 되신 울 시아부지.
계단에서 넘어지셔서 머리,허리, 어깨 큰 수술을 받고 거의 돌아가실 뻔했던 울 시아부지.
나를 딸보다 더 이뿌다하시는 울 시아부지.
"나는 니가 이 세상에서 젤 이뿌다"하시는 울 시아부지.
내눈에도 이 세상에서 젤로 멋진 울 시아부지.
지금은 다리에 힘이 없어지셔서 휘~적 휘~적 걸으시는 울 시아부지.
귀가 잘 안들리시는데도 내 책 읽는 소리는 아주 잘 들린다는 울 시아부지.
시아부지 팔을 부축하면 "됐다 어느새 벌써 부축을 받음 어떻해" 하시며 부축받는거 싫어하시는 울 시아부지.

"우리 큰며느리 나는 바라만봐도 참 좋다."고 하시는 울시아부지가 바다 좋아하는 며느리 바다 보여준다고 아침 일찍 차를 깨끗하게 세차 해가지고 오셨다.
"아부지 제가 운전할께요."
"됐다. 내가 해.
넌 오늘은 암껏도 하지마라.
이 애비가 다 할거니까."
배에 차를 올리실 때도 거뜬히 운전하시는 울 시아부지.
불안하게 차에서 휘청거리며 내리시는 시아버지를 부축하자 "됐다니까~"하시며
성큼성큼 걸어가시는 시아부지 걸음이 예전같지않다.
"아부지 부축받는거 싫어여?"
"그래 싫다 벌써 부축 받으믄 어떻해?"
"그럼 아부지가 내 팔 끼세요.
아부지가 나를 부축해주세요.아부지 나 어지러워여."
"어지러? 집에 가까?"
시아부지가 내 팔을 꼭 끼어 바짝 당겨 잡으신다.
"괜찮냐? 병원에 가자."
"어지럽긴~하나두 안어지러워요. 아부지랑 팔짱끼고 싶어서 그런거지이~~"
"깜짝 놀랐잖아, 이눔아."
팔을 빼시려는 시아부지 손을 꼬옥 잡았다
"아부지, 나랑 팔짱 낄래?
나랑 손잡을래?"
아부지, 나랑 팔짱낄래?
나한테 업힐래?"
"팔짱낄래"
아부지가 허허 웃으시며 팔짱을 힘주어 끼신다
"아부지, 우리 저 훨훨 나는 갈매기를 벗삼아 사진 한 장 콱 박으까여어?"
"그르까아~"
자, 김치~~~~



할아버지를 기쁘게하는 12가지 방법/김인자 글 윤문영 그림/파랑새


"할아버지 ,먼저 드세요."
나는 할아버지가 먼저 수저 드시기를 기다려요
"그래.어서 먹자.우리 민수 배고프겠다."
나는 할아버지 입에 달걀부침 한 개를 얼른 넣어 드려요.
"나는 됐다. 우리 민수 많이 먹어라. 이 할아비는 달걀 안 좋아한다."
나는  알아요. 우리 할아버지가 달걀을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나 먹으라고 일부러 싫다고 하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하나, 나 하나.
내가 맛있게 밥을 먹으면 할아버지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대요.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 앞에서 더 맛있게 먹어요.
"우와, 맛있다. 나는 할아버지가 해주신 밥이 제일 맛있어요."
"그러냐? 허허, 우리 강아지 많이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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