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무니들은 굴을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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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무니들은 굴을 좋아하신다
  • 김인자
  • 승인 2016.03.0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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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새봄, 할머니 맞아주기

봄비가 장맛비처럼 세차게 쏟아붓고 나더니 완연한 봄날씨가 되었다. 햇볕은 쨍쨍 새싹은 뾰죽뾰죽 여기저기 생명체가 있는 것들의 수다가 와글와글 심해지는 새봄이 왔다.
요 며칠 날씨가 봄날씨답게 따뜻하다.
대신 미세먼지, 황사가 폴폴폴 극성이다. 미세먼지가 극성인 날, 이런 날은 삼겹살을 먹어줘야한다.
목에 낀 칼칼함을 없애려면 삼겹살만한 게  없다. 그래서 샀다. 이왕지사 사는거 목에 낀 미세먼지 싹 없어지라고 삼겹살 두 근을 사고 내 사랑할무니가 좋아하시는 복분자 막갈리도 두 통을 샀다.
할무니하고 나하고 막걸리 한 통이믄 족한데 삼겹살을 두 근 샀으니 짝을 맞춰 막걸리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두 통 샀다.

그리고 말고프고 사람고픈 울 할머니 보러 때빼고 광내고 분가루 뽀얗게 바르고 이쁜옷 차려입고 또각또각 뾰족신발 신고 울 할메 뵈러갔다.
가는 길에 계란 한 판 사고 대파 한 단 사고 그 옆에 사달라고 쳐다보는 매생이랑 굴도 샀다.
막갈리 마신 뒤 굴넣고 끓인 매생이국은 진짜 시원하고 맛있으니까.
굴이 싱싱하다. 할무니들은 굴을 좋아하신다.
돌아가신 울 외할머니는 굴대장이셨다.
싱싱한 생굴에 간장 하나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다. 점점 연세가 드셔서 소화력이 떨어지실 때에도 할머니는 살짝 익힌 굴을 밥보다 많이 넣고 참기름 두 방울을 톡톡 떨어뜨려 간장 넣고 김가루 넣어 쓱쓱 비벼드리면 맛나게 잘 드셨다.
그래서 내사랑 할머니도 뜨건밥에 비벼도 드시고 매생이국 끓일 때 넣어도 드시라고 굴을 좀 넉넉히 샀다.
근에 만 원 하는걸 8,000원에 주신대서 세 근을 샀다.
6,000원이나 싸게 샀다.
앗싸 부자된 기분~~~

냉이도 한 봉지에 사천 원. 세 봉다리 사면 만 원에 준단다. 그래서 냉이도 세 봉지 샀다.
냉이는 살짝 데쳐서 집간장 조금, 소금 조금, 파,마늘 적당히 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드리면 잘 드신다. 대신 냉이는 삶을 때 푸욱 삶아야한다. 나는 살캉거리는 맛에 살픗이 익은게 좋은데 할무니들은 이빨이 시원찮으셔서 (대부분 틀니들이시니까)입에 들어가면 스르르~ 넘어가게 푸~우욱 삶아야 한다.
우유도 한 통 사고 분명 암껏도 안드시고 계실게 분명하니까 만두도 샀다. 일부러 고기군내나지않는  맛있는 만두집에 가서 고기 만두 삼십 개  김치만두 스무 개를 샀다. 김치만두는 매워서 못드시는데 그래도 굴 넣고 만두국 끓일 때 한 두 개씩 넣으면 시원하니까 맨입에 드실거 열 개, 만두국 끓일 때 넣을거 열 개. 합이 오십 개를 샀다.

"아팠나? 선상님 얼굴이
메칠전 봤을 때 보다 영 못하네‥"
"아프긴요. 저 요즘 다이어트중예요."
"다 ‥뭐?"
"다ㆍ이ㆍ어ㆍ트 . 살뺀다고요."
"지랄허고~ 그딴거 하지마라. 맨날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얼굴로 빨빨거리고 돌아댕김서 뺄살이 어딨다고 ‥"
"아고, 할무니 이 배 좀 봐요. 토성이야 토성~"
"시끄럽다. 선상님 니는 둥글넙적 넙디디해야 훤하니 환한 보름달 맹키로 이뿌다.절대로 헛튼짓 허지마라 알긋나아~"
"아 눼에~~~근데 할무니 뭐 좀 드셨어요?"
"두유.."
"아,진짜!
할무니가 미스코리아 나갈라고?
혼자 있어도 잘 드시라니까아. "
"혼자 있으믄 먹기시러."
"맨날 혼자 있는데 그럼 안 먹으믄 우짤라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또 우나? 알았다 먹으께. "
"만두 드세요. 할무니,할무니 만두 좋아하시잖에."
"뭔 만두를 품속에서 꺼내노?"
"식을까봐. 얼릉 드세요."
"나는 배불러. 선상님 니 먹어라."
"두유 한 개가 배부르면 나는 배터져 죽겄네. 얼릉 드셔.식으면 맛없어여.자 빨리여 아~~"
"맨 입에 무슨 맛으로 먹노?"
"그치? 그르킨 하다. 짠~ 이럴줄 알고 내가 준비해왔지~~오늘은 복분자 막갈리~~~"
"복분자? 그 비싼걸 여기다 넣었다고?"
"그랬다네 ~"
"멫 알캥이나 넣었을고? 맛이 으뗘?"
"복분자를 쏟아부었던지 몇 개를 넣었든지간에 얘의 소속은 복분자 막갈리랴~할무니 다음엔 지가 망고 막걸리 사올께요. ~"
"뭔 막걸리?"
"망고막걸리"
"가평잣막걸리 복분자막걸리 망고막걸리 인삼막걸리
우리도 이제 이놈 저놈 골라먹어야지? 할무니?
맛이 으?"
"맛이?"
"응,맛이...
애덜말로다
맛이 아주 그냥~
끝내줘요~"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 김인자 글 / 문보경 그림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나는 돼지고기는 목에
기름이 껴서 못 먹는다."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우리 할머니는 쇠고기만 드시고
특히 소갈비, 소불고기만 좋아하세요.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나는 고등어를 먹으면
생목이 올라와서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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