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잡이의 본고장... 필수품이었던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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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잡이의 본고장... 필수품이었던 옹기
  • 류재형
  • 승인 2016.03.1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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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섬, 문갑도] (5)문갑도 옹기 가마터 이야기


문갑도 마을사람들은 해방 이후 새우잡이로 왕성했던 그 시절을 자주 떠올리곤 합니다.
1968년 교대를 졸업하고 문갑도에 처음 발령받아 1년을 문갑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정윤국선생님(70세,인천 남동구 간석4동 거주)의 말에 의하면 “당시 새우가 많이 잡혀 현재 문갑해변 앞이 새우잡이 어선으로 가득 차 있고 새우의 크기도 손바닥만 하여 2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 라고 하십니다.
1970년대 초까지 번성했던 문갑도의 민어와 새우잡이는 새우젓 독 등의 옹기를 구어내던 가마터가 3군데 있었다는 것만 보아도 그 시절 이곳이 새우잡이의 본고장임을 증명해 줍니다.

문갑도에서 옹기를 굽기 시작한 사람은 평안도에서 이주해 온 남주철씨로 알려집니다. 그의 무덤은 현재 문갑도에 있고, 자녀들은 육지(인천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씨는 가마터를 운영해 많은 돈을 벌었으나 그 부가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고 하며,
풍수지리적으로 가마터가 있는 한월리 북쪽 동네는 사람 살기는 좋은 동네이지만 도깨비 터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은 반짝 부자는 될 수 있으나 길게 가지 못하고 반짝부자로 살다가 망하게 된다는 설이 있습니다.
남씨도 당시 새우잡이 배, 질(흙)배 등 배가 3척이나 있었다고 합니다.(향토연구가 문상범선생이 77세이신 마을 주민 김현기씨와의 대담에서 발췌)

옹기를 굽는 흙은 충청도(서산 등지)에서 운반해 사용하였고, 가마 일은 외지인이 주로 하였다고 합니다.
이 곳 가마에서는 새우젓 독만 만든 것이 아니라 김칫독, 장독, 술독, 물독 등 다양한 독을 만들었는데 (양)잿물만 발라 구웠기 때문에 유약을 발라 구운 독과는 달리 표면이 거칠고 보기가 좋지는 않으나 김치를 담가 놓으면 다른 독에 비해 휠씬 좋은 맛이 났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만든 새우젓 독은 옹기로 팔려나간 것이 아니라 당시 문갑도 앞바다(문갑도 서쪽 어루너머 해변 앞바다)에서 많이 잡혔기 때문에 새우젓을 독에 담아 팔기 위해 옹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새우젓 독은 크기가 대부분 일정하게 제작이 되었고, 대체로 윗지름은 30cm, 아래 지름은 24cm, 높이는 50cm로 만들었습니다.
가마터는 한월리 해수욕장 북쪽 외에도 지금의 천주교 문갑공소의 서쪽 산기슭에도 있었고, 마을 동북쪽 산너머 진모래 해변으로 가는 북쪽 기슭에도 있었습니다.



사진02_한월리해수욕장 등산로 입구의 가마터 윗부분(오른쪽), 산 비탈에 이어진 가마는 원형 그대로 주저않아 풀과 나무로 뒤덮여 있습니다.


사진03_가마터 주변에 널려진 옹기 조각들


사진04_가마터 아래 한월리 해수욕장 기수역에 자리잡은 마을터와 작업장의 넒은 공터는 아직도 풀에 덮여있다.


사진05_마을 입구 천주교 문갑공소 옆(오른쪽)기슭이 가마터였고 흔적만 남아있다.


사진06_마을 북쪽 진모래해변으로 가는 산너머 기슭에 있는 가마터


사진07_가마속에 들어있던 옹기를 고이던 고임돌을 설명하는 마을 주민 김현기씨

가마터는 필수적으로 물이 필요했으므로 규모가 큰 한월리해수욕장 북쪽에 마을과 함께 있었던 가마터는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풍부한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에 위치했었고 마찬가지로 마을 성당터 옆 산기슭에 자리잡은 가마터 역시 마을로 내려오는 개울 옆에 있었습니다. 또한 조사 결과 진모래해변 넘어가는 가마터 옆에도 물길이 있었습니다.

한월리 해수욕장과 그 곳의 가마터와 마을이 있었던 터 주변에는 아직도 옹기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썰물에 드러나는 옹기 조각들은 세월의 흔적으로 마모되어 그 모양이 기기묘묘하게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모래밭 아래에도 옹기 조각들이 남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더욱이 옹기를 숙성시키던 저장고는 풀더미에 쌓여 지붕은 없어진 채로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새우젓 숙성 저장고는 마을 앞 문갑해변에 위치해 있었으나 지금은 약간의 바닥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사진08_ 한월리 해수욕장 기수역에 아직도 남아있는 새우젓 숙성저장고

2004년 [인천앞바다 바로알기]팀에서 처음 섬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곳 한월리해수욕장 기수역에서 내려오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수많은 옹기 조각을 보면서 흥미와 더불어 막연한 신비감을 느꼈는데 10년이 넘어 최근 4-5년 동안 이 섬에 자주 드나들면서 우연이 아닌 인연(아니 필연?)을 통해 섬과 섬사람과 정도 들고,,,,, 아!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필자는 이 곳을 좋아합니다. 조용하게 사색하며 산책하기도 좋고, 그 예전 수 백명이 살면서 예술적 감각으로 독을 만들던 상상을 하면 가슴이 져려 옵니다.
그래서 독을 소재로 사진작업을 2년 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09_한월리 해변에 널려있는 옹기 조각들


사진10

인천광역시는 인천의 섬마다 독특한 문화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연구하려 합니다.
섬의 역사와 흔적을 바탕으로 이 문갑도만이 가지는 정체성으로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입니다. 섬에 들어와 단 3일만 살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11_문갑도에는 유난히 옹기가 많다.


사진12_문갑도에서 1949년에 만들었다는 표식이 있는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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