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 뵙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 이뿌게 보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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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 뵙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 이뿌게 보여야해."
  • 김인자
  • 승인 2016.03.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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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설레는 데이트(1편)

올해 들어 울 할머니 하부지들과 그림책읽어주기 첫 데이트를 가는 날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심계옥엄니 목욕시켜드리고 식사 챙기고 애들 밥먹여 학교 보내고 신랑 먹을 누룽지밥 눌려서 챙겨놓고 심계옥 엄니 사랑터차에 태워 보내드리고 부리나케 이동중입니다. 아무래도 화장은 지하철에서 해얄 듯 합니다.

"엄마, 어디 시골에 밭매러가여?
머리가 그게 뭐야? 옷은 또 그게 뭐고오.?"
"왜 ~너~~~무 이뿌지 않냐?
이거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복고풍 스타일인데. ~"
"아,진짜 ~이상해. 앞머리 내려."
"시러.엄마 이렇게 하고 갈끄야."
"촌스럽다고오.~"
"촌스럽긴.정감있고 좋기만 하구만.
오늘 책읽어드리러 가는 곳은 엄마도 첨 뵙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 이뿌게 보여야해.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건데. ~"
"그럼 앞머리라도 내려."
"딸,그렇게 맘에 안들어?"
"어,맘에 안들어.  미장원가서 제대로 하든가."
"미장원? 갔지. 단정하게 커트치러."
"그런데 그렇게 해줘? 미장원에서?"
"아니, 단정하게 짧게 잘라달라고 했더니 긴머리 자르면 후회한다고 안잘라주셔서 엄마가 물발라서 앞머리 뒤로 넘기고 돌돌 말아 틀어올렸는데?"
제가 늘 하고 있는 긴머리, 내린 앞머리 하고 가면 할머니들이 보기에 답답해하시고 귀신같다고 하실까봐 앞머리를 뒤로 넘겨봤서여.
저는 이마 내놓는거 싫어서 이마땜에 앞머리 홀랑 뒤로 넘기는거 많이 망설였는데  할머니들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걸 좋아하시니 물발라 뒤로 깨깟이 넘기고 하나로 깔끔하게 틀어 올려 묶었지요. 옷도 할무니들이 좋아하시는 누빔옷으로 차려입고 집을 나서니 그걸 본 큰 딸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하는 말이 밭매러 시골가냐고 하는걸 보니 영 어색해보이나 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할머니들이 좋아하실 만한 머리하고 옷을 입었으니 그거로 된 것이지요.
그나저나 실삔은 어디 간거야? 어젯밤 연습삼아 이마를 넘길 때 썼던 실삔 한 개도 어디다 뒀는지 막상 쓰려고 보니 안보입니다. 물발라 넘긴 머리가 물기가 마르니 자꾸만 앞으로 쏟아져 흘러내립니다.
편의점서 실삔 하나를 급하게 사서 ㅡ무슨 실삔이 천 팔백 원이나 하는지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할 수 없죠 뭐.-덕지덕지 머리에 꽂고 나름 때빼고 광내고
드디어 내사랑 할머니 하부지들을 만났습니다.

"이게 뭐디야? 이거 도로 가져가는감?"
할머니 하부지께 그림책을  읽어드리려고 스크린을 띄어놓은걸 보고 할무니 한 분이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화면이 크니 우리 할머니 마음에 꼭 드시나 봅니다.
"근데 오늘 왜 왔어?"
"만화책 읽어준디야.~"
"하하 만화책이요?"
"아녀,애기들 책읽어준다고 하던데."
"제가 우리 할머니들한테 무슨 책을 읽어 줄까여?"
"그야 읽는 사람맴이지이.~~~"
"하하 그쵸. 제 맘이죠오.~자 그럼 제가 무슨 책을 읽어드리는지 함 들어보세요.~
이 책은 비싼 할무니 얘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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