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취임 한 달…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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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취임 한 달…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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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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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시장, AG 경기장 등 대형사업 놓고 갈등 확산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여야 간 권력을 교체한 인천시에 민선 5기 시 정부 출범 이후 과도기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준비와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등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한 시의 재정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대규모 개발사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등 사업이 취소.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원안사수'를 기치로 내걸고 반발해 지역사회에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통신의 설명이다.

◇AG 주경기장 재검토로 촉발된 혼란

송 시장은 취임 전인 지난달 27일 시장 당선자 신분으로 쿠웨이트를 전격 방문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을 만나 인천 서구에 7만석 규모의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의 문학경기장을 5만5천석으로 늘려 사용해도 좋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서구 주경기장 신설은 4천600억원, 문학경기장 리모델링은 500억원 정도의 시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송 시장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 시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주경기장 신설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터였다.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쿠웨이트 방문 성과를 공식 발표했고, 이에 실망한 서구 주민들의 민심은 폭발했다.

주민들은 잇따라 항의집회를 열었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천막 단식농성과 시의원의 삭발투쟁, 구의원들의 삼보일배 등이 이어졌다.

인천시는 6.2 지방선거 이후 주 경기장 뿐 아니라 남구 도화구역 '제2행정타운'과 루원시티(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 경인고속도로 일부 구간 간선화 등 전임 시장이 추진해 온 대형사업들을 재검토 대상에 올리고 송 시장의 결심을 기다리고 있다.

◇시 살림살이 얼마나 어렵길래

인천시의 재정 문제는 송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집중 제기해 현안으로 떠올랐다. 송 시장은 취임 후에도 이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계속 거론하며 이슈화에 앞장서고 있다.

보통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따질 때 쓰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만 보면 인천시는 전국 7개 광역.특별시 가운데 중위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천시의 연간 예산은 7조8천283억원이고, 채무액은 2조3천343억원이어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29.82%이다.

인천시보다 채무비율이 높은 곳은 대구시(38.63%)와 부산시(35.15%)이고, 울산시(26.29%), 광주시(24.3%), 대전시(18.12%), 서울시(12.82%)는 인천보다 채무비율이 낮다.

송 시장이 시 재정 위기의 핵심으로 지목하는 인천도시개발공사도 자본(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41%로, 7개 특별.광역시의 도시개발공기업 중 5번째다.

서울시 SH공사(505.5%), 울산도시공사(346%), 부산도시공사(284%), 광주도시공사(256.6%)는 인천도개공보다 부채비율이 높고, 대전도시개발공사(199.7%)와 대구도시공사(190.3%)는 부채비율이 낮다.

한나라당은 국내 대도시 가운데 중간 수준인 인천시의 채무비율을 놓고 "야당 시장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전임 여당 시장을 깎아내릴 목적으로 재정 위기를 과장해 선전한다"라고 비판한다.

반면 송 시장 측에서는 시와 인천도개공의 채무액이 지난해 말 6조8천억원에서 올해 말 9조4천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부채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대형사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사업 VS 공약 사업..시장의 결단은

시 내부에서는 현재의 부채 규모가 당장 부도를 걱정해야 할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시가 송 시장의 민선5기 임기가 끝나는 해이자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까지 매년 막대한 예산을 경기장과 지하철 건설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2014년까지 주경기장을 포함한 아시안게임 인프라 구축과 지하철 2호선 사업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면 연간 4천억원 이상의 시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시가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해 늘어난 빚 4천968억원 가운데 이들 사업에만 3천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인천시의 연간 가용예산이 5천억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송 시장이 선거에서 약속한 중소기업 지원, 무상급식, 구도심 재생 지원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한 공약사업의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된다.

때문에 기존의 대형사업들을 중단.축소하지 않으면 송 시장이 새로운 사업을 하지 못하고 '뒷처리'만 하다가 임기가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 시장의 대형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윤곽은 올해 하반기에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28일 "아시안게임 준비와 지하철 2호선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면 새로운 대형사업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라며 "내년도 예산 편성은 불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줄이고 상당수 기존 사업의 시기와 규모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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