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러면 안 되시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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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러면 안 되시지 말입니다"
  • 임원영
  • 승인 2016.04.27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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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제1화 선생님의 만우절 / 임원영(학교 밖 독서논술 교사)
<인천in>이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 행복한 교육 현장에 일어나는 일상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담아냅니다.
우리 사회는 늘 교육을 걱정합니다. 아이들을 걱정하고 미래에 창조될 사회를 걱정합니다. 그 걱정 속에서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생활하는지 어떤 말들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모습만 있지 정작 아이들의 순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내어 보이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기획은 교육의 장에서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아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즉 우리 아이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글이라는 렌즈에 담아내어 보고 싶었습니다. 좀 더 쉽고 좀 더 재미있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기획은 격주로 수요일에 올라갑니다. 학교 밖에서 혹은 안에서 교육 활동에 종사하면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는 <인천교육연구소> 회원들로 필진이 구성되어 두 주마다 한 가지씩 에피소드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인천교육연구소>는 20여명의 인천지역 교육자들이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단법인입니다. 연구원 공동 저작 [나란 놈 너란 녀석]이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의 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행복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전국을 강타했다. 모두 군인들을 흐믓한 미소로 바라보게 하고, 극중 인물 유시진으로 나오는 송중기는 군인 특유의 말투로 여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만 되면 드라마 보는 내내 얼마나 행복했는지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창문을 타고 교무실까지 넘나든다.

벚꽃이 눈송이를 만들려고 꿈틀거리는 4월 1일, 만우절이다.
전에는 아이들이 학년별로 교실도 바꾸고, 교복도 남학교랑 작전을 짜서 바꿔 입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써서 어떻게든 황금 같은 수업시간을 놀아볼까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올해는 어떤 꼼수를 쓸지 슬슬 기대가 되기도 한다,
가만, 이번엔 내가 선수를 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올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한 만우절을 선사하기로 다짐해 본다. 국어 문법과 과중한 학교 행정으로 녹슬어버린 머리를 굴리다가 절망한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교무실을 쓱 바라보고 같이 동조할 선생님을 찾아본다.

아~~~농담하고는 담을 쌓고 계시는 수학 선생님, 항상 국정 교과서 반대를 외치며 열변을 토하시는 사회 선생님이 눈에 들어온다. 동조해 주실 거 같지 않지만 아이들의 허를 찌르려면 그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우상 과학 선생님의 도움도 받아보려 한다. 무엇보다 잘생기고, 젊고, 명쾌한 과학 선생님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컴퓨터 앞에서 선생님들께 S.O.S를 보내고 기다린다. 잠깐의 침묵. 모니터 너머로 나를 슬쩍 한 번 보시더니 웃으신다.
 
1교시.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왁자지껄한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분명 과학 시간인데 국어 선생님이 들어 왔으니 말이다.
 
“얘들아, 안녕? 과학 수업인데 내가 들어와서 놀랐지. 그렇다고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짓다니, 선생님이 조금 섭섭해지려고 하네. 너희들이 놀랄만한 소식이 있어. 너희들이 그랬지. 6교시 내내 과학이면 좋겠다고, 그런데 어쩌냐, 과학 선생님께서 건강이 나빠지셔서 학교를 그만 두신다고 하시네.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항이라 선생님께서 준비를 하시느라 내가 보강을 들어왔어. 그러니까 이번 시간은 이번 달 말에 있을 시험을 위해 자습하는 걸로, 좋지?”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의 충격과 경악이 피부로 느껴진다. 아...저 녀석 얼굴이 벌게지더니 금방이라도 울 거 같다. 의심의 눈초리로 내 표정을 주시하는 녀석도 있다. 나는 들키지 않으려고 마음을 잡는다.
 
순간, 딴 교실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세 명의 선생님이 같은 소식을 전했으니 만우절이란 생각을 미처 못한 모양이다. 그러더니 한 친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운다. 뭐 슬픔 유발자도 아니고 연달아 다른 아이가 울고, 금새 교실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이런 반응을 원한 건 아닌데 어떻게 수습을 하지? 큰일이다. 선생 체면에 지금 와서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도 없고,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수업 시간 내내 가시방석이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도망 나오듯 교무실로 간다.
모의를 했던 선생님들은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아, 어쩌지?
결국 방송부에 가서 과학 선생님께서 안내 방송을 했다.
 
“과학 000 선생님입니다. 제가 건강상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는 4월 1일의 장난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또 한번의 비명과 비난의 눈초리가 나를 훅 스쳐 지나간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가니 문 앞에 빨간 글씨로 대자보가 하나 붙었다.
 
“우리의 우상 과학 선생님을 억지로 보내려고 하셨던 국어,사회,과학 선생님을 지명 수배합니다. 현상금 5억!!
선생님 학생들 상대로 이러시면 안 되시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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